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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임스 웹, '적색 초거성'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다

'초신성 폭발 거치지 않고 블랙홀로 붕괴한다'는 그간의 가설과 다른 관측 결과 나와

2023.12.18(Mon) 11:15:31

[비즈한국] 2009년 은하 NGC 6946에서 놀라운 순간이 포착되었다. 별 하나가 갑자기 밝아졌다가 빠르게 어두워졌다. 이후 별이 사라졌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별은 무려 태양 질량의 25배에 달하는 아주 거대한 별이었다. 보통 이런 무거운 별들은 진화 막바지에 연료가 다 떨어지면 눈부신 초신성 폭발과 함께 사라진다. 그런데 당시 이 별은 일반적인 초신성만큼 밝은 섬광을 보이지는 않았다. 살짝 밝아졌다가 곧바로 빠르게 어두워지며 사라졌다. 천문학자들은 이 별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초신성 폭발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블랙홀로 붕괴했을 거라 추측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 천체는 NGC6946-BH1으로 불렸다. 

 

최근 제임스 웹이 이 별이 사라진 자리를 다시 관측했는데, 앞서 허블 관측에서 확인하지 못한 비밀을 발견했다. 그동안 곧바로 붕괴한 블랙홀이라 생각한 이곳의 진짜 정체는 따로 있었다. 더 이상 이곳을 BH1이라 부를 수 없게 될지 모른다. 

 

갑자기 사라진 별의 빈자리를 제임스 웹으로 다시 바라봤다.

 

태양은 사실 별치고는 가벼운 편이다. 훨씬 무거운 별들이 우주에 가득하다. 태양 질량의 8~25배에 달하는 육중한 별들은 내부의 핵융합 연료가 고갈되면 거대하게 팽창한다. 크기는 비대해졌지만 온도는 미지근해서 붉게 빛나는 별, 적색 초거성이 된다. 별 하나가 목성 궤도까지 다 집어삼킬 정도까지 거대해진다. 대표적으로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 전갈자리의 안타레스와 같은 별이 있다. 

 

보통 별은 내부의 핵융합 엔진 덕분에 뜨거운 열, 압력이 만들어진다. 그 압력으로 자신을 붕괴시키려고 하는 육중한 중력을 버틸 수 있다. 그런데 내부의 핵융합이 멈추면 더 이상 중력에 버틸 수 없다. 별은 외곽층부터 통째로 별 중심을 향해 무너진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별의 껍질층이 사방으로 폭발하듯 흩어지는 초신성 폭발을 맞이한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초신성 잔해 중심에는 높은 밀도로 농축된 별의 시체,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이 남게 된다. 천문학자들은 태양 질량의 8~25배 수준의 무거운 별은 전부 적색 초거성을 거쳐 초신성 폭발로 이어지는 이런 식의 죽음을 맞이한다고 추측해왔다. (무거운 별 혼자서 중력 붕괴하면서 터지는 초신성을 핵 붕괴 초신성 또는 Type II 초신성이라고 한다. 먼 은하까지의 거리를 잴 때 사용하는 표준 촛불 천체인 Type Ia 초신성과는 다르다.)

 

만약 이 추측이 맞다면 당연히 초신성 폭발이 목격되는 별들은 터지기 직전 그 질량이 태양의 8~25배까지 다양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관측 결과는 그렇지 않다. 초신성으로 터지기 직전, 즉 적색 초거성들의 생전 마지막 순간 질량을 보면 최대 태양 질량의 19배 정도까지만 관측된다. 태양 질량의 19~25배의 더 무거운 범위에 있어야 할 폭발 직전의 적색 초거성은 지금껏 발견되지 않았다. 이 무거운 적색 초거성들은 어디로 간 걸까? 왜 초신성이 되어 터지는 별들은 그에 못 미치는 살짝 더 가벼운 질량에만 분포할까? 이는 별의 진화를 연구하는 항성 진화 천문학에서 꽤 전통적인 난제 중 하나다. 천문학자들은 이를 ‘적색 초거성 문제’라고 부른다. 

 

이 질량의 간극을 설명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가설이 거론되었다. 무거운 별들은 진화 막바지에 굉장히 불안정한 시기를 겪는다. 초신성 폭발 직전까지 잘 버티고 있다가 갑자기 터지는 게 아니다. 폭발하기 한참 전부터 별 외곽은 빠르게 요동치고, 수시로 별 바깥으로 상당량의 물질을 토해낸다. 이런 막대한 질량 손실로 인해 원래의 무거운 질량을 폭발 직전까지 고스란히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 이렇게 뿜어낸 많은 양의 가스 물질이 빠르게 우주 공간에서 식으면서 짙은 먼지 구름이 될 수 있다. 그 결과 사방의 짙은 먼지 구름에 별이 가려져 더 어두워 보이는 탓에 실제보다 질량이 더 가벼운 것처럼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더 흥미로운 가설도 있다. 지나치게 무거운 적색 초거성은 초신성 폭발조차 하지 못하고 곧바로 별이 통째로 붕괴해버린다는 것이다. 붕괴 순간 잠시 밝아질 뿐, 눈부신 초신성 폭발의 섬광은 남기지 않고 곧바로 블랙홀이 되어 깜깜하게 사라질 수 있다. 2009년에 목격된 NGC6946-BH1 별의 실종 사건이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관측 증거로 여겨졌다. 별의 진화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을 오랫동안 괴롭힌 적색 초거성 문제는 이로써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사라진 별 NGC 6946-BH1은 초신성 폭발 없이 곧바로 블랙홀로 붕괴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사진=NASA/ESA/C. Kochanek(OSU)

