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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면 바보" "정직한 사람만 손해"…대학가 비대면 시험에 부정행위 '심각 수준'

대리 시험, 카메라 앵글 밖 커닝, 듀얼 모니터 활용, 구글링…카메라 앞에 두지만 허점 많아 얼마든 가능

2023.12.20(Wed) 15:24:26

[비즈한국]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비대면 교육이 익숙해진 대학가에 시험 부정행위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인기 영화 ‘서울의 봄’으로 포장한 시험 부정행위 밈(meme·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퍼져나가는 여러 문화의 유행이나 파생·모방)이 화제였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사진=에브리타임 앱 캡쳐


글의 제목은 “기왕이면 부정행위라는 말 대신 오픈북이란 멋진 단어 좀 씁시다”였다. 본문에는 “실패하면 빵점, 성공하면 에이쁠 아닙니까!”라는 문구와 함께 배우 황정민이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고 외치는 사진이 게시됐다. 학생들이 부정행위는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반영된 게시물로 보인다. 댓글에는 “성공한 부정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라는 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으며 'BEST' 댓글로 선정됐다. 그 외에도 익명으로 15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는데 불편함을 내비치는 댓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글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어제 가장 HOT 했던 글’로 선정됐다. 

부정행위 방식은 교수마다 온라인 비대면 시험을 치르는 환경이 달라 다양한 사례가 있다. 부정행위 방식으로는 ‘대리 시험’, ‘카메라 앵글 밖 커닝 페이퍼’, ‘다른 사람과 협력’, ‘듀얼 모니터 활용’, ‘구글링’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A 씨는 “주로 감독관에게 (본인의 모습을) 측후면에서 촬영 각도를 맞춘 후 시험을 본다. 카메라 앵글은 이때부터 고정이다. 앵글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다른 노트북을 두고 인터넷 검색, 구글링을 하거나 본인이 미리 저장 파일을 열어 보면서 시험을 보게 된다”며 “감독관이 카메라를 돌려보라고 하면 실수인 척 카메라를 엎고 빠르게 수습한 뒤 앵글을 돌리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고 전했다.

C 학생은 “동생 시험문제를 파일로 넘겨받아 대신 풀어주고 답안지를 보내준 적 있다”고 말했다. K 대학교 20학번 D 씨는 “노트북에 달려있는 카메라로 상반신만 보이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덕분에 동아리방에서 동기들과 모여 다 같이 의논하면서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 부정행위에 ‘안 걸리면 그만’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기 위해 대학가로 찾아갔다. K 대학교 4학년 A 씨는 “1, 2학년 때 비대면 온라인 시험을 많이 봤는데 일부 과목은 지금도 그렇다. 그 당시 부정행위로 말이 많았다. 비대면 시험으로 부정행위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안 하는 사람이 이상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S 대학교 B 씨는 “아직도 비대면 수업이나 시험이 있다”며 “나도 (부정행위를) 해봤는데 이상한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걸릴 일 없다”고 말했다. K 대학교 17학번 C 씨는 “비대면 시험 때 카메라로 관리·감독을 하지만 학생 수가 많기 때문에 잡아내기 힘들다”며 “부정행위 방식도 여러 가지인데 지금은 (학생들이) 여러 차례 해봤기 때문에 노하우가 많이들 있을 것”이라며 관리·감독의 소홀함을 지적했다.

#비대면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근본적 차단 힘들어

비대면 온라인 수업·시험이 여전히 일부 대학이나 과목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대면 체제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시험에서까지 계속해서 비대면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경희대학교 관계자는 “이론 수업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의 수요도 많고 학기말 평가에서도 반응이 좋아 학생들이 학습하는 데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단, 실험·실습 과목은 무조건 대면”이라며 “비대면 시험은 학기 초에 교수학습개발원에서 수요 조사를 하고 심의를 통과하면 비대면으로 시험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행위와 관련해서는 “비대면으로 시험을 볼 시 실시간 녹화 시스템과 함께 관리 감독이 된다”며 “그 외에도 본인확인을 위한 신분증 제시 등 확인 절차가 있어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비대면 강의를 듣는 학생. 사진=연합뉴스


앞서의 B 씨는 “컴퓨터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과목이 아니고서는 굳이 온라인으로 시험을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혹시라도 보게 된다면 AI(인공지능) 기반의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탐지 설루션 같은 방안을 도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도 비대면 시험에 대해 “그 당시 부정행위 적발 사례가 너무 많았다”며 “이제 시험은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면 무조건 대면으로 보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H 대학교의 E 씨는 “비대면 온라인 시험을 두세 번 봤는데 부정행위 안 했던 나만 억울하다”며 “정직하게 시험 보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없어져도 될 시험 방식”이라고 했다.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김대진 교수(대학·원 학과장)는 “우리 학과는 현재 비대면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비대면 온라인 시험을 봤을 당시에는 부정행위가 많았다”며 “비대면으로 시험 볼 때 부정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힘들다. 대안으로 오픈북으로 시험 보기도 했고 외부업체 모니터링을 맡기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비용 문제 때문에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비대면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는 학과도 있지만 아마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비대면 온라인 시험으로 치러지는 시험은 무조건 안 보는 게 좋다”며 선을 그었다.​

 

양휴창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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