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쿠팡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판매자 사이에서 ‘쿠팡 갑질’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쿠팡이 일부 판매자에게 일방적 계약 통보 의사를 전달했고, 어떤 사유로 계약이 중단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거래 중단 통보를 받은 판매자들은 플랫폼의 갑질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루아침에 거래 중단 통보 ‘내부 기준에 안 맞아’
쿠팡 로켓그로스(판매자로켓)에 입점해 오피스용품을 판매 중인 A 업체. 최근 이 회사의 제품들은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상품이 불티나게 잘 팔려서가 아니다. 팔린 상품만큼 재고를 채워 넣어 물량을 관리해야 하는데, 쿠팡 측으로부터 더 이상 상품 입고를 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A 업체의 대표는 “로켓그로스에 입점하면 시스템에 접속해 재고 물량을 확인하고 품절되지 않게 수시로 입고를 시켜야 한다. 하지만 2주 전 갑자기 시스템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싶어 쿠팡에 문의하니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며 “내부 기준에 맞지 않으니 상품을 입고하지 말라더라. 하루아침에 입고 중단 통보를 받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쿠팡은 지난 3월 로켓그로스(판매자로켓) 서비스를 도입했다. 중소상공인이 상품만 입고시키면 쿠팡이 보관, 포장, 재고관리, 배송, 반품 등의 풀필먼트 서비스 일체를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그동안은 쿠팡이 사입한 상품만 로켓배송이 가능했으나, 로켓그로스를 도입하면서 오픈마켓 셀러도 쿠팡의 빠른 배송 서비스를 누리게 됐다.
쿠팡은 로켓그로스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A 업체 대표는 “기존에 로켓배송을 하고 있었는데, 로켓그로스 론칭 시기에 쿠팡 담당자들이 ‘로켓그로스를 해보라’고 연락을 정말 많이 했다”고 말했다. 8월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에서 “로켓그로스는 전체 비즈니스 성장률보다 2배 이상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일부 셀러들은 로켓그로스의 매출이 늘고 입점을 희망하는 업체가 늘어나자 쿠팡이 셀러 대상의 갑질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수의 판매자에 따르면 이달 쿠팡은 일부 로켓그로스 업체에 사전 고지 없이 갑작스레 물품 입고 중단 조처를 내렸다. 이에 대해 문의하는 셀러에게는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라’며 일방적 계약 해지 의사를 전달했다.
상품 입고 중단 조처를 받은 업체 다수가 쿠팡 측에서 받은 답변은 모두 동일했다. ‘당사는 사전에 마련된 내부 기준에 부합하는 판매자에 한해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준은 시장 상황, 고객 경험 등 다양한 사정을 고려해 변경될 수 있다’, ‘위 기준에 따라 귀사와는 로켓그로스 진행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어떤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입점이 중단됐는지 정확한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A 업체 대표는 “입점이 중단된 이유를 10여 차례 물었으나 제대로 된 답을 받지 못했다. 혹시라도 상품에 어떤 문제나 오류가 있었나 싶어 모든 상품을 며칠간 다시 살피며 확인했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자 B 씨도 “정상적으로 판매하던 상품의 입고를 갑자기 중단시켜버렸다. 어떤 이유에서 중단됐는지 알아야 수정이든 보완을 할 텐데 그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 씨는 “판매자가 혹시라도 잘못한 게 있다면 소명의 기회를 주고,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유를 알려줘야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는데 기준에 맞지 않으니 나가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2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입점 업체들 “쿠팡은 판매자의 무덤”
쿠팡 로켓그로스 입점이 중단되면서 당장 회사 운영이 막막해졌다는 사업자도 있다. 로켓그로스를 통해 100여 개 상품을 판매 중인 C 씨는 “쿠팡 단일 판매만 진행해 월 매출이 3억~4억 원가량 나온다. 로켓그로스 성장률 상위 1% 업체로 선정됐다”며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최근 입고가 중단됐다. 갑자기 매출이 빠지게 되면 회사 운영에 타격이 크다. 매출 유지를 위해서는 당장 새 법인회사를 만들어 다시 로켓그로스에 입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 경우 새 법인을 만들고 기존 계정에서 판매되던 상품을 모두 새로 등록해야 해 업무량이 대폭 늘어난다. 그러나 그보다 우려되는 것은 언제든 또다시 입점 불가 통보를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C 씨는 “현재 입고 중단된 사유를 알아야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할 텐데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로켓그로스 담당자들도 ‘공유 받은 것이 없다’, ‘해결 방법이 없다’는 얘기만 반복한다”라며 “새 법인을 만들어도 언제든 또다시 입점이 중단될 수 있는 것 아니냐. 다른 판매자들도 입고 중단 사례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불안하다는 얘길 많이 한다”고 전했다.
쿠팡 측은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전개하는 데 있어 물리적 제약이 있다 보니, 부득이하게 일부 업체에 서비스 중단 통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중소상공인들에게 로켓배송의 길을 열어준 쿠팡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협력사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물류센터 공간 및 배송 인력이 한정되어 제반 사정상 모든 협력사에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고 중단 이유를 밝혔다. 이어 “쿠팡은 일부 협력사의 상품에 대해 쿠팡의 다른 서비스를 제안하는 등 중소상공인 협력사와의 거래 관계를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팡은 로켓그로스 서비스가 소상공인 상생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로켓그로스를 통해 소상공인의 판매 경쟁력을 높이고 동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 로켓그로스를 운영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반면 입점 업체들은 쿠팡을 ‘판매자의 무덤’이라 부른다. 한 입점업체 대표는 “소비자들이 쿠팡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으니 판매자들도 쿠팡 입점을 희망한다”며 “입점 업체가 많아지니 갑질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계속해서 수수료율을 높이고, 판매가는 더 낮추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켓그로스 론칭 초기에는 수수료가 10%대로 운영됐다. 물류 보관료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수수료가 27% 이상이다. 물류도 60일 이상 보관할 경우 매일매일 보관료가 발생한다”며 “이미 매출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수수료가 올랐다고 물건을 뺄 수는 없는 상황이지 않나. 어쩔 수 없이 판매하고 있지만, 수익은 점점 줄어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도 “결국엔 플랫폼만 배 불리는 구조다. 판매자들도 알고 있지만 매출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쿠팡에 입점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며 한숨 쉬었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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