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말, 이 만남, 이 조합이 가능하다고? 새롭게 오픈한 유튜브 채널 ‘매리 앤 시그마’에서 첫 방송 프로그램으로 ‘슈퍼마켙 소라’라는 첫 콘텐츠의 에피소드 섬네일에 나온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확인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콘텐츠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방송인 신동엽과 전 슈퍼 모델 출신 방송인 이소라였기 때문이다. 와... 한 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톱스타급 연인이었던 이 두 사람이 같은 앵글에 다시 나오는 걸 내가 죽기 전에 보게 될 줄이야. 할리우드에서나 가능할 법한 두 사람의 쿨한 만남이 심지어 사적인 자리도 아닌, 방송으로 성사되었다는 것이 더 놀라울 따름이었다.
방송인 이소라가 호스트로 출연하는 토크쇼 ‘슈퍼마켙 소라’의 첫 게스트로 그녀의 과거 연인이었던 국민 MC 신동엽이 출연해서 화제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은 무려 23년 만의 공식적인 방송국 재회란다. 20대에 만났던 푸릇했던 젊은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반 백살이 넘은 50대가 되어, 각자의 분야에서 프로페셔널한 일가를 이룬 이들로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을 담은 유튜브 컨텐츠는 단순히 화제라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첫 에피소드 방송만 무려 조회수 600만 뷰가 이미 넘은 상태니, 이슈는 이슈다.
이 어마무시한 조회수를 양산한 섭외의 중심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첫 프로그램으로 ‘슈퍼마켙 소라’를 이끌게 된 이소라가 있었다. 아마도 첫 방송의 화제성을 위해 무리수를 둔 가슴 두근거리는 섭외였을 게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방송 초미에 신동엽에게 자신이 섭외 문자를 건낼 때 너무나 떨리고 긴장이 되어서 “제발 신동엽이 술 마시고 있는 순간 본인의 섭외 문자가 도달하길 바랐다”고 한다. 술기운에 신동엽이 조금 더 느슨하게 방송 출연을 수락해 주길 바랬기 때문이라고.
더 놀라웠던 건 그녀의 문자에 바로 출연 수락을 한 ‘쿨가이’ 신동엽이다. 평소 지인들에게 이소라를 “연인이었던 관계를 떠나 정말 좋은 사람이기에 남자였다면 ‘형’이라고 따르며 오래도록 친했을 거”라고 말하는 그. 사실 신동엽의 방송 출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이는 신동엽의 와이프 선혜윤 PD의 대인배 같은 이해심도 컸다. 선 PD가 이소라를 남편의 오랜 연인이었던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소라를 방송인으로서 멋진 사람이라 생각해 온, 오랜 팬이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는 아니지만, 할리우드 스타들 찜 쪄먹는 ‘쿨함’이 장착된 세 사람이다.
조금은 어색하게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은 반가움, 미안함, 고마움,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을 곱게 간직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됐다는 따뜻함으로 에너지가 이어져 나갔다. 함께 친한 지인이 많아서 서로가 불편할까 싶어 일부러 자리를 엇갈려 가며 얼굴을 피해 온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이 두 사람은 어른의 예의를 가지고 서로가 품었던 기억을 방송에서 반추해 갔다.
유머러스하고 위트 넘치는 신동엽이 선택한 와이프 선혜윤 PD가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주변인들의 평가를 들었다며 그런 그녀가 궁금하다는 말을 건네는 이소라는 신동엽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멋있는 사람이라서 멋있는 걸 좋아하지.” 순간 심장이 울컥했다. 비록 헤어질 땐 아픈 기억이었겠지만 자신이 만났던 사람이 멋지고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잊지 않고 헤어진 연인 신동엽을 담백하게 추켜세워주는 그녀. 이소라는 생각했던 것보다 한결 성숙하고 깊은 사람이었다.
그녀의 그런 말에 응수하는 신동엽도 이 방송 콘텐츠에서만은 정말 남달랐다. 늘 짓궂은 농담과 너스레로 일관했던 그인데, ‘슈퍼마켙 소라’에 출연한 신동엽은 지금껏 보여준 이면과는 전혀 다른 진중한 태도로 대화에 임한다. “너를 만날 때 득 본 게 많아서 헤어진 후에도 너한테 쪽팔리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했어. 그런데 참 타이밍이 안 맞아서...” 그러자 이소라는 “타이밍이 안 맞아서 얼마나 다행이냐. 너랑 나랑 결혼했다고 생각해 봐라” 하며 활짝 웃는다. 그러자 신동엽은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어조로 “너랑 나랑 결혼했으면 2~3년 안에 이혼”이라고 말한다. 정말 맞는 말이라며 깔깔거리며 박장대소하는 두 사람.
순간 미묘한 정적이 흐르자, 신동엽은 “너무 좋지 않으냐”라며 “어떤 어른들은 불편해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나는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송두리째 부정하면서 사는 건 너무 후진 것 같다”고 담담히 말한다. 그런 신동엽의 말에 이소라는 “내가 만난 아름다운 추억들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고 말하며 그런 그의 말에 공감을 더한다.
한때 뜨거웠던 연인이었으나 헤어진 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 시절 가장 소중했던 인연을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누며 그때의 그 추억을 곱게 풀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잘 만나고, 잘 헤어지고, 그 뒤로도 각자 멋지게 잘 살아내는 관계가 이렇게 긍정적이고 좋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더불어 제대로 성숙한 어른의 연애와 이별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혹시 가혹하게도 이번 연말연시, 한때는 애틋했으나, 당신이 지금 누군가와 헤어져 아프고 아린 마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여기에서의 전제는 헤어진 상대가 쓰레기와 같은 인성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조건), 나는 당신이 신동엽, 이소라처럼 “내가 했던 사랑이 그래도 제법 괜찮았어”라고 스스로 속삭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총 맞은 것처럼 가슴에 구멍이 슝슝 난 거 같이 쓰라린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심지어 그 상처 때문에 두려워서 다시 사랑따윈 하고 싶지 않은 이도 있을 게다. 그런데 결국 시간이 약이고 치유의 과정이다. 그리고 만나는 동안 마음껏 사랑했다면, 이들(신동엽, 이소라)처럼 사랑이 끝나도 헤어졌던 그 사람과의 추억을 부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여유가 당신에게도 생길 게다. 지금은 헤어진 후 과거의 선택을 자책하는 것이 아닌, 인정하고 수긍하며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시간이라 생각하자. 성숙한 어른의 연애와 이별은 아마도 이렇게 시작되는 게 아닐까.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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