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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K-잠수함 성공의 필수조건, '하이-로우 믹스' 전략

3000톤급 장보고-3 '가성비' 약점 극복 요구…수출형 중소형 잠수함 개발이 절실

2023.12.20(Wed) 10:06:29

[비즈한국] ‘군대의 모든 무기는 최저 입찰제로 결정된다’는 농담이 있다.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고 수많은 생명을 책임지는 집단이지만, 들어가야 하는 돈이 워낙 많다 보니 나오는 웃지 못할 이야기다. 무기 가격이 비싸다 보니 반대로 가격이 싼 무기, 즉 경제성이 중요해지는 경우가 많다.

 

스웨덴 해군의 A26 잠수함. 사진출처=SAAB

 

그래서 ‘하이-로우 믹스’(Hi-Low Mix)라 불리는 전략은 국방 획득 분야에서 ‘금과옥조’​라 할 수 있다. 미국 등 국방 선진국들이 추진하는 이 전략의 핵심은 ‘소수 고가 고성능’ 무기와 ‘다수 중저가 적정성능’ 무기 등을 섞는 것이다. 같은 임무를 맡는 무기를 2종류 이상 확보해 소수 고성능 무기를 대량 생산한 중저가 무기로 보조한다는 개념이다.

 

하이 로우 믹스는 온갖 무기체계 사업의 기본 전략으로 채택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전력으로는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미 공군이 있다. 미 공군은 1970년대부터 30여 년 동안 하이(High)급 F-15 이글과 로우(Low)급 F-16를 구성해 수십 차례의 항공전에서 엄청난 전과를 기록했다. 이젠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구성을 F-22 랩터를 하이급으로, F-35 라이트닝II를 로우급으로 운용하고 있다.

 

현재 한국군의 차세대 무기체계 대부분은 하이-로우 믹스 전략을 기본으로 진행된다. KAI의 경우 로우급 경전투기(Light Combat Aircraft)로 현재 FA-50을 폴란드,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여러 국가에 수출했다. FA-50보다 두 배 이상의 능력을 갖춘 KF-21 보라매 전투기는 개발과 수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국내 무기와 해외 무기를 하이-로우 믹스로 구성할 때도 있다. 육군 항공 전력의 핵심인 공격헬기의 경우 하이급은 보잉(Boeing)의 AH-64E 아파치 가디언(Apache Guardian)으로 구성하지만, 수적 핵심인 로우급은 KAI 소형 무장헬기 LAH(Light Armed Helicopter)가 담당한다. 아파치 가디언의 비용 문제도 있지만, 수백 대를 야전에서 사용해야 하는 공격헬리콥터의 특성상 높은 가동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K-방산의 핵심 수출 품목으로 떠오르는 잠수함이다. 잠수함은 가장 어렵고 최신 기술이 많이 적용되는 무기체계다. 세계 각국이 절대로 자신들의 비법을 공개하지 않는 가장 비밀스러운 무기다. 1톤당 가격으로는 최신 이지스함보다 훨씬 비싼 고부가가치라 할 수 있다.

 

K-9 자주포, K-2 전차, FA-50 경전투기의 ‘수출 대박’으로 성과를 낸 올해 막바지에 ‘K-방산의 마지막 도전’으로 잠수함 수출이 주목받는 이유다. 현재 한국 조선소와 방위사업체들은 일부 국가에 수출형 해군 호위함 및 경비함(OPV)을 수출한 바 있다. 다만 추진기관, 전투체계, 레이더, 무장 등 핵심 부품들을 해외 제품으로 채워 넣은 것이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잠수함은 이와 달리 여러 구성품을 체계통합 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수중 항해를 사고 없이 은밀하게 할 수 있는 선체 설계 및 제작 능력이 꼭 필요해 해군 무기체계 중 가장 어렵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다.

 

다만 문제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지식재산권(IP)을 갖추지 못한 제품은 수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잠수함을 수출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에 1400톤급 잠수함인 나가파사(Nagapasa) 급 3척을 수출한 것인데, 처음 3척은 성공적으로 인도했지만 3척의 추가 수출 사업이 계약 후 중단됐다.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독일 잠수함 업체 티센크루프(Thyssenkrupp Marine Systems,TKMS)에 수리를 의뢰하는 등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1970년대 처음 건조된 독일 209급 잠수함의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 21세기에는 수출이 더 이상 곤란한 것도 큰 문제이다.

 

두 번째 문제는 우리 고유 IP라 할 수 있는 장보고-3이 ‘한국적 상황’에 맞춘 제품이라는 점이다.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장보고-3에는 배치(Batch) 1부터 3까지 건조될 예정으로 배치-1인 도산 안창호급은 3700톤이고, 배치-2는 4000톤 내외의 배수량을 가질 것이다. 배치-3의 경우 추진기관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원자력 잠수함이 아닌 재래식 잠수함, 즉 디젤 엔진으로 축전지를 충전해서 잠항하고 때에 따라 연료전지와 같은 공기불요추진기관(AIP)를 장착하는 잠수함이 3000톤을 넘는다는 점은 사실 여러 가지 단점을 초래한다. 재래식 잠수함의 엔진, 모터, AIP나 전지 발전 용량의 한계 수준의 크기이고, 승무원이 많아지니 잠항 시간이나 정숙성 부분에서 반드시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러시아는 3000톤 킬로(Kilo)급 잠수함의 후속함인 라다(Lada)급의 크기를 줄였다. 실제로 운영 중인 재래식 잠수함 중 우리 장보고-3급과 비슷한 크기의 잠수함은 호주의 콜린스(Collins)급과 일본의 소류/타이게이급 잠수함밖에 없다. 대부분 수출시장에서 인기 있는 잠수함은 장보고-3보다 작은 1~2000톤 이하 급이기 때문이다.

