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아시아 시장 확대에 나서는 캐나다 ‘국민커피’ 팀홀튼이 국내에서 1호점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팀홀튼은 스타벅스에 이은 글로벌 커피 브랜드다. “미국에 스타벅스가 있다면 캐나다엔 팀홀튼이 있다”고 할 정도로 오랫동안 국민 브랜드로 사랑 받은 팀홀튼은 현지에서만 35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 내 스타벅스(약 1400개)보다 2.5배 많은 수로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무엇보다 팀홀튼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강자로 꼽히는데, 국내 가격은 현지보다 다소 높게 책정됐다. 이미 강남 오피스 상권인 선릉역 인근에 2호점까지 점찍어둔 가운데, 더욱 치열해지는 국내 커피 시장에서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캐나다 국민 커피 팀홀튼이 국내 1호점을 오픈한 가운데 현지보다 높은 가격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14일 오픈 3시간 전인 오전 7시 무렵 매장 앞에서 대기한 고객들. 사진=강은경 기자
#캐나다판 ‘커피 앤드 도넛’에 세 시간 대기도 불사
14일 정식 영업을 시작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1호 매장은 비오는 궂은 날씨에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픈 3시간 전인 오전 7시 정각 이미 30명 정도가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인원이 점차 늘어나 10시 개장 직후에는 사전에 설치한 대기선을 넘어 옆 건물 버거킹 매장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매장을 지나치다 간판이나 대기 행렬을 촬영하는 사람들까지 가세하면서 통행이 혼잡해지자 대기선을 다시 정리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른 새벽부터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은 고객들은 “그리운 맛”을 찾아왔다며 상기된 모습이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신 아무개 씨(49)는 오전 6시 50분쯤 대기 줄에 합류했다. 신 씨는 “캐나다에 살면서 10대 때부터 매일같이 찾던 카페다. 캐나다를 떠나온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났는데, 국내 론칭 소식이 너무 반가웠다. 항상 ‘더블더블’과 머핀을 먹었는데 아직은 도넛과 샌드위치만 파는 것 같다. 친구들과 나눠 먹을 만큼 넉넉히 사고 굿즈도 구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인 친구와 함께 방문한 정 아무개 씨(27)도 “평범한 맛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추억 때문에 특별하게 느껴진다. 현지에서는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매장이 많다. 빨간색 간판만 봐도 설렌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14일 공식 오픈한 신논현역 인근 팀홀튼 매장. 공식 개장한 오전 10시 무렵 옆 건물까지 인파가 몰렸다. 사진=강은경 기자
국내 첫 매장은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3번 출구 인근, 과거 로스터리 콘셉트의 투썸플레이스 매장이 있었던 곳에 자리했다. 높은 천장에 총 2.5층으로 구성됐던 기존 투썸 매장과 달리 팀홀튼 신논현역점은 건물 1층만 사용한다. 매장 안은 특유의 친숙한 분위기를 살렸고 하얀 외벽에 빨간색 단풍 모양 대형 로고를 설치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팀홀튼은 커피와 도넛을 주력으로 하는 캐나다 대표 커피 브랜드다. 미국, 영국, 중동 등 전 세계에 매장이 있다. 2019년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최근 아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에 이은 일곱 번째 아시아 진출국이다. 이달 28일에는 또 다른 플래그십 스토어인 선릉역점이 두 번째로 문을 연다. 라파엘 오도리지 RBI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진출 배경에 대해 “한국 고객들이 새로운 커피 브랜드를 기다린다고 본다”며 “한국 커피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만큼 수요도 많은 곳으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지선 3300원 ‘팀빗’ 한국선 7000원…“한국 물가·시장 상황 고려”
오랜 시간 대기한 고객들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표 음료를 주로 골랐다. 그 중 블랙커피에 ‘설탕 둘 크림 둘’을 넣은 더블더블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스타벅스의 프라푸치노와 유사한 ‘아이스캡’이나 커피가 들어가지 않은 바닐라 라떼 ‘프렌치바닐라’를 찾는 주문도 이어졌다. 고객 대부분은 던킨의 ‘먼치킨’과 닮은 ‘팀빗’ 등 도넛류를 함께 즐겼다.
