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가맹사업 분야는 다른 영역에 비해 분쟁 규모가 크지 않다. 또한 법리나 판례 해석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보다는 당사자들 간의 협상에 의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고, 사건의 성격상 그 편이 더 바람직하다. 그래서 가맹사업 분야는 고도로 정치한 법리가 아닌 생활법률을 적용하는 영역이다.
더구나 국내에선 가맹거래사라는 자격증을 만들어 정보공개서 작성·등록 등 실무를 맡긴다. 그러다보니 특별히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공정거래법 전공자라도 가맹사업법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가맹사업을 시작하거나 점포를 개설하는 사례가 워낙 많아, 분쟁도 잦고 상담하는 경우도 많다. 본사 입장에서 가맹사업은 아이템만 좋다면 적은 자본으로 단기간 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점주 입장에서 볼 땐 가맹사업은 아이템을 찾는 수고를 덜고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는 선택이 된다.
말 많고 탈 많은 가맹사업이지만, 가맹사업을 제대로 운영할 경우 회사와 점주가 갖는 장점도 적지 않기 때문에 가맹사업 계약 건수도 많고, 분쟁도 많은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본사와 점주모두 알아야 할 가맹사업 분야의 주요 분쟁 유형을 보기로 한다.
먼저 가맹사업의 시작 단계부터 보자. 국내에서 본사가 가맹사업을 시작하려면 가맹사업을 등록하고 제반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가맹점사업자 피해보상 보험 계약 등을 체결하고, 가맹희망자의 가맹금을 예치기관에 예치하고, 정보공개서와 인근가맹점 현황 문서 등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규제가 강화돼 1년 이상 직영점을 운영한 본사만 가맹사업을 등록할 수 있다. 따라서 본사가 가맹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위와 같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의욕만 넘쳐 이를 생략하고 가맹사업을 시작한다면 공정위 등의 제재를 받거나, 가맹희망자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도 있다.
본사는 가맹계약을 체결할 때 가맹사업의 존속과 유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본사가 가맹희망자에게 가맹사업을 운영하는데 인허가가 필요함에도 이를 알리지 않은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2014다84824 판결 등).
또한 가맹계약 체결 시 예상매출액 산정서를 제공해야 하는데, 서류에 기재된 예상 매출액이 객관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과다하게 산정됐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판례는 손해의 범위가 인테리어 등 가맹점 개설비용은 물론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영업 손실까지 포함된다고 판시했다(2021다300791 판결).
본사는 위와 같은 규제나 판례가 가혹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사업 환경이 매우 급박하게 변하는 국가 중 하나인데, 이러한 상황에 예상매출액 등을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더구나 예상매출액보다 사후 매출액이 적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차액가맹금 등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해 공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이유로 헌법소원까지 청구됐으나, 헌법재판소는 계약의 자유보다 점주의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봐 전원일치로 헌법소원 청구를 기각했다(2019헌마288). 또한 본사의 책임을 중하게 보는 것이 판례 경향이므로, 가맹사업을 시작하려는 본사는 과거에 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가맹거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분쟁이 있다. 본사 입장에서 볼 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모션이나 인테리어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점주는 대체로 현재의 매출에 만족하고,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한 새로운 투자를 단행하는 것을 꺼리기 마련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가맹사업에서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환경 개선(인테리어) 문제가 있다. 과거에는 본사가 리뉴얼 등의 명목으로 점주에게 신규 인테리어를 자주 요구했다. 이것이 문제가 돼 2013년 개정법은 규제를 대폭 강화했는데, 본사가 시설 노후화, 위생·안전상 결함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점주에게 점포 환경 개선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한 점포환경개선을 하는 경우에도 점주의 자발적 요청이나 위생·안전 문제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본사는 점주에게 점포환경개선 비용 중 20~40%를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그리고 필수 품목의 구매강제 문제가 있다. 외국과 달리 국내 가맹사업은 점주가 본사에게 지급하는 가맹금의 액수가 매우 적고, 본사가 대외적으로 수익을 거둘 방법이 많지 않다. 본사는 점주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단가에 마진을 더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거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사가 너무 많은 품목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구매를 강제하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며, 원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과거 자주 문제가 됐던 사례로 인접지역 출점의 문제도 있다. 어느 지역에서 가맹점 매출이 양호하다면, 본사는 사업 확장을 위해 해당 가맹점의 영업지역을 분할하고 신규 가맹점을 출점한다. 문제는 이러한 신규 출점이 기존 점포와 너무 근접한 지역에서 이뤄져 기존 점포의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경우이다.
기존 점포와 신규 점포 간의 거리가 어느 정도 이격돼야 하는지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공정위는 2012년 모범거래기준에서 편의점은 250m, 제과커피점은 500m, 치킨은 800m, 피자는 1500m로 정한 바가 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2015년 위 기준을 폐지했다. 현재 점포 간 거리를 정하는 일반적인 기준은 없으나, 가맹계약 체결 시 가맹계약서에 영업지역이 명확히 표시된 지도를 첨부하는 관행이 확립돼 인접지역 출점과 관련된 분쟁은 과거에 비해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가맹계약이 종료될 때 발생하는 문제다. 가맹사업법은 본사의 가맹계약 해지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점주가 가맹계약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본사가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가맹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해야만 가맹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처럼 가맹계약 해지 요건·절차가 엄격하다보니, 본사는 가맹계약을 해지하기 보다 1년 단위의 가맹계약에 대해 갱신을 거절하는 방법으로 가맹계약을 종료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맹사업법은 점주에게 전체 가맹계약 기간이 10년이 되는 범위에서 가맹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대체로 점주에게 10년의 가맹계약기간이 보장된다고 보는 것이 실무자들의 인식이다.
더 나아가 10년의 가맹계약기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본사가 내세우는 갱신거절사유가 신의칙에 위반되거나 거래상지위의 우월적 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본사의 갱신거절은 불법행위여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다(2019다289495 판결).
이상과 같이 가맹사업 분야에서 주요 분쟁 유형을 살펴봤다. 내용을 보면 점주, 정치권, 언론 등의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통해 제도의 개선(본사 입장에선 규제 및 책임 강화)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가맹사업 분야는 일상과 밀접한 영역임과 동시에, 문제 제기에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지는 역동적인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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