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쿠팡에서 8000원에 구매한 스포츠밴드를 알리에서는 1000원에 팔고 있더라고요. 가격이 너무 저렴한 데다 배송비도 없으니 당연히 알리에서 사게 되죠.”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긴장해야 할 시기라고 말하고, 소상공인들은 폐업 위기에 처했다며 한숨이다. 직구로 싸게 산 제품에 웃돈을 얹어 중고로 되파는 불법 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쿠팡 긴장해야 할 것”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성장세 눈길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2018년 한국 시장 진출 후 마니아층에서만 인기를 끌던 알리는 최근 국내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알리는 지난해 11월 한국 전용 고객센터 운영을 시작했고, 올해 국내 시장에 1000억 원을 투자해 물류 시스템을 개선했다.
최근에는 가품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3년간 지적재산권과 소비자권익을 강화하기 위해 1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품질 보증 서비스를 마련해 구매 상품이 가품으로 의심될 경우 100% 환불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알리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직구 플랫폼을 이용한다”며 “아직 국내 제품만큼 품질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예전보다 상품 질이나 디자인이 많이 개선됐다. 가성비 좋은 제품이 많아져 소비자들이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한 해 알리의 성장세는 독보적이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월 227만 명 수준이던 월 사용자 숫자는 지난달 503만 명을 돌파했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동안 사용자 수가 121% 증가한 셈이다. 월간 사용자 숫자만 놓고 보면 쿠팡(2694만 명), 11번가(856만 명), G마켓(549만 명)에 이은 4위 규모다.
알리뿐 아니라 다른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세도 막강하다. 핀둬둬의 ‘테무’는 4월 국내 진출을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사용자 숫자가 234만 명을 돌파했다.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리는 ‘쉬인’도 올 초 9만 명에 불과했던 사용자 숫자가 지난달 43만 명으로 377%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알리의 상승세가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3인방(알리·테무·쉬인)이 등장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 500원짜리 상품도 무료배송을 해주는 상황이니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희 교수도 “쿠팡의 걱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이커머스 업계가 알리가 취급하지 않는 상품군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급해진 국내 온라인 셀러들, 중고 플랫폼엔 알리 되팔이 늘어
알리를 비롯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등장에 다급해진 것은 온라인 셀러들이다. 이들은 중국 직구 상품의 가격대가 너무 낮다 보니 국내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한 온라인 판매자는 “판매 중인 상품군의 시세를 알리에서 찾아보니 도매가보다도 낮더라. 경쟁이 되겠나”라며 “쇼핑몰 고객 유입률이 최근 눈에 띄게 떨어졌다”고 한숨 쉬었다.
또 다른 셀러도 “얼마 전부터 알리와 가격 비교를 하는 제품 리뷰가 많아졌다. ‘알리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가격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구매했다’는 내용 등이다”라며 “알리의 판매가를 기준점으로 잡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걱정이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이 다 비싸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간 중국산 제품을 사입해 판매했던 셀러 사이에서는 ‘폐업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말도 나온다. 의류판매업체 대표는 “중국에서 사입해 쇼핑몰을 운영하던 곳들이 조만간 대부분 문을 닫을 것이란 얘기가 들려온다. 알리에서 구매할 수 없는 식료품 쪽으로 전환하려는 곳들도 많다”고 전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알리 되팔이’가 성행하고 있다. 중국 직구를 통해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한 뒤 웃돈을 붙여 중고로 재판매하는 판매자가 부쩍 늘었다. 판매자들이 중국 직구로 구매한 상품이라는 점을 기입하지 않는 데다가, 안전인증이 누락된 전자기기 등도 판매될 여지가 있어 소비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윤 아무개 씨는 “알리에서 싸게 구매한 뒤 추가금을 붙여 중고로 파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당근에서 ‘알리 되팔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불량품이나 짝퉁 제품도 많은데, 잘 모르고 구매하는 분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개인이 구매한 소량의 상품을 되파는 것은 적발이 어렵다.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통해 계도하고 상시 기획단속을 진행하며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근 관계자 역시 “안전한 거래를 위해 서울세관 등 관련 부처와 협력해 위해 물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합동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기술적 조치와 함께 신고 조항을 마련해 운영 중”이라며 “영리적인 이윤 추구, 재판매를 목적으로 제품 구입 후 비싼 가격에 판매하거나 사업자로 의심되는 반복적 판매, 대량 판매 게시글을 제재하고 있다. 모든 이용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유의사항과 가이드라인을 안내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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