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주, 평소처럼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한 A 씨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전날 검책창에 검색했던 단어가 그대로 AI 추천 콘텐츠에 떴기 때문이다. 검색어 저장 기능과 위치 접근 등을 모두 꺼놓고 사용하는 A 씨는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AI 활용 동의 설정 항목을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개발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8월 공개한 야심작 초거대 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 상품 추천 기술 에이아이템즈(AiTEMS)와 AI 하이퍼클로바를 결합했다. 개인화 추천 모델과 엔진 구조를 강화해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다.
네이버가 AI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면서 올해 3분기에 최대 실적(3분기 연결 매출 2조 4453억 원, 영업이익 3802억 원)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편에선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선택권 없이 검색·쇼핑기록 활용…싫으면 ‘포털 사용 못 해’
지난해 8월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에게 제3자 공유가 포함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을 필수로 동의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 일었다. 결국 메타가 해당 방침을 철회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지만, 포털의 개인정보 남용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관련기사 쿠키는 개인정보 아니다? 구글·메타, 천억 과징금 부과돼도 꿈쩍 안 하는 이유).
네이버는 고도화된 AI 개인화 추천으로 이용자 만족과 중·소상공인 성장을 이루고, 차별화된 AI 기술 경쟁력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최근 도입한 AI 개인화 추천 서비스에 대해 이용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용자의 쇼핑 활동 이력이나 검색어 등에 따라 관심사를 추천하는 방식인데, 이용자가 이 추천을 거부할 수 없어서다.
네이버는 이용자의 계정을 통해 구매한 쇼핑 내용, 검색어 등을 AI 추천에 활용한다. 개인 이용자가 검색어 저장 기능을 꺼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관계자는 “저장 기능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네이버는 이용자의 검색 기록을 보유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AI 추천 서비스 제공에 발맞춰 9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개정했다. 네이버 개인정보 처리방침에는 ‘신규 서비스 요소의 발굴 및 기존 서비스 개선 등에는 정보 검색, 다른 이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생성·제공·추천, 상품 쇼핑 등에서의 인공지능(AI) 기술 적용이 포함됩니다’고 명시했다. 기존 방침에 없던 AI 기술 적용이 명시된 것이다.
문제는 이용자가 추천을 원하지 않더라도 거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AI 활용에 대해 별도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개인정보 처리방침에만 관련 항목을 추가했다. 네이버는 AI 활용에 대해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을 제공하기 위해 이용자의 검색 이력, 구독 이력, 문서 소비 이력, 데모그라픽 정보 등을 데이터로 활용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추천에 활용할 때는 이용자를 어떤 이용자인지 특정할 수 없도록 가명 처리하여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엄홍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아이디가 사용될 때 정말로 가명 처리되는지가 중요하다. AI를 이용해 특정한 개인에 맞춰서 분석하는 건 정보 주체 동의가 필요해 보인다. 목적도 분명해야 한다. 네이버가 밝힌 과학적 연구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과학적 연구 목적’이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를 통한 개인정보 수집이 포털 이용에 필수적인지도 의문이다. 구글은 유튜브 이용자가 ‘시청 기록 사용’을 중지하면 최신 동영상 추천(알고리즘) 기능을 자동으로 종료한다. 시청 기록 사용에 동의하지 않아도 유튜브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네이버의 AI 활용은 별도 동의 항목 없이 이용약관에만 명시됐으며, 이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네이버를 이용할 수 없다. 앞서 네이버 관계자는 “이용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 이용이 불가하다. 이 부분은 네이버뿐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때 동의를 하지 않으면 전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을 ‘필수적 동의’라고 하는데, 필수적 동의가 필요한 서비스인지는 서비스 제공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활용 늘어나는데 법안은 아직?
현재까지 AI 활용에 대한 법 조항은 없다. 엄홍열 교수는 “현행법에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된 규정은 없다. 개인정보 관련 사항은 전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한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AI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AI 활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10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인공지능프라이버시팀을 출범했다. 8월 ‘인공지능 시대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 정책 방향’ 발표 후 후속 조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인공지능 활용 관련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인공지능프라이버시팀 관계자는 “AI 정책 방향에 따라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대상은 개인정보보호법 수범자로 주로 기업이 해당한다. 개인정보보호법과 AI 환경은 조금 다를 수 있고, 구체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다만 관련 법안을 준비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AI 관련 규정을 담은 인공지능기본법이 여럿 발의됐지만, 역시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 중이다. 과기부에서는 이 법안 통과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법안에 담긴 내용을 가이드라인화 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구태언 변호사는 “AI 활용에 대한 규제 법안이 없다. 국회에서 입법 논의 중인 상황인데, 이 법에서 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
'무인전' 좌우할 가상현실 시뮬레이터, 방산 선진국이 주목하는 이유
·
충청남도의 국방 AI 클러스터 도전, 과연 성공할까
·
[인터뷰] 데이터연구소 만든 이성배 MBC 아나운서 "빅데이터와 AI가 만들 미래 준비"
·
쿠키는 개인정보 아니다? 구글·메타, 천억 과징금 부과돼도 꿈쩍 안 하는 이유
·
유명인 사칭 광고, 아이돌 성희롱 영상 수수방관…'메타'의 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