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방산 기업들이 대표이사 등 임원진에 군 출신들로 임명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선 방산 기업이 군을 상대하기에 군 사업 및 사업절차에 대한 이해력 등이 높은 군 출신 임원들이 기존 임원들에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들은 부대 지휘 경험을 통해 거대조직을 이끌 능력을 갖췄기에 향후 다른 방산 기업들도 예비역 장성을 비롯한 군 출신들을 대표이사로 내정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LIG넥스원이 신임 사장에 군 출신 신익현 부사장(C4ISTAR사업부문장)을 내정했다. 신 부사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사장직을 수행하며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오를 예정이다.
신 부사장은 1984년 공군사관학교 32기로 임관해 2007년 청와대 안보 전략비서관실안보전략비서관실 행정관, 2010년 공군 제8전투비행단장, 2013년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처장 등을 지낸 뒤 2015년 준장으로 전역했다. 2017년 LIG넥스원에 전략기획전문위원으로 합류 후 감시정찰사업부장, C4ISTAR(지휘통제 통신·감시정찰·표적획득)사업본부장, C4ISTAR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업계에선 LIG넥스원이 군 출신 사장을 최초로 선임한 것을 두고 유도무기, 항공 탑재 무기체계, 초소형 위성, 드론 등의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인선라 분석했다.
신 부사장은 기존 수출 지역, 신규 시장 창출, 신규 무기 개발 등에 집중할 전망이다. 올해 3분기 전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천궁 PIP, 전술함대지 2차 사업 등 진행하던 사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4.4% 감소한 17.3%다.
방산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업계 특성상 군 출신 임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과거에는 고문 등 군 사업 특성에 대한 조언과 연결고리 측면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경영을 이끄는 등 추진력이 조명받으며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김왕경 휴니드테크놀러지스 사장도 육사 38기,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이다. 김 사장은 지난 2012년 30여 년을 육군에서 복무하고 합동참모본부 대학합동참모본부대학 학장을 끝으로 전역한 뒤 한화에 입사해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한화그룹 방산 부문의 초석을 다졌다. 휴니드테크놀러지스로 이직 후에도 차세대 군 통신망과 항공우주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며 차세대 통신 기술과 드론 등 새로운 사업영역 확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도 공군 출신이다. 공군 조종사로 임관해 제5 전술공수 비행단장, 남부 전투사령관, 공군교육사령관, 공군 참모차장을 지낸 뒤 공군 중장으로 예편했다. 경남 사천시 항공우주산업 정책관, 영남대 석좌교수를 거쳐 2022년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공군의 주요 보직을 거치고 영국 왕립시험비행학교 최고 전문과정을 이수한 항공 전문가다. 강 사장은 2050년 매출 40조 원, 세계 7위 항공우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글로벌 KAI 2050’ 비전을 직접 발표한 바 있다. 내년 취임 3년 차에 접어들며 장기간 대규모 R&D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 선진 방산 업체들도 군 출신 인사들이 최고경영자 등 임원진에 다수 포진한다. 전투기,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를 양산하는 만큼 방위 산업을 둘러싼 이해가 탁월한 인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세계 1위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에서는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역임한 조지프 던포드 해병대 예비역 대장, 미국 국가정찰국(NRO) 수장이던 브루스 칼슨 공군 예비역 대장 등이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방부나 군대, 방산 분야 국가기관과 접점이 많은 장성 출신 인사가 수주 활동에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방산 사업은 국내외 정부를 상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업종이다. 정부 기관인 방위사업청을 포함해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등도 주요 거래처로 꼽힌다. 해외 정부를 상대로 하는 수주전에서도 우리 정부와 기관 협조가 중대한 요소인 만큼 대관업무가 중요하다. 최근 K-방산 수출이 증가하면서 일감이 많아진 상황에서, 군 생활을 직접 경험하고 무기를 운용해본 경험이 있는 군 장성이 수주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선호하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군 출신은 민간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 창출을 제1의 가치로 삼는 기업문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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