팀홀튼은 커피와 도넛을 주력 상품으로 하는 캐나다 대표 커피 브랜드다. 사진=강은경 기자
국내에 상륙한 팀홀튼은 가성비를 떼고 현지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팀홀튼 아메리카노 가격은 가장 작은 사이즈(M) 기준 4000원으로 이디야(3200원)보다 비싸고 스타벅스(4500원)보다 싸다. 캐나다에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보다 약 1000원 싼 것을 생각하면 한국에서는 가격 메리트가 낮다. 현지 팀홀튼에선 아메리카노가 2.49캐나다달러(CAD)로 주세가 가장 높은 퀘벡에서도 우리 돈 2600원(세금 포함) 정도면 즐길 수 있다. 더블더블 등 블랙커피류(L)는 약 2300원으로 한국 4400원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에서 5900원에 판매되는 프렌치바닐라(L)는 현지가격 3300원 정도다.
입장을 기다리던 30대 고객 A 씨는 “국민 커피라고는 하지만 향이 부족하고 진하기만 하다며 선호하지 않는 캐나다 사람들도 있다.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은 게 장점인데 가격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SPC 비알코리아의 던킨도너츠나 롯데잇츠의 크리스피크림도넛으로 양분되는 프랜차이즈 도넛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지도 주목된다. 다만 도넛은 음료보다 현지와 한국의 가격차이가 더 크다. 캐나다에서는 일반 크기 도넛 6종이 세금 포함 약 8200원인 반면 국내에선 1만 4300원으로 책정됐다. 현지가 3300원 수준인 원형의 작은 사이즈 도넛 팀빗 10종은 국내에서 두 배 이상 비싼 7000원에 판매된다. 현재 밴쿠버 인근에 거주하는 조 아무개 씨(29)는 “현지에서는 가성비 때문에 가는 곳이다. 특히 팀빗은 저렴한 간식거리라는 인식이 있다. 한국 프랜차이즈로 치면 이디야나 그보다도 더 저렴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캐나다 밴쿠버 인근 랭글리 지역의 팀홀튼 매장. 사진=독자 제공
팀홀튼은 버거킹과 파파이스 등을 운영하는 외식기업 비케이알코리아(BKR)가 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로 들여와 국내 운영을 맡는다. 아시아 진출 판로 개척을 추진하던 팀홀튼과 실적을 낼 새로운 사업을 찾던 BKR가 통했다. 라파엘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의 말처럼 한국 커피 시장은 세계적인 기준으로도 상당히 큰 규모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평가되는데 2022년 커피와 음료점업 점포 수만 2022년 9만 9000개에 달한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장기전에서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블루보틀’, ‘%아라비카(일명 응커피)’ 등 앞서 시장에 진입한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현지와 가격 전략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앞으로의 브랜드 마케팅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커피 브랜드 가운데 어떤 위치가 적당할지 포지셔닝을 하고 현지 가격보다는 높게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맛과 품질만큼이나 인테리어, 커피 문화 등 매장에서 캐나다의 이국적인 감성을 체험할 수 있는 차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팀홀튼 측은 가격은 판매하는 국가의 경제 수준, 시장 상황, 고객 수요와 운영 비용 등을 종합 검토해 책정한다고 설명한다. 팀홀튼 관계자는 “국내 주요 메이저 브랜드나 팀홀튼이 진출한 국가에서 적용한 가격 대비 합리적인 수준으로 판단한다”며 “푸드 메뉴는 미리 만들거나 외부에서 제조된 메뉴를 사입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 후 매장에서 바로 조리하는 시스템으로 신선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을 감안해달라”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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