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얼마 전 굵직한 기업공개(IPO) 빅딜을 성사한 외국계 베테랑 IB(투자은행) 여성임원이 카카오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선임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신임 CFO 내정자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크래프톤, 카카오뱅크의 상장 등 굵직한 딜을 수행한 재무 전문가이며, 스위스 금융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섭렵한 위기관리 및 준법 프로세스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카카오가 직면한 사면초가를 타개할 적임자로 낙점되었다.
하지만 IB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 여성임원이 카카오그룹 전반의 재무 및 투자를 책임지는 CFO로 선임되었다는 소식에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신임 CFO 내정자는 약 15년간 크레디트스위스 주식부 산하의 홀트팀에서 경력을 쌓았다. ‘홀트’가 무엇일까. 크레디트스위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설명을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홀트®는 크레디트스위스 고유의 주식분석 및 밸류에이션 툴로서 전 세계 70여 개국 2만여 개가 넘는 기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기업의 실적, 밸류에이션, 전망 및 리스크에 대한 독창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신임 CFO 내정자는 IPO, M&A, 투자유치 등 기업 금융을 담당하는 IB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 아니라 상장사들의 주가 및 기업가치를 분석하는 리서치 업무 경력이 상당한 전문가라는 이야기다. 홀트팀 이후 기업금융 부서로 자리를 옮긴 지는 불과 3년 남짓인데 카카오 CFO로 내정되었다는 것이다.
카카오 재무총괄이란 자리는 카카오그룹 전반의 예산수립, 자금관리 등을 책임지는 중책이며, 수많은 계열사의 의견 조율을 위해 정무적인 역량도 필요하다. 또 위기의 카카오를 구하기 위해서는 카카오에 투자한 다양한 투자자들의 엑시트 전략과 구조를 고민하고 실행하는 역할까지 필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 및 기업금융 전문가가 아닌 리서치 전문가를 선임한 것에 대해 카카오 내부와 IB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이 같은 선임을 두고 내부에서 의혹을 제기된다고 전했다. CFO 내정자를 추천한 카카오 이사회 고위층 인사가 내정자와 오랜 기간 크레디트스위스에서 같이 일했고, 내정자가 카카오그룹의 거래를 수임하기 위해 최근까지도 이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적극적으로 영업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것.
최근 카카오는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하고 김범수 의장이 위원장을 맡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기업이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의 기업 문화와 운영 방식이 속속 드러났다. 경영진의 모럴 헤저드, 직책과 경력에 안 맞는 연봉체계, 경영진의 고급 골프장 회원권과 비교되는 직원들의 열악한 휴양시설, 건설업체 선정 등에서 불거진 원칙 없는 업무 프로세스가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주요 임원의 채용 절차와 방식 또한 예외가 아닌 듯하다.
안팎으로 해결할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재무를 책임질 사람을 뽑는 것이니, 그룹 사정을 두루 알고 재무와 기업금융에 전문성이 있는 계열사 재무부서 임원 중에서 발탁하는 것이 순리였을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자리라 내부 인사가 이동을 꺼렸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외부에서 사람을 찾아야 했다면 한정된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해서는 안 됐다. 필요한 역량을 정확히 정의하고, 거기에 필요한 전문성과 경력을 파악한 뒤 외부 전문 업체를 활용해서 인재를 폭넓게 찾으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카카오가 위기를 타계할 신임 CFO를 찾기 위해 내부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신임 CFO 내정자의 경력과 이사회 고위층의 인연을 생각해보면, 과연 지원자 풀을 폭넓게 확보하고 역량을 철저히 검증해 투명하게 뽑았는지 의문이 든다.
필자 유지영은 케이터링, 에이전시,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한 우물 인생 장인을 꿈꾸었지만 다양한 페르소나로 살아온 인생, 기왕 이리된 것 ‘부캐’ 하나 더 만들어 열심히 사는 중이다.
유지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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