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3고’가 올해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자영업자가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통계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자 종업원 없이 나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속되는 고금리에 자금조달과 이자 상환이 어려워지고 고물가까지 겹치자 자영업자 비중이 줄고, 그나마 남은 자영업자들도 종업원 없이 가게를 경영하는 것. 환경이 이처럼 여의치 않으면서 고금리에도 자영업자들의 빚은 올해 7조 5000억 원이나 늘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금융통화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지난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7회 연속 동결했는데, 그동안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여파를 고려한 것이었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며 인상 국면으로 전환했고, 같은 해 11월, 2022년 1월,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3.00%포인트 인상해 3.50%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 2008년 11월 4.00% 이래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한은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했음에도 소비자물가는 내려가지 않았다.
끝 모를 고금리의 후폭풍은 경제 구성원 중 가장 취약한 자영업자들에게 타격을 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1~10월) 자영업자 수는 569만 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842만1000명) 중 20.0%를 차지했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당시 20.6%였던 자영업자 비중은 2021년 20.2%로 급감한 데 이어 2020년에는 20.1%로 하락했다. 올해는 고금리에 고물가가 겹치면서 더욱 떨어졌다.
자영업자 비중은 하락했지만 고용원을 두지 않은 ‘나 홀로 사장’은 오히려 늘었다. 올해(1~10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428만 2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08년(446만 7000명) 이래 가장 많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2018년 398만 7000명을 기점으로 상승해 2019년 406만 8000명, 2020년 415만 9000명, 2021년 420만 6000명, 2022년 426만 7000명 등 갈수록 오름세다.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고물가, 고금리 등 종업원 고용에 부담이 되는 악재가 연이어 터지자 나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
무인점포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셀프 계산대를 설치한 편의점 4사(세븐일레븐, 이마트24, CU, GS25)의 무인점포는 2019년 208개에서 2020년 499개로 늘어나더니 2021년에는 2125개로 급증했다. 성장세는 이어져 지난해 3310개를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3530개까지 늘어났다. 4년 사이에 편의점 무인점포가 17배 증가한 셈이다.
인건비라도 아끼려고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는 자영업자들이 늘었지만 워낙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고금리 속에서도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증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1~10월) 개인사업자의 은행 대출이 7조5000억 원 늘어 자영업자의 은행 대출 잔액은 450조 3000억 원까지 증가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한국은 내년 하반기에나 금리 인하가 검토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고금리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계속될 것”이라며 “은행권이 올해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에게 최대 150만 원의 이자를 돌려주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상생방안을 더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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