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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우주 나이가 138억 년이 아니라 270억 년이라고?

제임스 웹이 관측한 '늙어 보이는' 천체들의 미스터리를 설명하는 방법

2023.12.11(Mon) 15:06:04

[비즈한국]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관측 데이터를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비슷한 문제가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빅뱅 이후 고작 3억~5억 년밖에 지나지 않은 먼 과거 시점에 지나치게 무겁게 보이는 은하, 초거대 질량 블랙홀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먼 과거에 존재한 초기 우주의 천체라기에는 너무 빠르게 성숙한 것처럼 ‘과하게 무거운’ 모습으로 보인다. 마치 고고학에서 이야기하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유물, 오파츠(OOPARTS, Out-of-place artifacts)와 같은 느낌이다. 

 

제임스 웹의 관측 데이터가 정말 사실이라면 두 가지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초기 우주에서는 지금보다 별과 은하, 블랙홀의 성장 속도가 훨씬 빨랐다. 우주의 상태가 지금과는 달라서 먼 과거 초기 우주에서 별과 은하가 더 빨리 폭풍 성장을 했다면, 나이에 비해 많이 성숙해 보이는 천체들의 미스터리를 이해할 수 있다.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지만 두 번째 방법도 있다. 어쩌면 우주의 나이가 우리가 줄곧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길지도 모른다. 현재 거의 모든 천문학자들이 우주가 138억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우주 나이가 138억 살쯤 될 것이란 추정은 우주의 팽창, 우주배경복사, 여러 시뮬레이션과 다양한 개별 관측을 통해 오래전부터 지지를 받아왔다. 그런데 만약 빅뱅이 이보다 훨씬 더 일찍 벌어졌다면? 예를 들어 우주의 나이가 사실 138억 년이 아니라 150억, 200억 년을 넘는다면? 제임스 웹이 하나하나 발견하는 지나치게 무거운 은하들은 더 긴 세월 여유롭게 성장해서라고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최근 제임스 웹의 데이터를 근거로, 우주 나이가 138억 년이 아닌 270억 년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설이 담긴 논문이 발표되었다. 당장은 제임스 웹의 난감한 관측 결과를 잘 설명한다. 하지만 그간 방대하게 쌓인 다른 관측 결과들과는 맞지 않는 다소 파격적인 가설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논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제임스 웹이 안겨준 가장 최근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이론이 아닌 이미 100년 전에 사장됐다고 평가받는 ‘구닥다리 가설’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100년 전 사장된 구닥다리 가설로 제임스 웹의 최신 관측 결과를 설명하는 시도를 소개한다.

 

천문학자 허블은 동료 휴메이슨과 함께 여러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그리고 앞서 또 다른 천문학자 슬라이퍼가 측정해둔 각 은하의 스펙트럼과 비교했다. 특히 각 은하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더 긴 파장 쪽으로 치우쳐 보이는지, 적색편이의 정도와 비교했다. 놀랍게도 은하들의 적색편이 정도는 각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해서 늘어났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이것이 은하들이 박혀 있는 우주 시공간 자체가 균일하게 팽창하면서 벌어진 결과라고 생각했다. 

 

먼 은하에서 빛이 날아오는 동안, 그 사이 시공간도 함께 늘어난다. 지구로 날아오던 은하의 빛의 파장도 더 길게 늘어지게 된다. 더 먼 은하일수록 빛의 파장이 늘어나는 효과도 더 커진다. 그래서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해서 적색편이 정도가 커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허블의 발견은 곧 이어 우주의 팽창, 그리고 빅뱅이라는 우주 태초의 순간을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관측적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외골수 천문학자 츠비키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은하들의 적색편이라는 현상을 보다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츠비키는 은하의 스펙트럼이 적색편이를 보이는 것을 우주의 팽창, 은하들의 후퇴 때문이라고 곧바로 판단하는 건 섣부르다고 생각했다.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하면, 사실 천문학자들이 관측으로 확인한 건 은하의 스펙트럼이 더 긴 쪽으로 치우쳐 보인다는 적색편이 자체일 뿐이다. 깐깐한 츠비키가 보기에는, 실제 시공간의 팽창이 아니라 적색편이만 보고 그 적색편이를 나름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시공간의 팽창으로 인한 결과일 거라 추론했을 뿐이었다. 

 

먼 은하까지의 거리와 은하들의 후퇴 속도가 비례한다. 이를 근거로 우주 시공간이 팽창한다고 추정한다.


그렇다면 시공간의 팽창 말고, 분명 관측되는 은하들의 적색편이를 설명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츠비키는 아주 그럴싸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빛이 다른 원자, 전자와 부딪히면서 에너지를 잃고 다른 방향으로 산란되는 콤프턴 산란 현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먼 우주에서 지구까지 빛이 날아오는 동안, 우주 곳곳을 채우고 있는 다른 가스 구름 속 원자들과 부딪힐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빛은 에너지를 잃게 되고, 파장이 더 긴 쪽으로 산란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말 그대로 먼 우주에서 빛이 날아오면서 다른 원자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에너지를 잃고 지쳐간다는 것이다! 

 

츠비키가 대안으로 제시한 이 가설을 ‘빛의 피로(Tired Light)’ 가설이라고 부른다. 츠비키의 가설이 맞다면 더 먼 거리에서 날아온 빛일수록 더 많이 지칠 것이다. 더 긴 여독으로 인해 빛의 파장도 더 길게 늘어진다. 놀랍게도 시공간의 팽창 없이도, 츠비키의 ‘빛의 피로’를 통해 거리에 비례해서 은하들의 스펙트럼이 더 길게 늘어져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게 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번 논문 저자는 100년 전에 나온 이 츠비키의 가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이 지지하는 CDM 우주론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에 의해 지배받는 우주의 진화를 이야기한다. 이 모델에서 은하의 빛을 더 긴 파장으로 적색편이 시키는 것은 우주 시공간의 팽창뿐이다. 따라서 실제 관측되는 적색편이 정도를 단순히 우주의 팽창 하나만으로 설명하려면 우주의 팽창이 그동안 꽤 빠르게 진행되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우주가 지금의 스케일까지 팽창하기까지 걸린 그간의 세월, 우주의 나이는 그리 길지 않게 된다. 이렇게 추정되는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이다. 

