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발전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구성원으로 인정하면서, 정식 장례절차를 거쳐 추모하고자 하는 보호자가 증가했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증가하고 있으며 님비 현상으로 인한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반면, 관련 업계는 시설 확대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반려동물도 가족…추모하고 애도하는 장례 문화 발전
최근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반려견과 반려묘의 수는 약 800만 마리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지난해 8조 원을 기록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을 비롯해 여행, 보험 등 전 분야에 걸쳐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으며, 사후를 책임지는 장례 서비스도 등장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 처리방법은 동물 장묘시설을 이용하거나 의료·생활폐기물로 소각해야 한다. 하지만 보호자들은 가족구성원으로 여겼던 반려동물을 폐기물과 함께 소각할 수 없다는 생각에 반려동물 장묘시설 이용을 늘리고 있다. 또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우울증상인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정식 장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단순 화장시설이 아닌 추모하고 애도하는 문화의 공간으로 발전했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몽몽이 M파크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방문해 장례절차를 살펴봤다. 반려동물의 장례절차는 사람과 동일하게 이뤄졌다. 염습, 추모예식, 화장, 분골, 봉안 순으로 진행됐다. 장례절차는 반려동물 전문 장례지도사가 진행하고, 보호자들은 과정을 지켜봤다.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용 수의, 관, 봉안함 등이 준비돼 있었으며, 화장 후 안치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다. 실내 납골당과 수목장이 운영되고 있었으며, 유골을 결정체로 만들어 보관하는 방법도 있었다. 다양한 장례 서비스에 보호자들의 선택지는 넓었다. 이 외에도 영정사진을 만들어 추모예식을 진행하고, 봉인함 옆에 놓인 꽃과 사진, 장난감 등을 통해 반려동물 추모 문화가 형성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몽몽이 M파크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화장(火葬) 업체에 가까웠다. 지금은 더 이상 화장이 아닌 장례를 하는 곳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보호자들이 장례 정차에 돈을 들이는 데 거부감이 적어졌다”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있고, 장례 문화도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강성일 소장(반려동물장례지도사)은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3년 사이 약 30개가 늘었다”며 “기존엔 화장 절차가 진행되는 문화가 있었고, 최근 5년 전부터는 화장절차 전에 반려동물과 함께 살았던 보호자가 애도하고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적 요소와 프로그램이 장례식장마다 조금씩 생겨나고 문화가 만들어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정식 등록된 동물 장묘업체는 73곳이며 장례, 화장, 봉안이 모두 가능한 곳은 63곳이다. 장례비용은 평균 2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최근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허가받지 않은 불법 업체도 성행하고 있다. 특히 대행업체를 이용할 경우, 보호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허가를 받은 정식 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 불법 업체를 이용하게 되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기피시설 인식은 여전…반려동물 장례업계 “접근성이 문제다”
반려동물 수 증가에 따라 개인 사업자와 정부는 장례식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화장·장례시설이라는 점에서 기피하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물 장묘시설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20호 이상의 인가밀집지역, 학교, 그 밖에 공중이 수시로 집합하는 시설 또는 장소로부터 3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법률로써 설치 제한을 두고 있음에도 분쟁은 심화되고 있다.
올해 9월 문을 연 남양주의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현재도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당초 시는 해당 위치에 장례식장 건립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업체는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승소해 허가 받았다. 이에 반발한 주민들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설치를 두고 업체, 정부기관, 주민 간 갈등은 전국에서 야기되고 있다. 충주와 서천에서도 갈등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공공 장례식장 건립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시설 확충보다 인식 개선과 접근성 향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시설 수가 부족하진 않다. 문제는 접근성”이라고 얘기한다. A 업체 관계자는 “시설은 부족하지 않다. 문제는 접근성이다. 거리에 대한 부담 때문에 보호자들이 가까이 있는 불법 운영 업체를 이용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B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시설 확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전국에 등록된 장례식장의 화장시설 가동률은 30~40%다. 시설이 부족한 게 아니라 위치적 문제”라며 “님비 현상 때문에 도심 가까이 위치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 정식 등록된 업체 중 화장이 가능한 장례시설은 경기도 26곳, 경남 9곳, 경북 6곳, 충북과 전북에 5곳, 충남 4곳, 강원과 부산에 3곳, 세종과 전남에 2곳, 울산 1곳이다. 서울을 비롯해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제주는 없다. 대도시인 광역시엔 규제 상 장례시설 설치가 어려워 인근 외곽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반려동물 장례식장 건립이 시급한 지역은 섬인 제주로 파악된다.
이렇게 정부와 관련 업계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시설 확충과 접근성 향상 사이 정부의 정책 기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지켜볼 일이다. 또 정책 수립에 있어 지역 주민과의 갈등 해소는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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