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5월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전자책(e북)이 불법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피해 출판사들이 알라딘에 전자책 판매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판업계의 피해보상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12월 1일자로 전자책 공급을 끊겠다는 1단계 대응 계획이 현실화한 것이다. 양측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내년 2월에는 종이책 판매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여 개별 금액 보상에 선을 그었던 알라딘이 입장을 선회할지 주목된다.
#30여 출판사, 판매 중지 통보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최근 출판사들이 알라딘에 전자책 공급 중단을 알리는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주 초부터 현재까지 30여 개 출판사가 판매 중지 의사를 통보해 29일 기준 22곳의 업체가 알라딘과 최종 공급 중단을 결의한 상태다. 문학과지성사, 창비, 다산북스, 웅진씽크빅, 김영사, 길벗 등 국내 주요 출판사 10곳도 동참했다.
이는 16일 대책위와 한국출판인회의가 긴급 간담회를 갖고 정당한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촉구하며 선포한 대응 조치의 일환이다. 알라딘은 5월 해킹을 당해 e북 약 5000권이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무단 유출됐다. 총 4965권이 유출됐는데 무료 도서 및 연재 콘텐츠(1877권)를 제외한 단행본 피해만 3088권 규모다.
대책위가 밝힌 대응 계획은 총 2단계다. 12월 1일 알라딘에 전자책 공급을 끊고, 시정이 안 될 경우 내년 2월부터 종이책까지 단행본 판매를 무기한 중단할 예정이다.
업체별로 공급 중단이 순차 확정되는 상황으로, 11월 마지막 날까지 공문을 보내는 업체가 있을 것으로 보여 알라딘에서 판매가 중단되는 전자책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전자책 불법유출과 관련해 140여 개 출판사가 대책위에 권한을 위임한 상태다. 한국출판인회의 관계자는 “현재도 출판사들로부터 위임장을 받고 있다. 계획한 일자에 판매 중지될 수 있도록 각 사가 알라딘 측에 공식 요청 중”이라고 밝혔다.
#‘직접 보상vs자사 사업 시 혜택’ 보상 방식 두고 갈등 본격화
알라딘과 대책위의 갈등은 지난 9월 피의자 체포 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피의자는 보안 체계 취약점을 노리고 전자책 ‘복호화(암호화의 반대말)’ 키를 탈취해 수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하며 알라딘을 협박했다. 보통 e북 등 전자저작물은 디지털 저작권 관리기술(DRM)를 통해 암호화돼 정상적으로 결제한 구매자만 이용할 수 있는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열쇠를 빼돌린 셈이다. 피의자는 알라딘 외에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입시학원 시대인재·메가스터디 등 4개 업체를 해킹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표준화된 전자책 보안 기술 개발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해커를 잡아 유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었던 시기가 지나고 보상 방식을 논의하면서 양측의 입장 차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6월 19일 최우경 알라딘 대표이사는 출판업계와 만난 첫 간담회 자리에서 “전자책 탈취 사건으로 큰 심려를 끼쳤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보상 관련 질문에는 “보상 책임을 성실히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1월 9일 알라딘이 내놓은 최종 안은 ‘피해출판사가 자사의 전자책 B2B 사업, 오디오북 사업에 참여할 경우 보상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출판업계에서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자책 유출 사태가 재발해도 유통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고, 전자책 보안에 대한 플랫폼들의 방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는 비즈한국에 “사태 초기 알라딘 측의 요청으로 진상 조사 등 책임 소지를 가리는 절차를 지연해줬지만, 피의자 체포로 해킹 사건이 일단락되자 알라딘은 개별 보상 요구를 거부했다”며 “전자책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보안 체계는 조악한 수준이다. 단행본만큼은 불법 공유로부터 지키기 위해 유통사를 대상으로 책임주의 원칙을 세우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행본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콘텐츠가 되면서 유출 위험이 웹툰, 웹소설을 넘어 도서 생태계 전체에까지 미치고 있다”며 “한 번 불법적으로 공유되고 나면 장기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출판사, 서점은 물론 작가들에게도 위협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출판업계가 요구하는 피해보상액은 유료 전자책 1종당 100만 원. 단순 계산으로는 3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대책위는 △피해 위자료를 우선 지급하고 이후 확인되는 추가 피해 등에 대해 별도 보상 △경찰 조사 경과 등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안도 알라딘 측에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그러나 알라딘은 현재까지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알라딘은 개별 보상 불가 방침의 이유로 ‘해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전자책 업계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알라딘 관계자는 금액 보상에 대해 “해커 입장에서 유출 한 건당 일정 비용이 책정되는 선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업계 특성상 추후 유사한 상황에서 근거가 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피해 출판사들은 전자책 서비스 철회가 현실화되는 12월 초까지 알라딘과 계속 협상해 나갈 방침이다. 김선식 대표는 “세부사항에 대해 실무자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타결되지 않으면 판매 중단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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