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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브라질은 어떻게 수송기 경쟁에서 미국 '록히드 마틴'을 이겼나

엠브라에르, C-390 밀레니엄 대형수송기 사업 선정…한국 차세대 수송기 개발사업 MC-X 프로젝트 구체화

2023.12.04(Mon) 17:07:59

[비즈한국] 제157회 방위사업 추진위원회에서 논란이 많았던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이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의 C-390 밀레니엄(Millennium)으로 최종 결정됐다. 당연히 미국업체 손을 들어줄 거라 믿었던 이 사업은, 정작 마지막 기종 결정이 가까워지자 ‘미국 록히드 마틴이 패배할 수 있다’라는 소문이 업계에 퍼지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는 기종 평가 점수에서 엠브라에르가 미국 초거대 방위산업체인 ‘방산 공룡’ 록히드 마틴을 이겼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KC-390이 대형수송기 2차 사업에 최종 결정됐다. 사진=김민석 제공​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이 경쟁이 유독 치열했던 이유는 한국의 미래 항공우주산업의 차세대 먹거리를 어떻게 만들 것이며 누구와 협력할 것인지를 결정짓게 될 중요한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대형수송기 사업의 현황과 의미, 전망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은 2014년 4대의 C-130J-30을 도입한 1차 사업의 후속 사업으로 7100억 원의 예산으로 3대의 수송기를 도입하는 것이다. 원래 2014년에 7대의 소요제기를 했으나, 예산 문제로 수량을 나눠서 추진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예산 확보 문제, 후보 기종들의 제안서 서류 부실 문제 등 사업의 이런저런 문제로 기종 결정이 1년 정도 지연돼 이번 기종 결정 후 2026년까지 한국 공군에 인도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군 수송기의 경우 그 중요성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공군의 핵심 목적이 전투기를 사용한 공중전과 공습 임무에 집중됐기 때문에 물자와 인원을 수송하는 수송기에 대한 투자가 소홀했다.

 

하지만 공군의 평시 임무 중 해외 파병 임무와 재해 구난구조 임무에서 수송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고, 더 이상 수송기 전력 투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 현재 장거리 해외 파병 인원이나 재난 상황 시 교민들을 철수시키는 데 활약하는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기의 경우 민간 항공기를 개조한 군용기이기 때문에 차량이나 대형 화물의 수송이 어렵다. 또한 적의 공습에 노출된 비행장이나 비포장 활주로에는 운용이 어려운 문제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C-390이 ‘세계 최대 방산기업’의 ‘50년 장수 상품’ C-130J를 이긴 비결은 무엇일까? 종합평가에서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간단히 말하면 성능과 가격 모든 측면에서 C-390이​ C-130J 보다 우수했기 때문이다.

 

C-390은 C-130J보다 순항 속도, 최고 속도, 항속거리, 화물 탑재량이 모두 우수하다. 해외 자료에 따르면 C-130J-30은 20톤의 화물을 싣고 2200km를 비행하는 데 비해 C-390은 23톤의 화물을 싣고 2400km를 이동할 수 있다. 순항 속도도 C-390이 시속 200km 이상 빠르게 비행하고, 최대 화물 탑재량도 C-390이 C-130보다 5톤을 더 실을 수 있다.

 

속도도 빠르고, 더 멀리 가고, 더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는 반면에 가격이나 경제성도 C-390이 유리하다. C-130J는 군용으로만 쓰이는 터보프롭 엔진 4기를 장착했지만, C-390은 에어버스 A320 여객기 등에 사용되는 민수용 최신 터보팬 엔진 2기를 달았다. 검증된 민수용 터보팬 엔진을 사용해서 출력은 더 높지만, 운용비용과 연비는 더 우수한 것이 C-390의 핵심 경쟁력인 셈이다.