 

그런데 만약 실제 관측되는 은하들의 적색편이가 시공간의 팽창으로 인한 효과뿐 아니라, ‘빛의 피로’ 현상이 함께 적용된 결과라면? 논문의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둘이 함께 적용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적용한다면, 우주의 나이는 훨씬 늘어난다. 관측되는 적색편이를 시공간의 팽창 하나만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으므로, 우주의 팽창도 현재 추정하는 것에 비해 훨씬 천천히 진행될 수 있다. 그 느린 팽창 속도로 우주가 지금의 스케일로 팽창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계산해보면,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에서 270억 년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뻥튀기 된다!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주장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빛의 피로 가설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후에 진행된 여러 관측이 팽창하는 우주 모델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1930년대 당시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과 리차드 톨먼이 함께 제시한 흥미로운 테스트가 있다. 이들은 거리에 따라 은하들의 표면 밝기가 얼마나 어두워 보이는지를 통해 팽창 우주와 빛의 피로 둘 중 무엇이 맞는지를 검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임스 웹으로 관측한 슈테판의 오중주 은하. 가장 왼쪽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은하가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다. 반면 더 멀리 떨어진 은하들은 흐릿하고 어둡게 보인다. 사진=NASA


만약 츠비키의 빛의 피로 모델이 맞다면 우리가 보게 될 은하들의 표면 밝기는 이렇게 변해야한다. 거리가 멀어지면 은하의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어두워진다. 동시에 더 멀어질수록 은하 전체를 더 좁은 시야에서 보게 된다. 하늘에서 보이는 은하의 면적은 거리 제곱에 반비례해서 작아진다. 결국 두 효과는 상쇄된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그에 비례해서 빛이 피로해지는 효과만큼만 어두워진 은하를 보게 된다. 즉 빛의 피로 모델이 맞다면 은하들의 표면 밝기는 거리에 단순 반비례해서 어두워져야 한다. 

 

그런데 우주가 팽창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먼 은하에서 빛이 날아오는 동안 계속 우주가 팽창하면서 그 은하까지의 실제 거리도 계속 멀어진다. 이러한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빛이 날아오는 동안 그 사이 은하까지 거리가 더 멀어지면서 은하에서 날아오는 빛이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첫 번째로 이런 시간 지연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로 빛이 날아오는 동안 시공간의 팽창으로 인해 빛의 파장 자체가 거리에 비례해 늘어지는 적색편이의 효과도 있다. 그 다음으로 은하가 멀어지며 은하가 사방으로 방출한 빛의 세기가 거리 제곱에 반비례해서 더 어두워지는 효과까지 있다. 즉 이 모든 효과를 고려하면 팽창 우주 모델에서는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은하의 표면 밝기가 거리 네제곱에 반비례해서 빠르게 어두워져야 한다. 

 

그렇다면 실제 관측은 어떨까? 거리가 더 멀수록 우리가 볼 수 있는 은하의 수가 압도적으로 줄어든다. 이것은 하늘에서 보이는 은하의 표면 밝기가 거리 네제곱에 반비례해서 빠르게 어두워지며 배경 하늘의 밝기 속에 파묻혀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은하의 표면 밝기 변화를 통해 팽창 우주 모델을 확인하는 방법을 톨먼의 표면 밝기 테스트라고 한다. 빛의 피로 가설을 결국 무너뜨린 가장 강력한 관측적 증거 중 하나다. 

 

이 외에도 우주배경복사처럼 다양한 관측이 팽창하는 우주의 모델을 지지한다. 아쉽게도 이번 논문에서는 빛의 피로를 부정하는 이런 다양한 추가 관측을 세세하게 반박하지 못했다. 다만 최근 제임스 웹이 연이어 발견한 지나치게 빨리 성숙한 초기 은하들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 중요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우주의 나이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제임스 웹의 놀라운 발견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아주 먼 초기 우주에서는 기대하지 않은 막대 은하의 모습까지 발견했다. 이 은하는 우리은하의 먼 옛날 모습과 아주 유사할 것이라 추정한다. 이전까지 천문학자들은 은하 중심의 막대 구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억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CEERS-2112 은하를 보면 겨우 수천만 년 안에 막대 구조의 진화가 끝났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제임스 웹을 통해 벌어지는 발견은 결국 우리에게 두 가지 질문을 남긴다. 어쩌면 그간 기존의 ΛCDM 모델을 통해 예측했던 초기 우주의 진화에 비해 실제 우주에서는 훨씬 빠른 속도로 은하의 탄생과 성장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빅뱅 이후 20억~30억년 밖에 되지 않은 초기 우주에서 꽤 이미 성장한 모습의 은하들이 발견되는 것일 수 있다. 

 

또는 이번 신박한 논문에서 주장했듯이 정말 우주의 나이 자체를 다시 재고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은 너무나 많은 관측적 증거로 인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지만 제임스 웹의 최근 관측 결과들이 우주의 나이를 두 배로 뻥튀기했을 때 설명된다는 것은 꽤 흥미롭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636-x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3arXiv231003063D/abstract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fe07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524/3/3385/7221343?login=false

https://www.pnas.org/doi/epdf/10.1073/pnas.15.10.773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5786-2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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