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 생애주기를 소득과 소비로 따져보면 어떨까. 통계청에 따르면 생애 주기상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시기는 교육비 지출이 많은 17세, 고등학생 때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3575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가운데 공공교육소비로 1151만 원을 지출했다. 또 27세부터 노동소득이 소비보다 많은 ‘흑자 인생’에 진입했고, 43세에 노동소득이 3906만 원을 기록하며 최대 흑자(1792만 원 흑자)를 찍고, 61세부터는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기대수명은 늘어났는데, 전체 생애에서 흑자를 기록한 시간은 34년밖에 되지 않았다.
기대수명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70년 이래 전년 대비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의 기대 수명이 평균 82.7년으로 나타났다. 즉, 현재와 같은 사망 추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지난해 출생한 아기가 82.7년을 더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전년보다는 0.9년 줄어든 수치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1.9년 증가했다. 여기다 일생 중 약 17년은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유병상태로 지낼 것으로 전망됐다.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물론, 대대손손 풍족하게 지낼 수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은퇴 이후의 삶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욱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노년은 원숙하고 고요한 인생의 황금시기’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기 쉽지 않다. 나이가 들면 자식들의 결혼자금을 지원해야 하고, 그들의 자녀들을 양육할 체력도 있어야 한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필수다. 은퇴했다고 해서 돈 나갈 구멍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데, 고금리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노후생활이 팍팍하다고 걱정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문제는 ‘빚’이다. 내가 사망하기 전에 빚을 정리하고 가면 상속자들이 곤란함을 겪지 않아도 되겠지만, 기존에 빚이 있었다면 노후에 이르렀을 때 청산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 때문에 부모나 자신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자녀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상속 대상이 되는 재산은 화폐가치가 있는 자산이다. 이 때문에 사망자가 빚이 있다면 상속인도 빚이 상속된다.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남은 가족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속포기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재산보다 빚이 많으면 상속포기신청을 할 수 있는데, 상속개시일 즉, 사망일로부터 3개월 안에 관할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신고서를 내야 한다. 경기 불황으로 상속 포기 건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상속 포기 접수 건수는 사상 최대인 2만 5679건으로 집계됐다.
상속포기가 아닌, 한정승인도 선택할 수 있다. 한정승인이란 피상속인이 사망했을 때 피상속인의 재산이 많은지, 빚이 많은지 알 수 없는 경우,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을 한도로 빚을 정산하고, 남는 재산을 상속하는 것을 뜻한다. 사업을 하다가 사망한 경우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속인이 3개월 내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으면 법원은 상속인이 모든 채권, 채무를 승인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또 아무런 신고도 하고 상속재산의 일부를 처분하는 경우에도 무조건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피상속인의 신용카드 대금은 어떨까. 카드대금도 상속채무로 인식돼 3개월 안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으면 갚아야 할 돈이 되기 때문에 빠른 결정을 하는 것이 좋다.
“공부가 중하냐? 집안일이 중하냐? 그것도 네가 없어도 상관없는 일이면 모르겠지만 나만 눈감으면 이 집 속이 어떻게 될지 너도 아무리 어린애다만 생각해봐라. 졸업이고 무엇이고 다 단념하고 그 열쇠를 맡아야 한다. 그 열쇠 하나에 네 평생의 운명이 달렸고 이 집안 가운이 달렸다. 너는 열쇠를 붙들고 사당을 지켜야 한다.”
염상섭의 ‘삼대’는 상속을 둘러싼 가족의 갈등과 충돌을 그리고 있다. 결국 세상의 모든 일은 ‘돈’으로 결정된다. 타고난 재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정보력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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