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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바꾸고 조직문화에 사명까지? 카카오, 정말 달라질까

김범수 창업자 '대대적 체질변화' 공표…'IT 투자 전문가' 정신아 신임 대표 이력 눈길

2023.12.14(Thu) 16:35:28

[비즈한국] 카카오가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검찰 수사와 내부 비리 폭로 등 위기를 맞은 카카오는 ‘근본적 변화’를 예고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최근 임직원을 만나 조직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13일에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의 뒤를 이을 신임 대표도 발표했다. 어느 때보다 시린 겨울을 보내는 카카오가 대대적인 변화를 거쳐 혁신 기업으로 재탄생할지 주목된다.

 

12월 11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임직원 간담회를 열고 그룹 쇄신안을 발표했다. 사진=카카오 제공

 

“경영쇄신위원장으로서 의지를 가지고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주도하고자 한다.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겠다.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

 

카카오가 체질 변화를 통한 위기 극복에 나섰다. 김범수 위원장은 지난 11일 임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을 열고 △핵심 사업 집중 △그룹 거버넌스 개편 △조직 문화 재검토 등 기업 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 리더십을 세워 2024년부터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라고 발표했다. 

 

이틀 후인 13일 카카오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홍은택 카카오 대표의 뒤를 이을 신임 단독 대표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내정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이베이, NHN(네이버)을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한 정 대표는 현재 카카오그룹의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의 사업총괄과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도 맡고 있다. 카카오 신임 대표로 내정된 후에는 쇄신 태스크포스(TF) 장을 맡아 그룹 개편을 이끌 전망이다. 

 

카카오는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을 받는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에 이어, 지난 9월에는 법인카드를 유용한 임원이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당했다. 카카오와 김 위원장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도 받았다. 

 

위기가 이어지자 11월 카카오는 김소영 전 대법관 등 위원 7인으로 구성한 외부 감시 기구 ‘준법과 신뢰 위원회(준신위)’를 세웠다. 그런데 11월 말 준신위 위원인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소셜미디어에 고가의 법인 골프 회원권 등 카카오 내부 비리를 폭로하면서 또 한 번 파문이 일었다. 김 위원장이 창업자로서 직접 카카오 그룹 쇄신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계열사 운영을 각 CEO에 맡기는 경영 방식에 메스를 댈 계획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 일괄적인 자율 경영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라며 “투자와 스톡옵션,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내던 방식에 이별을 고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관계사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 후광을 단 계열사가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국정감사 단골 소재가 되는 등 정치권에서 계열사 축소를 요구하자 정리에 나섰지만, 2023년 상반기 기업집단설명서 기준 카카오 소속 국내 회사의 수는 126개(카카오 포함)에 달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집단별 소유지분도에서 네이버 소속회사가 5월 기준 59개인 것에 비해 2배가 넘는 숫자다.

 

신규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과의 분쟁도 잦았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헬스케어,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계열사가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거나 사업 아이디어를 표절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근에는 검찰 수사 대상에도 올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옛 카카오엠, 카카오페이지) 전 임원진이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기업 가치보다 고가에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이 일어서다.

 

카카오는 2024년 3월 홍은택 현 대표의 뒤를 이을 신임 대표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사진)를 내정했다. 사진=카카오 제공


김 위원장이 발표한 쇄신안 중 조직 문화 재검토도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카카오의 사명부터 영어 이름을 쓰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까지 바꾸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특유의 조직 문화는 참신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입지가 달라진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던 것도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다.

 

카카오 관계자는 “외부 의견과 직원 이야기도 들으면서 현재 카카오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다. 사회적인 눈높이에 맞게 쇄신을 진행할 것”이라며 “우선 대표이사 교체라는 큰 사안을 결정했고, 내부적으로 변경하는 것도 있다”라고 전했다. 

 

쇄신안 발표에 카카오 노동조합(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인 ‘크루 유니언’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영진 교체 및 사후 대처, 직원과의 소통강화를 요구했다. 노조 측은 “사퇴한 임원에게 특혜를 제공하면 쇄신과 신뢰 회복은 불가능하다. 후속 인사 조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며 “쇄신 방향을 정할 때 크루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여론조사와 같은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 의견을 공식적으로 청취하고 반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2일에도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실현 여부에 의문을 표하는 직원이 많다”라며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을 계열사 직원의 참여와 소통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내년부터 카카오 쇄신을 주도할 정신아 신임 대표의 이력이 눈길을 끈다. IT 투자 전문가로 꼽히는 정 신임대표는 카카오벤처스에 임원으로 오기 전 NHN비즈니스플랫폼에서 전략·사업 기획 등을 총괄하며 NHN 수석부장을 역임했다. 카카오는 그동안 주요 그룹 및 계열사의 C레벨(최고위 임원)을 김 위원장이 몸담았던 NHN 출신으로 꾸려왔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인맥 경영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정 신임 대표는 이사진의 신임을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카카오 제주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됐고, 지난 9월에는 CA협의체가 4인 총괄 체제(사업, 위기관리, 투자, 경영지원)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사업 총괄로 합류했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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