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제157회 방위사업 추진위원회에서 논란이 많았던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이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의 C-390 밀레니엄(Millennium)으로 최종 결정됐다. 당연히 미국업체 손을 들어줄 거라 믿었던 이 사업은, 정작 마지막 기종 결정이 가까워지자 ‘미국 록히드 마틴이 패배할 수 있다’라는 소문이 업계에 퍼지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는 기종 평가 점수에서 엠브라에르가 미국 초거대 방위산업체인 ‘방산 공룡’ 록히드 마틴을 이겼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이 경쟁이 유독 치열했던 이유는 한국의 미래 항공우주산업의 차세대 먹거리를 어떻게 만들 것이며 누구와 협력할 것인지를 결정짓게 될 중요한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대형수송기 사업의 현황과 의미, 전망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은 2014년 4대의 C-130J-30을 도입한 1차 사업의 후속 사업으로 7100억 원의 예산으로 3대의 수송기를 도입하는 것이다. 원래 2014년에 7대의 소요제기를 했으나, 예산 문제로 수량을 나눠서 추진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예산 확보 문제, 후보 기종들의 제안서 서류 부실 문제 등 사업의 이런저런 문제로 기종 결정이 1년 정도 지연돼 이번 기종 결정 후 2026년까지 한국 공군에 인도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군 수송기의 경우 그 중요성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공군의 핵심 목적이 전투기를 사용한 공중전과 공습 임무에 집중됐기 때문에 물자와 인원을 수송하는 수송기에 대한 투자가 소홀했다.
하지만 공군의 평시 임무 중 해외 파병 임무와 재해 구난구조 임무에서 수송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고, 더 이상 수송기 전력 투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 현재 장거리 해외 파병 인원이나 재난 상황 시 교민들을 철수시키는 데 활약하는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기의 경우 민간 항공기를 개조한 군용기이기 때문에 차량이나 대형 화물의 수송이 어렵다. 또한 적의 공습에 노출된 비행장이나 비포장 활주로에는 운용이 어려운 문제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C-390이 ‘세계 최대 방산기업’의 ‘50년 장수 상품’ C-130J를 이긴 비결은 무엇일까? 종합평가에서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간단히 말하면 성능과 가격 모든 측면에서 C-390이 C-130J 보다 우수했기 때문이다.
C-390은 C-130J보다 순항 속도, 최고 속도, 항속거리, 화물 탑재량이 모두 우수하다. 해외 자료에 따르면 C-130J-30은 20톤의 화물을 싣고 2200km를 비행하는 데 비해 C-390은 23톤의 화물을 싣고 2400km를 이동할 수 있다. 순항 속도도 C-390이 시속 200km 이상 빠르게 비행하고, 최대 화물 탑재량도 C-390이 C-130보다 5톤을 더 실을 수 있다.
속도도 빠르고, 더 멀리 가고, 더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는 반면에 가격이나 경제성도 C-390이 유리하다. C-130J는 군용으로만 쓰이는 터보프롭 엔진 4기를 장착했지만, C-390은 에어버스 A320 여객기 등에 사용되는 민수용 최신 터보팬 엔진 2기를 달았다. 검증된 민수용 터보팬 엔진을 사용해서 출력은 더 높지만, 운용비용과 연비는 더 우수한 것이 C-390의 핵심 경쟁력인 셈이다.
