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계 제조업체인 T 사는 2020년 11월 경영인정기보험에 가입했다. 40대 대표이사가 90세가 될 때까지 매월 보험료 200만 원을 내고 대표의 사망 시 사망보험금을 보장받는 순수보장성 상품이었다. T 사는 이 경영인정기보험을 만기 때 보험료를 돌려받는 저축성상품으로 잘못 안내받았다며 금융감독원에 불완전판매 민원을 제기했다.
중소건설업체 R 사도 2022년 4월 같은 경영인정기보험에 가입했다. 30대 대표이사 B 씨 역시 순수보장성인 이 상품을 10년 만기인 저축성상품으로 안내받았다며 보험을 판매한 회사에 납입보험료 전액 반환을 요구하는 민원을 냈다. 회사는 10년 뒤 환급금을 임원 퇴직금으로 쓸 계획이었다.
최근 경영인정기보험에 가입한 뒤 불완전판매 민원을 제기한 기업 사례다. 월 납입 보험료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액 상품에 가입하고도 설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경영인정기보험 가입 시 유의해야 할 점을 살폈다.
#회사에서 가입해 손금 처리 가능
경영인정기보험은 회사 임원의 사망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회사가 임원 부재에 따른 위험을 대비할 목적으로 임원을 피보험자, 회사를 수익자로 하는 경영인정기보험에 들면 보험사가 임원 사망 시 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상품에 따라 특약으로 경영인의 암이나 뇌질환, 치매 등 특정 질병 등을 보장하기도 한다.
기업인이 경영인정기보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법인세 절감 효과 때문이다. 보험료를 회사 비용(손금)으로 처리하면 임원 부재에 따른 위험을 보장받으면서 법인세도 줄일 수 있다. 법인세법 상 손금은 법인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발생하는 손비를 말하는데, 사업과 관련한 통상적인 비용, 수익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을 손비로 본다. 원칙적으로 기업이 쓴 돈이 손금 처리되려면 사업 관련성·통상성·수익 관련성이 입증돼야 하는 셈이다.
경영인정기보험 납입 보험료를 비용(손금) 처리하려면 구체적으로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료를 손금 처리할 수 있는 경영인정기보험은 △만기환급금이 없고(순수보장성) △계약자와 수익자가 법인이며 △피보험자 퇴직 시점을 예상할 수 없는 경우다. 계약자나 수익자가 법인이 아닌 경우 손금 처리를 할 수 없고, 만기환급금이 있거나 임원 퇴직 시점이 정해져 해지환급금이 예상되면 환급금에 상당하는 보험료는 자산으로 본다.
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는 2015년 보험 세무처리와 관련한 질의회신에서 “내국법인이 퇴직기한이 정해지지 않아 퇴직시점을 예상할 수 없는 임원(대표이사 포함)을 피보험자로, 법인을 계약자와 수익자로 하는 보장성보험에 가입해 사전에 해지환급금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 법인이 납입한 보험료 중 만기환급금에 상당하는 보험료 상당액은 자산으로 계상하고, 기타의 부분은 이를 보험기간의 경과에 따라 손금에 산입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순수보장성, 만기환급금 없고 해지환급금도 적어
현재 판매되는 경영인정기보험 상품은 대부분 고액의 순수보장성이다. 통상 월 납입 보험료가 수백만 원에 달하지만, 법인세 절세 요건을 만족하고자 만기환급금을 없앤 경우가 많다. 해지환급금은 일정 시점까지 적립되다 이후부터 점차 감소해 만기 때 0원이 되는 구조다. 통상 납입 보험료 90%를 해지환급금으로 돌려받으려면 보험료 납입 7년 무렵, 100%를 돌려받으려면 10년~20년 무렵이 지나야 한다.
물론 해지환급금도 과세 대상이다. 그간 회사 비용(손금)으로 처리했던 보험료를 돌려받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보험료 납입할 때 손금 처리 기준을 충족하면 법인 세제 혜택을 인정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추후 보험 해지로 환급금 등 보험료의 반대급부가 들어왔을 때는 이를 익금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영인정기보험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논란이 나오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앞서 A 씨와 B 씨 사례처럼 만기환급금이나 해지환급금, 손금 처리 관련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영인정기보험에 가입한 A 씨는 “법인세 절세 혜택을 받으며 적금 형태로 보험료를 납입하고 나중에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받는 상품으로 인지하고 가입했다”고 말했다. B씨도 “10년간 납입하는 저축성 상품으로 인지했다”고 덧붙였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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