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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기업 상속세, 넥슨과 한미약품은 어떻게 해결했나

넥슨, 비상장 지주사 지분으로 조 단위 상속세 물납…한미약품, 재단에 지분 증여해 일부 면제

2023.12.13(Wed) 15:52:20

[비즈한국] 23년째 유지되는 기업상속세를 두고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두 기업의 전혀 다른 대응이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넥슨과 한미약품이다. 넥슨은 지주회사의 지분으로 상속세를 물납했고, 한미약품은 연부연납 제도와 재단 증여 방식을 활용했다.

 

넥슨과 한미약품 본사. 사진=비즈한국 DB

 

#넥슨, 4조 7000억 수준 NXC 지분 29.3% 물납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넥슨 창업자 ​고 김정주 회장의 유족이 상속세로 물납한 넥슨그룹 지주사 NXC 지분을 오는 18일부터 공개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 지분은 NXC 지분 29.3%로 지분 가치는 4조 7000억 원 수준이다. 지난해 2월 고 김정주 회장이 돌연 사망하며 아내 유정현 NXC 이사와 두 딸이 김 회장이 보유했던 NXC 지분 196만 3000주(67.49%)를 상속했다. 상속 후 유정현 이사가 34%, 두 딸이 각각 31.46%의 지분을 갖게 됐다. 

 

넥슨 창업주 고 김정주 회장. 사진=NXC 제공

 

넥슨 오너 일가가 상속한 유산은 약 10조 원 수준이며, 상속세로 약 6조 원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NXC 지분 29.3%를 상속세로 기재부에 물납해 대부분의 상속세를 해결했다. 물납 후 NXC의 지분 구조는 유 이사 34%, 기재부 29.3%, 두 딸이 각각 16.81%로 변경됐다. 

 

고 김정주 회장의 재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비상장사 NXC 지분인데, 비상장 주식은 현행법상 연부연납 시 납세담보 항목에서 제외된다. 김 회장의 유족은 지분을 대신할 담보가 없어 물납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납 후 유 이사 등 오너 일가와 가족 소유 계열사인 와이키즈가 보유한 NXC 지분은 69.34% 수준이다.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 요건인 지분의 3분의 2 이상 보유에 해당하므로 경영권 보호에는 무리가 없다. 

 

기부를 통해 상속세 일부를 줄이는 방안도 있다. 넥슨재단을 비롯해 넥슨 관련 공익재단에 지분을 기부할 경우 5%까지 면세가 된다. 다만 김 회장의 유족은 재단 기부 방식을 활용하진 않았다. 

 

기재부는 물납을 통해 받은 NXC 지분 29.3%를 통매각할 예정이다. 경영권 확보가 되지 않는 수준의 지분인데, 4조 원대의 높은 가격이 책정돼 매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미약품-재단 증여 통해 상속세 부담 덜고, 연부연납 통해 매년 상속세 납부 

 

지난 2020년 8월 고 임성기 한미그룹 회장이 사망하면서 그가 보유했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7%(2307만 6985주)는 아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약 699만 주, 세 자녀(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장)가 355만 주를 나눠 가졌다. 나머지 주식은 그룹 산하 공익법인인 가현문화재단이 330만 주, 임성기재단이 202만 주 가량을 증여 받았다. 

 

고 임성기 회장의 유족들이 납부할 상속세 규모는 5000억 원대로, 송 회장이 2000억 원, 세 자녀가 각 1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5년 동안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사진=한미약품 제공

 

유족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재단에 증여해 상속세 1000억 원가량을 아꼈다. 공익법인의 경우 지분율 5% 미만까지 증여세 면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유족은 사회환원 차원에서 상속 지분을 증여한다는 명목으로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에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각각 4.89%, 3% 증여했다. 

 

제약업계에서는 한미약품 오너 일가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고배당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측했으나 2019년도 수준의 배당(1주당 200원)이 이어졌다. 유족은 대신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 주식담보대출 등 보유 주식을 적극 활용해 상속세를 마련했다.

 

사모펀드와도 손을 잡았다. 백기사로 나선 곳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로, 지난 5월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전략기획실장의 지분 11.8%를 3132억 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라데팡스파트너스는 한미약품과 우호적인 관계로 알려졌다. 하지만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출자에 문제가 생기며 거래 시점이 미뤄졌고, 지난달 IMM인베스트먼트와 KDB인베스트먼트와 손을 잡아 PEF 연합을 꾸려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의 지분도 매수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거래 구조가 어떻게 될지 이목이 쏠린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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