 

물론 디젤 잠수함 크기가 크면 장점도 있다. 특히 장보고-3의 잠수함발사 탄도탄(SLBM) 발사 능력은 중국의 시험용 잠수함과 북한의 김군옥 영웅 함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능력으로 어느 곳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하다. 문제는 SLBM 장착한 잠수함을 수출하기도 어렵고, 매력적 홍보 요소로 쓰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SLBM에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으면 그 용도나 효과가 작고, SLBM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국가들은 모두 원자력 잠수함에 SLBM을 탑재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예외는 오직 한국과 이스라엘뿐이다.

 

현재 폴란드, 필리핀, 캐나다 등에서 진행 중인 차세대 잠수함 수출 사업에 장보고-3이 열심히 세일즈 중이지만, 경쟁 중인 다른 모델과 차별화되는 특장점을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큰 만큼 가격도 제일 비싸고, SLBM 기술을 수출할 수는 없으니 장보고-3의 장점을 내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부분 나라는 잠수함을 구매할 때 잠항 시간, 항속거리, 수중 정숙성 등을 요구하지, 크기를 원하지 않는다. 장보고-3과 경쟁하는 독일 TKMS의 Type 212 CD나 스웨덴 샤브(Saab)의 A26 잠수함은 장보고-3보다 작지만 수중 작전 능력이 뒤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보고-3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프랑스 DCNS의 숏핀 바라쿠다(shortfin Barracuda)는 쉬프랑(Suffren)급 원자력 잠수함을 디젤 엔진으로 개조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유럽의 잠수함 선진국과 같은 고성능 중소형 잠수함을, 우리 고유의 IP로 개발하는 것이다. 한화 오션이 과거 대우조선해양(DSME) 시절 DSME 2000이라는 중형 잠수함 개념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한화 오션은 현재 여러 가지 이유로 장보고-3 수출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HD 현대와 같은 국내 조선소가 국내 방위산업체와 국방과학 연구소(ADD)와 협력해 수출형 중형 잠수함 설계에 도전해 볼 만한 여지가 있는 셈이다.

 

물론 과거 DSME 2000 잠수함의 경우 2000년대 초반의 독일 214급을 기반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중형 잠수함은 Type 212 CD 과 A26 잠수함과 경쟁할 수 있는 여러 신개념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선체 및 함교에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새로운 소음 감소 디자인을 채택하고, 특수부대 및 무인잠수정(UUV), 수중 발사 무인기(UAV) 운용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또한 장보고-3 배치 2에 적용된 연료전지 AIP, 컨포멀 어레이 음파 탐지기, 리튬이온 전지를 적용해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

 

일각에선 중소형 고성능 잠수함보다 원자력 잠수함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장보고-3가 3000톤이 된 이유도, SLBM 운용 능력을 갖춘 것도 모두 우리 해군이 장기적 목표로 원자력 잠수함 건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졌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우리 해군이 원자력 잠수함 확보를 위한 과정이 쉽지 않고, 장보고-3을 개조해서 원자력 잠수함으로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장보고-3급은 이제 역사상 가장 작은 크기의 잠수함인 프랑스 루비(Rubis)보다 크고, 바라쿠다(Barracuda) 공격형 원자력 잠수함과 비슷하다. 하지만 무게와 크기가 비슷하다는 의미지, 선체 설계와 구성은 여전히 디젤 잠수함 기반이다. 더 빨리, 더 오랫동안 장거리 수중 고속항해를 하는 선체 디자인이 필요한데, 장보고-3은 크기만 클 뿐 여전히 재래식 잠수함으로 저속, 단거리 연속 잠항에 적합한 디자인이다. 

 

필자도 필리핀, 폴란드,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우리 장보고-3가 승리하는 것을 기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원자력 잠수함 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현재 장보고-3급은 수출 경쟁력에 어느 정도 한계가 분명하고, 곧바로 원자력 잠수함으로 개조하면 최적화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한다면, 하이-로우 믹스로 원자력 잠수함과 디젤 잠수함을 섞어서 운용해야 한다. 하지만 크기가 너무 크고 승조원이 많은 장보고-3급은 사실 하이급 전력인 원자력 잠수함을 보조하기 쉽지 않다. 그 때문에 장보고-3보다 작은 크기의 수출형 잠수함을 일명 ‘장보고-4’로 채택해 한국 해군의 214급 잠수함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해군도 채택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해군의 수요 및 운용 의지가 있어야 수출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군과 국방부, 방위산업계가 진취적이면서 현실적인 고민을 통해 미래 잠수함 전력과 잠수함 수출 산업에 대해서 재고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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