 

기종 선정할 때 중요한 고려 요소인 절충교역, 즉 무기를 도입하는 대신 대응구매나 국산화, 기술이전 등을 실시하는 부분에서도 브라질이 좀 더 우세했다. 엠브라에르 방위산업 부분 CE 잭슨 슈나이더(Jackson Schneider)는 한국에 방문해서 C-390 정비센터 건설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술협력 및 한국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반면 록히드 마틴의 경우 기술이전이나 절충교역을 위해 미 국무부 및 미군과의 협의가 필요해 융통성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이번 2차 사업에서 도입하는 기종이 3대에 불과한 만큼 C-390 역시 과거 수조 원대 대형사업인 차세대 전투기 F-X 사업이나 공중조기경보기 E-X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규모로 예측된다. 얼마 전 22대를 구매한 사우디아라비아가 받은 혜택처럼 현지 조립공장을 생성하는 등 공동개발에 가까운 전면적 합작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이 브라질의 승리로 끝난 뒤 대한민국과 세계 방위산업계의 수송기 분야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한국의 차세대 수송기 개발사업인 ‘MC-X 프로젝트’가 구체화 될 것이라는 점이다. MC-X는 C-390보다 한 단계 더 큰 크기의 국내 독자개발 수송기 프로젝트로, UAE와 공동개발 의향서(MOU)를 맺었지만, 한국과 UAE 모두 고속 제트 수송기 개발에 처음 도전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UAE는 과거 일본 가와사키의 C-2 수송기를 도입하는 협상을 했다가 일본제 항공기의 인증과 성능 부족 문제로 도입을 취소한 다음, 한국과는 MC-X 공동개발 MOU를 맺는 한편 브라질과도 C-390 도입에 대해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공군이 C-390을 도입하고 MC-X의 공동개발 파트너가 필요한 만큼 ‘한-브라질-UAE 삼각편대’가 향후 출범할 가능성이 있다. 즉 C-390의 기술을 활용해서 개발기간과 비용을 줄인 MC-X를 KAI와 엠브라에르가 공동개발하고, UAE는 이 과정에서 국내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해질 수 있다.

 

다만 현재 C-390과 MC-X는 공동개발을 전제로 하지 않아 공통성이 없고 포지션이 명확하지 않다. MC-X의 최신 디자인의 경우 약 30톤의 무게로 C-390과 일본 C-2의 중간 크기를 가지고 있는데, 크기가 이렇게 정해진 것은 C-390과의 직접 경쟁을 피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방안이었다.

 

이런 개발 방법론은 주로 경쟁이 심하고 수요가 많은 민수용 여객기 시장의 판매 전략인데, 만약 브라질과 MC-X를 공동개발 한다면 이런 방식보다는 C-390과 MC-X를 패키지로 팔거나, C-390이 공략하지 못한 시장을 MC-X로 공략하기 위한 설계가 필요하다.

 

필자의 제안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MC-X의 탑재량 목표인 30톤은 유지하되, C-390의 내부 화물칸과 폭과 높이는 같지만, 길이를 늘인 일명 ‘C-390-30’을 한국-브라질 공동개발로 추진하는 것이다. 이때 엔진도 CFM LEAP과 같은 최신엔진으로 교체한다면 탑재량은 물론 항속거리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엠브라에르와 공동 마케팅할 수 있음은 물론, 개발비용과 제작단가를 아낄 수 있어 한국형 수송기의 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 향후 브라질 공군이나 C-390 도입 국가에도 한국-브라질 수송기 MC-X를 팔거나, C-390 비행기에 한국산 전자장비나 무장을 달아서 수출형 대잠초계기, 전자·전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력 극대화를 위해서는 우리 항공기의 수송기 전력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C-130과 CN-235, C-390과 MC-X라는 네 종류 항공기로 운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므로, 특수작전용으로 필요한 C-130은 최신형 C-130J 버전에 특수전 장비를 붙이고, 기존 C-130H와 CN-235를 조기에 퇴역 및 중고 판매를 추진하고 C-390 추가 도입과 MC-X로 기종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MC-X가 개발기간이 필요하다 보니 수송기 전력 대체 계획을 적절히 수립하기 어려운 만큼, C-390을 추가 도입하고, KAI가 조립생산을 추진하게 되면 C-390 생산 이후 자연스럽게 MC-X 양산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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