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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50분 100만 원' 수험생 울리는 고액 입시 컨설팅 성행…불법은 아니다

"공공 입시 상담 위한 선생님 세 자릿수"…학교가 몰라 활용 못해

2023.12.14(Thu) 17:17:35

[비즈한국] 수능 성적 발표 이후 입시 컨설팅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하지만, 컨설팅 학원은 과도한 비용을 청구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공공 진학상담의 부족과 수험생들의 불안 심리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고액에도 호황 누리는 컨설팅 업계

 

8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됐다. 성적 공개 이후 학생과 학부모들은 바빠졌다. 내년 1월 3일부터 진행되는 정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입시 전략 세우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원서영역’이라는 은어가 있을 정도로 원서 접수에 도움이 되는 정보 습득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시 컨설팅 학원이 성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강남 대치동에 위치한 입시 컨설팅 학원의 정시 컨설팅 비용을 알아봤다. 유명 학원의 경우, 원서 접수까지 20일 이상 남겨뒀지만 이미 마감돼 대기 명단을 받고 있었다. 신청 가능한 학원 4곳을 대상으로 문의한 결과, A학원은 1시간에 50만 원, B학원은 1시간에 60만 원의 비용을 두고 있었다.

 

또 일반 컨설팅과 프리미엄 컨설팅으로 구분해 상담하는 학원도 있었다. C 학원은 1회성 1시간 상담은 50만 원이었지만, 프리미엄 컨설팅을 선택하면 원서접수 직전까지 피드백을 주는 조건으로 80만 원의 교습 비용이 책정돼 있었다. D학원은 기본 50분에 60만 원이었으나, 특정 소장을 지정하면 50분에 100만 원이었다.

 

대체적으로 1회 상담시간은 50분~1시간이었으며, 비용은 50만 원부터 1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우리나라는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습 비용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지난해 7월 대치동을 관할하는 강남서초교육청이 정한 진학지도 학원의 분(分)당 최대 교습 비용은 5000원이다. 시간당 최대 30만 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컨설팅 학원들이 불법일까. 3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책정돼 있더라도 개별 신고 절차를 진행했다면 불법이 아니다. 학원이 신고한 뒤 개별 교육청에서 교습 비용 조정절차를 거친다. 인건비와 지대를 고려해서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받고 있는지 교육비조정위원회에서 판단한다.

 

한 교육관계자는 “교육비조정위원회는 형식적으로 개최되고, 교육청에서 인상안 수용의 합법적 근거를 갖춰놓고 있다. 얼마든지 지정된 기준보다 상회해서 책정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결국, 유명무실한 규제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14일 2024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 인파. 사진=김민지 인턴기자


하지만, 고액의 비용에도 컨설팅 학원은 수험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B 학원에 정시 컨설팅을 문의했을 때, 관계자는 “접수는 가능하지만, 원하는 소장님이나 시간대를 선택하지 못할 수 있다”고 답했다. C 학원 관계자도 “시간을 최대한 맞춰 드리려고 하겠지만, 남아 있는 시간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컨설팅 학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무엇일까. 컨설팅을 받은 학생에 따르면, 대중적인 합격예측 프로그램을 사용해 결과를 보여주고, 표준점수와 백분위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대학과 학과를 추천해준다고 한다. 또 예상 경쟁률과 최초 합격, 추가 합격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컨설팅 후기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정시 컨설팅을 경험한 E 씨는 “생각하지 못했던 학교와 학과를 새롭게 추천받을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다른 경험자 F 씨는 “학교에서 상담한 부분이 부족하게 느껴졌고, 주변 친구들도 거의 다 해서 나도 하게 됐다. 큰 업체의 경우엔, 그들이 축적해 온 데이터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정시 카드 3장으로 대입을 결정해야 하는 게 불안해서 이용했다”고 밝혔다.

 

#공공 진학지도 선생님 세 자릿수…활용 못할 뿐

 

이처럼 학생들은 정보 파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교육 컨설팅을 이용하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 수는 201개이며, 대학마다 수능 성적을 반영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표준점수, 백분위, 학교별 변환표준점수 등 다양한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합격예측을 판단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컨설팅 학원은 정리된 정보를 제공하고, 합격 가능성을 예측해 주기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는 이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입시 컨설팅 학원은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고액의 비용을 책정하더라도 성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공교육에서 진학지도가 이뤄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진학지도를 위한 제도와 인프라가 구축된 상황이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관계자는 “대교협에서 연수를 하고, 대표 강사로 선발돼 있는 컨설팅 지도 선생님들이 이미 세 자릿수로 계신다. 충분히 지도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일선 학교에서 활용하지 못하고 모르는 상태”라며 “정부의 홍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14일 정시 박람회에서 만난 고3 학생들에게 학교에서의 진학지도 상담 경험을 물었다. 학생들은 “학교에선 담임선생님과 상담하고, 대학교에서 오는 입시 설명회만 들어봤다”며 “여기 와서 1 대 1 상담을 받고, 합격 가능성 등을 들었다”고 얘기했다.

 

앞선 언급한 대로 공교육 측면에서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현장에서 몰라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고액 컨설팅 관련 문제가 대두되자, 11일 교육부는 공공 입시 상담 지원을 확대한다고 대책을 발표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단을 통해 15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집중상담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뒤늦게 공공 진학지도 확대에 나선 교육부가 단시간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민지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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