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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싱어게인' 김이나의 심사평이 주는 감동은 어디에서 올까

진심 어린 공감이 불러오는 달변의 힘…이론적 설명보다 그림 그리듯 말하기가 효과적

2023.12.05(Tue) 09:48:17

[비즈한국] 대한민국에는 어쩜 이리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끝도 없이 있는 걸까. 무명 가수들의 리부스팅 오디션 프로그램 JTBC ‘싱어게인 시즌 3’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런 매력의 목소리를 지녔는데 왜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은 무명 가수들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동시에 흥미진진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건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다. 주옥같은 목소리의 보석 같은 인재들을 핀셋처럼 뽑아내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노래하는 사람의 마음마저 되짚어 감상하게 해주는 매우 좋은 가이드라인이기도 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싱어게인’에서 가장 심사평 듣는 재미가 있는 이는 김이나 심사위원이다. 수많은 히트곡을 작사한 인기 작사가로 이름을 알린 그녀인데, 사실 나는 그녀가 작사한 노래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평 하는 그녀의 코멘트에 가슴 절절히 반해왔다. 이를테면 그녀는 이런 식으로 심사평을 한다.

 

사진=JTBC ‘싱어게인3’​ 화면 캡처

 

“5호 가수님은 영화 보면 작은 바에 음악 제대로 듣는 사람들만 모인 곳에 그 사람 공연하는 날만 기다렸다가 찾아가서 듣고, 거기 위스키도 있고,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 마을에서 아무도 모르고, 그런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상상돼요. 너무 멋있어서 20년 동안이나 이런 분이 어디선가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는 사실이 제가 근사한 곳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습니다.” (가수 5호의 ‘부산에서’의 무대를 보고 코멘트한 김이나의 심사평)

 

짧은 심사평인데,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묘사다. 노래하는 사람과 그 노래가 바로 그 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심사평, 심지어 20년간 무명이었던 가수 5호가 얼마나 근사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지를 서사까지 담아 풀어서 말해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노래하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져 주는 심사평을 해낸다. 무대 공연을 보고 즉각적으로 하는 심사이긴 하지만 노래하는 이에 대한 진심 어린 공감이 함께 녹아들어 있기에 김이나의 심사평에는 진한 감동이 있다.

 

“제가 알기로는 이 노래가 48호 가수님한테 거대한 숙제 같은 곡인 거로 알고 있어요. 노래를 부르는데 이 노래를 뜨겁게 보내주는 장면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 청춘의 한 자락을. 그래서 저는 뭔가 기분이 이상했어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주인공의 목소리를 가진 분이세요.” (조금 아쉬운 무대를 보여준 가수 48호의 ‘뜨거운 안녕’의 무대를 보고 코멘트한 김이나의 심사평)

 

단순히 달변가라서 그 안에 멋진 말이 담긴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 선, 평가해야 하는 이에 대한 충분한 공감이 있어서 더 값진 감동을 전하는 것이 김이나의 심사평이다. 상대에 대해 제대로 공감하려는 따듯한 마음이 있기에 충분히 온 마음으로 공감을 해내고, 그 공감 뒤에 뱉어내는 말이기에 뜨거운 힘이 있는 것이다. 결국 달변의 힘은 말하는 상대를 곱씹는 마음을 담은 공감에서 나오는 거다. 그러니 누군가의 마음을 작사가 김이나처럼 사로잡고 싶다면, 충분한 공감을 하고 뱉어내는 말 한마디의 힘을 신뢰해 보길 바란다.

 

그렇다면 상대의 마음을 곱씹는 공감은 어떻게 이뤄내야 하는 걸까. 공감 능력에 대해 말하는 수많은 책 속의 공통된 포인트는 “더 깊은 수준의 심층적인 공감을 하려면 상대방의 말에 반응할 때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은 잠시 멈추고, 상대방의 이야기와 감정에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이 경험한 감정이나 상황을 마치 당신이 경험하는 것처럼 상상하며 그 상황에서의 느꼈을 법한 상대의 감정을 이해해 보는 것”이 포인트란다.

 

이렇게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공감의 준비가 되었다면, 여기에 더하는 사람의 공감을 얻어내는 작은 기술적인 팁 하나 더 전한다. 빌 맥고완의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는 어떻게 공감을 얻는가’라는 책에 따르면 저자는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영화처럼 말하라”고 한다. 작사가 김이나처럼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말고 듣는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어떤 장면을 그릴 수 있도록 풍부하고 세부적인 묘사를 통해 내용 전달을 하라”고 한다. 이 책 속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같은 내용이라도 단순한 사실만 들었을 때보다 이야기 형식으로 들었을 때 22배나 해당 내용을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그러니 작사가 김이나 같은 달변가이고 싶다면, 당신도 그녀처럼 공감 담은 화법에 한 번 도전해 보시길. 당신의 마음 담은 공감이 그 상대에게 와 닿는다면, 상대의 상황과 마음을 곱씹어 이해하려는 마음 뒤에 내뱉는 말이 주는 힘의 그윽한 마력 또한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테니까.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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