 

그런데 다 끝난 줄 알았던 이 논란을 최근 제임스 웹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제임스 웹은 적외선으로 우주를 본다. 이건 대단한 장점이다. 만약 이곳에 짙은 먼지 구름에 가려진 무거운 별이 아직 빛나고 있다면, 또는 정말 한꺼번에 붕괴한 블랙홀이 주변에 뜨겁게 달궈진 먼지 원반을 두른 채 숨어 있다면, 둘 모두 적외선 빛을 내야 한다. 따라서 제임스 웹으로 이 깜깜한 현장을 바라본다면 허블 관측으로는 알 수 없었던 진짜 정체에 다가갈 수 있다. 

 

제임스 웹의 NIRCam으로 촬영한 모습을 보자. 비교적 짧은 파장의 적외선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노란선은 앞서 허블로 확인한 별의 폭발 직전 윤곽을 나타낸다. 사진을 잘 보면 이 노란 테두리 안에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구분되는 세 개의 얼룩이 보인다. 

 

반면 제임스 웹의 또 다른 장비 MIRI로 관측한 사진에서는 더 밝게 퍼진 점 하나만 보인다. MIRI는 NIRCam보다 좀 더 파장이 긴 중적외선의 더 미지근한 빛을 본다. 이렇게 훨씬 미지근한 빛은 주로 별빛을 받아 달궈진 먼지 구름에 의해 방출된다. 즉 NIRCam 사진에서 확인한 세 개의 천체가 더 거대한 먼지 구름으로 에워싸여 있다는 것을 뜻한다. 

 

초신성 폭발 없이 곧바로 별이 붕괴하는 과정을 표현한 그림. 이미지=wikimedia commons

 

그렇다면 NGC6946-BH1에선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우선 앞서 허블 관측으로 추정한 가설, 초신성 폭발을 거치지 않고 한꺼번에 붕괴한 블랙홀이었을 가능성을 따져보자.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붕괴한 블랙홀 주변에는 뜨겁게 달궈진 먼지 원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먼지 원반에서 막대한 중적외선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은 얼핏 보면 이번 제임스 웹의 적외선 관측 결과와 잘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블랙홀 주변 먼지 원반의 먹잇감이 줄어들고 활동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별의 실종 순간이 처음 목격된 게 2009년, 벌써 14년 전이다. 정말로 한꺼번에 붕괴한 블랙홀이 그 주변에 남아 있던 가스 물질을 집어삼키며 살고 있다면 14년 전에 비해 블랙홀의 활동은 조금 줄어들었어야 한다. 그리고 방출되는 적외선 빛의 세기도 약해졌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의 관측과 제임스 웹의 관측 결과를 비교해보니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제임스 웹으로 다시 관측한 NGC 6946-BH1의 자리.


이에 천문학자들은 다른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진에서 희미한 얼룩이 여러 개 보이는 걸 보면 이곳은 별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함께 도는 쌍성일 수 있다. 게다가 두 별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서로 표면이 맞닿는 접촉쌍성이어야 한다. 

 

이 경우 두 별은 서로의 중력으로 인해 상대방의 외곽 가스 물질을 밖으로 헤집어 놓을 수 있다. 쌍성을 이루는 두 별이 서로 곁을 맴돌면서 주변에는 두 별에서 퍼져나간 거대한 먼지 구름 도넛에 둘러싸이게 된다. 결국 두 별은 충돌하며 밝은 섬광을 남긴다.  곧 이어 사방에 남겨진 두꺼운 먼지 구름 속에 파묻히면서 빠르게 어두워진다. 이것은 2009년 갑자기 밝아졌다가 곧바로 어두워지며 사라진 관측 결과를 잘 설명한다. 

 

이로써 갑자기 돌연 사라지며 천문학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던 NGC6946-BH1의 진짜 정체는 좀 더 명확해진 듯 보인다. 초신성 폭발을 거치지 않고 한꺼번에 붕괴한 블랙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만큼 이 천체에게 블랙홀을 의미하는 BH라는 이름을 쓰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 이야기의 끝은 사실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동안 이 별은 질량이 아주 무거운 적색 초거성이라면 초신성 폭발을 굳이 거치지 않고도 블랙홀로 붕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대체 왜 태양보다 19배 이상으로 더 무거운 적색 초거성들의 초신성 폭발 순간은 왜 실제 관측에선 보이지 않는지, 적색 초거성 문제의 실마리가 된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난감하게도 제임스 웹이 전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별은 초신성을 거치지 않고 한꺼번에 붕괴한 블랙홀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이 별은 적색 초거성 문제의 난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지 못한다. 잠시 해결된 줄 알았던 적색 초거성 문제를 제임스 웹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린 셈이다. 

 

참고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450/3/3289/1064540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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