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페루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2021년 페루산 녹두에 대한 수입 관세가 전면 철폐된 가운데, 지난 2년간 페루에서 수입된 녹두 40%가량이 관세 면제 혜택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페루가 원산지임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다. 정부는 관세 철폐 첫해인 2021년 페루에서 수입되는 녹두가 급증하자 원산지 조사에 착수해 원산지가 불분명한 수입 물량에 면세 배제 통보를 내렸다. 수입업체들은 관세 당국의 원산지 검증이 불투명하고 과도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6일 관세청에 따르면 페루산 수입 녹두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 2021년 이후 지난해까지 페루에서 수입된 녹두 1만 4429톤 중 5899톤(41%, 197건)이 현재 관세 면제(협정관세) 적용에서 배제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면세 배제에 따른 예상 관세 추징액은 총 949억 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2021년 수입 녹두 4575톤(전체 53%, 165건), 2022년 수입 녹두 1324톤(23%, 32건)이 면세 적용 배제 대상에 올라 각각 734억 원, 215억 원의 관세가 추징 예고됐다. 면세 배제 예고는 지난해와 올해에 이뤄졌다.
현재 페루에서 생산·수입된 녹두는 관세 면제 대상이다. 한국과 페루는 2011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상대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자국으로 수입할 때 원칙적으로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합의했다. 한-페루 FTA에 따라 한국은 쌀, 생선, 목재 등 일부 품목(전체 수입품 0.9%)을 제외한 모든 페루산 수입품의 관세를 없앴다. 당초 수입금액의 607.5%에 달하던 페루산 수입 녹두에 대한 관세는 협정 체결 10년 뒤인 2021년 철폐됐다.
관세가 사라지면서 페루에서 들여오는 녹두 수입량은 크게 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페루에서 수입한 녹두는 2020년 134톤(수입액 20만 달러)에서 관세가 철폐된 2021년 8561톤(1970만 달러)으로 63배가량 급증했다. 이후 2022년 5867톤(1410만 달러), 올해(10월 누적 기준) 7587톤(1831만 달러)을 기록했다.
관세당국은 2021년 9월 페루발 수입 녹두의 원산지 조사에 착수했다. 수입 물량이 당시 알려진 페루의 연간 녹두 생산량을 넘어서면서 밀수 의혹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페루 농업관개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페루 녹두 생산량은 266톤으로 2021년 페루산 녹두 수입량 30분의 1 수준이었다. 페루 정부는 자국 녹두 통계가 통상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2022년 10월 신규 통계를 발표하고 페루 녹두 생산량을 2019년 819톤(기존 266톤), 2020년 2046톤(295톤), 2021년 9744톤(2012톤)으로 수정했다.
한-페루 FTA 당사국은 수입 물품이 상대국에서 생산됐는지를 검증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페루에서 녹두를 들여오는 수입업체가 관세 면제 혜택을 받으려면 수입 신고 시 수출업체가 발급한 ‘원산지증명서’를 보유하면 된다. 하지만 수입 통관 이후 관세당국이 원산지 검증(조사)에 착수하면 수입업자는 한-페루FTA 협정에 따라 ‘녹두 생산, 구매, 비용, 가치, 지불과 관련된 자료’와 ‘녹두 생산에 사용된 재료의 구매, 비용, 가치, 지불과 관련된 자료’ 등을 추가로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산지가 불분명한 수입품은 FTA 관세 면제 혜택에서 배제된다. 한-페루 FTA와 FTA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면조사나 현지조사 결과 세관당국에게 신고한 원산지가 실제 원산지와 다른 것으로 확인되거나, 수입자 또는 체약 상대국 수출자 등이 제출한 자료에 원산지 정확성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을 경우 관세당국은 협정관세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관세 면제 혜택에서 배제된 수입업체들은 관세당국의 원산지 검증이 폐쇄적이라고 하소연한다. 복수의 수입업체에 따르면 서울관세청은 올해 하반기 페루에서 녹두를 수입한 업체들에 예상 관세 추징 금액을 통보하면서 “페루 내 생산이 입증되지 않아 한-페루 FTA 원산지 결정기준 충족여부가 확인 불가”하다고만 통지했다. 수입업체들은 녹두가 페루에서 생산된 것임을 입증하고자 증빙자료를 다수 제출했지만, 어떤 자료나 입증이 부족했는지는 통보받지 못했다.
한 수입업체 대표는 “원산지 조사 부서는 수입 녹두가 페루에서 생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수입업체 소명자료가 왜 인정되지 않는지를 명확하게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관세당국은 억대 관세 추징 예고를 보내면서도 ‘페루 내 생산이 입증되지 않아 한-페루 FTA 원산지 결정기준 충족 여부가 확인 불가’하다는 짧고 모호한 조사 결과만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수입업체들은 관세당국의 원산지 검증 내역도 현지 실정에 비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관세청은 수입 녹두가 생산된 땅의 토지등록증을 요구하는데, 페루 정부에 따르면 페루 전체 농지에서 소유권 등기가 완료된 땅은 27%에 불과하다. 페루 정부는 이에 자국 원산지 검증 가이드에서 토지등록증을 포함해 페루의 지역 선출직 시민 판사인 ‘평화 판사’의 공증 서류 등을 원산지 검증 서류로 인정하지만, 현재 우리 관세당국은 이 같은 대체 서류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수입업체 대표는 “녹두 생산지 입증과 관련해 토지등록증 발급이 불가능해 평화 판사가 발급한 공증 서류를 제출했지만 관세당국이 이 서류로는 생산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회신했다”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현재 협정관세율(관세 면제) 적용 배제 예정 통보된 수입 녹두에 대한 과세 전 적부심사가 진행중이며, 페루 당국에서 제공받기로 합의한 추가 자료 확인 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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