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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역화폐? 온누리상품권? 몰라요" 대학가 상권은 소상공인 지원 사각지대

대학가에서 지역화폐, 온누리상품권 찾는 손님들 적어…"지속 가능한 실질적 해결책 필요" 한 목소리

2023.12.01(Fri) 18:20:00

[비즈한국] 지역화폐의 공식 명칭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특정 지역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일종의 대안화폐다. 사용처와 사용 지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내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소매점으로 한정돼 있다. 유사한 것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도 있다.

 

가맹점 내 지역화폐 사용이 가능하려면 점주가 직접 사용처로 신청해야 하며, 연 매출 30억 원이 넘는 곳은 제한된다. 하지만 경기활성화를 위해 발행된 지역화폐가 대학가 상권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쓰는 사람 없고, 있는지도 몰랐다

 

11월 29일 오후 5시경 신촌역 유플렉스 앞 전경. 프랜차이즈 점포가 즐비한 모습. 사진=양보연 인턴기자

 

신촌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3개가 넘는 학교가 위치한 대학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권 매출이 확 줄었던 탓에 소상공인이 버티지 못해 대부분 프랜차이즈 매장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

 

신촌에서 40년 이상 자리를 지킨 A 소상공인은 “이제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학생들의)흐름이 끊겨 장사가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역화폐나 ‘신촌이대사랑상품권’을 사용하는 고객이 있냐는 물음에 “그게 뭐냐, 사용하는 사람도 없고 나도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신촌 거리 B 음식점은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보다 40대 이상 연령대가 주 고객층이다. 관계자는 “서너 달에 한 명꼴로 온누리상품권을 받아본다. 하지만 우리는 사용 가능 점포가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지역화폐 사용 문의는 그 빈도가 더 낮다고 덧붙였다.

 

신촌·이대 상권을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서대문구는 지난 4월 ‘신촌이대사랑상품권’ 30억 원을 10% 할인율로 특별 발행했다. 보통 지역화폐 할인율이 6%인 것에 비해 높은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이 효과가 대학 상권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다양한 연령대를 찾을 수 있던 C 꽃집에서도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C 꽃집 관계자는 "지역화폐나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려 문의하는 손님도 없고, 우리는 제공하지 않는 업체“라는 대답을 남겼다.

 

신촌역 꽃집에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로 북적인다. 사진=양보연 인턴기자​

 

반면 지역화폐 사용을 원해도 거주지와 생활권의 불일치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신촌 거리에서 만난 인근 대학생 D 씨(21·남)는 “동네에서 지역화폐를 자주 사용한다. 거주지가 고양시라 서울에서는 (지역화폐를)사용할 수 없다. 만약 서울도 사용 가능하다면 충분히 잘 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가는 ‘현금 없는 매장’도 있어 온누리상품권 유명무실

 

신촌의 팝업스토어 카페와 굿즈 매장은 10대부터 30대까지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곳 카페는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돼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불가하다. 하지만 이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카페 직원 E 씨는 “일하면서 단 한 명도 온누리상품권이나 지역화폐를 내미는 사람이 없었다. 다른 시간대도 그렇다”고 전했다.

 

신촌 유플렉스 지하 팝업스토어 카페 및 굿즈 스토어. 사진=양보연 인턴기자​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주로 규모가 작은 점포에서만 쓸 수 있다. 가맹점이 되려면 먼저 ‘골목형 상점가’로 등록돼야 하는데 이 조건이 까다롭다.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통통)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신촌 상점가에서 ‘종이’ 온누리상품권을 취급하는 점포는 단 5곳이다. 카드형은 14곳, 모바일상품권은 11곳에서 사용 가능하다. 약 3km 떨어진 인근 모래내시장 내 종이 온누리상품권 취급 가맹점이 22곳인 것과 비교된다.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을 취급하는 신촌 음식점 F 사장은 “이걸(온누리상품권) 제공하면 매출이 좋아질 거라 기대했는데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어차피 사용하지도 않는 서비스를 등록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 “보여주기식 일회성 지원에 기대도 안 해”

 

A 소상공인은 상권 침체에 자치구의 일회성 지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12월 24일부터 올해 1월 30일까지 구에서 소상공인 지원 차 신촌에서 인증샷을 남기면 스마트 패드 및 워치, 드라이기를 증정하는 행사가 있었다. 행사 기간이 지난 뒤 우연히 실내 부스에서 관련 전단지가 그대로 쌓여있는 것을 봤다”며 “지역 상권을 위해 노력하는 취지는 좋지만, 지속적으로 진행 상황을 점검하며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가 상권과 달리 전통시장은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 사용이 잦은 곳이다. 시장 상인들은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지역화폐 덕분에 사람들이 이곳에 와 돈을 쓰는 것 같다”고 전했다. 광장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F 씨는 “그래도 (지역화폐, 온누리상품권이)없는 것 보다야 낫다. 사람들이 와서 그래도 쓰니까”라고 말했다.

 

광장시장의 (의류)구제시장에서는 사뭇 다른 반응을 접했다. 남성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G 씨는 “손님들이 거의 사용을 안 한다. 하더라도 30~40대들이 주로 한다”며 여성 매장을 운영하는 H 씨는 “손님 연령대는 다양하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데, 대부분 계좌이체를 한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만난 20대 시민 I 씨는 지역화폐를 사용하냐는 물음에 “굳이 불편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코로나 때는 할인율이 높다길래 잠깐 써 봤는데 (사용법이)번거로웠다. 어차피 카드나 계좌이체를 하니까 지역화폐나 온누리상품권은 귀찮아서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광장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J 씨는 “(지역화폐는)형식적인 제도라고 느낀다. 이것도 다 내가 낸 세금으로 하는 건데 차라리 지원금을 확대해 여기(지역화폐)에 쓰이는 세금을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보연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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