기종 선정할 때 중요한 고려 요소인 절충교역, 즉 무기를 도입하는 대신 대응구매나 국산화, 기술이전 등을 실시하는 부분에서도 브라질이 좀 더 우세했다. 엠브라에르 방위산업 부분 CE 잭슨 슈나이더(Jackson Schneider)는 한국에 방문해서 C-390 정비센터 건설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술협력 및 한국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반면 록히드 마틴의 경우 기술이전이나 절충교역을 위해 미 국무부 및 미군과의 협의가 필요해 융통성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이번 2차 사업에서 도입하는 기종이 3대에 불과한 만큼 C-390 역시 과거 수조 원대 대형사업인 차세대 전투기 F-X 사업이나 공중조기경보기 E-X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규모로 예측된다. 얼마 전 22대를 구매한 사우디아라비아가 받은 혜택처럼 현지 조립공장을 생성하는 등 공동개발에 가까운 전면적 합작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이 브라질의 승리로 끝난 뒤 대한민국과 세계 방위산업계의 수송기 분야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한국의 차세대 수송기 개발사업인 ‘MC-X 프로젝트’가 구체화 될 것이라는 점이다. MC-X는 C-390보다 한 단계 더 큰 크기의 국내 독자개발 수송기 프로젝트로, UAE와 공동개발 의향서(MOU)를 맺었지만, 한국과 UAE 모두 고속 제트 수송기 개발에 처음 도전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UAE는 과거 일본 가와사키의 C-2 수송기를 도입하는 협상을 했다가 일본제 항공기의 인증과 성능 부족 문제로 도입을 취소한 다음, 한국과는 MC-X 공동개발 MOU를 맺는 한편 브라질과도 C-390 도입에 대해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공군이 C-390을 도입하고 MC-X의 공동개발 파트너가 필요한 만큼 ‘한-브라질-UAE 삼각편대’가 향후 출범할 가능성이 있다. 즉 C-390의 기술을 활용해서 개발기간과 비용을 줄인 MC-X를 KAI와 엠브라에르가 공동개발하고, UAE는 이 과정에서 국내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해질 수 있다.
다만 현재 C-390과 MC-X는 공동개발을 전제로 하지 않아 공통성이 없고 포지션이 명확하지 않다. MC-X의 최신 디자인의 경우 약 30톤의 무게로 C-390과 일본 C-2의 중간 크기를 가지고 있는데, 크기가 이렇게 정해진 것은 C-390과의 직접 경쟁을 피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방안이었다.
이런 개발 방법론은 주로 경쟁이 심하고 수요가 많은 민수용 여객기 시장의 판매 전략인데, 만약 브라질과 MC-X를 공동개발 한다면 이런 방식보다는 C-390과 MC-X를 패키지로 팔거나, C-390이 공략하지 못한 시장을 MC-X로 공략하기 위한 설계가 필요하다.
필자의 제안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MC-X의 탑재량 목표인 30톤은 유지하되, C-390의 내부 화물칸과 폭과 높이는 같지만, 길이를 늘인 일명 ‘C-390-30’을 한국-브라질 공동개발로 추진하는 것이다. 이때 엔진도 CFM LEAP과 같은 최신엔진으로 교체한다면 탑재량은 물론 항속거리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엠브라에르와 공동 마케팅할 수 있음은 물론, 개발비용과 제작단가를 아낄 수 있어 한국형 수송기의 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 향후 브라질 공군이나 C-390 도입 국가에도 한국-브라질 수송기 MC-X를 팔거나, C-390 비행기에 한국산 전자장비나 무장을 달아서 수출형 대잠초계기, 전자·전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력 극대화를 위해서는 우리 항공기의 수송기 전력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C-130과 CN-235, C-390과 MC-X라는 네 종류 항공기로 운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므로, 특수작전용으로 필요한 C-130은 최신형 C-130J 버전에 특수전 장비를 붙이고, 기존 C-130H와 CN-235를 조기에 퇴역 및 중고 판매를 추진하고 C-390 추가 도입과 MC-X로 기종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MC-X가 개발기간이 필요하다 보니 수송기 전력 대체 계획을 적절히 수립하기 어려운 만큼, C-390을 추가 도입하고, KAI가 조립생산을 추진하게 되면 C-390 생산 이후 자연스럽게 MC-X 양산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K-방산, 중동서 '폴란드의 영광' 재현한다
·
[현장] "지역화폐? 온누리상품권? 몰라요" 대학가 상권은 소상공인 지원 사각지대
·
'상생' 강조하던 쿠팡, 로켓그로스 입점업체에 일방적 계약중단 통보
·
'무인전' 좌우할 가상현실 시뮬레이터, 방산 선진국이 주목하는 이유
·
록히드마틴 앞선 브라질, 최종승자는 누구? 대형수송기 도입 막전막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