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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초딩도 이해할 수 있는 ELS 투자리스크의 실체

손실상환 전례 없지만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보긴 어려워…불완전판매 입증 못하면 구제 '난망'

2023.11.28(Tue) 10:24:27

[비즈한국]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위기가 커지면서 잠 못 이루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부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중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약 8조 4100억 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H지수가 현 수준에서 머무른다면 내년 상반기에만 3조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홍콩 H지수와 연계된 ELS 투자 상품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입증이 없다면 피해 구제를 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생성형 AI

 

지난 2014년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융 용어 쉽게 이야기하기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대회 결승에 오른 6개 팀은 하향계단식 조기상환형 ELS를 쉽게 설명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이때 해운대지점은 ELS를 아빠와 딸의 중간고사 내기에 빗대어 설명해 심사위원인 고객과 직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내용은 이렇다.

“중학교 1학년 기말고사 두 번에서 국어, 영어, 수학 점수를 평균 95점 이상 받으면 하와이 여행을 보내줄게.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험이 어려워지니까 2학년 때는 평균 90점, 3학년 때는 85점 이상으로 하자. 단, 1과목이라도 60점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면 용돈을 줄이기로 하자.”

 

여기서 국어, 영어, 수학은 ELS의 기초자산인 코스피지수와 해외 주가지수를 의미한다. 6번의 시험은 조기상환 평가 주기를, 시험 점수는 조기상환 조건, 60점은 원금 손실 구간, 하와이 여행은 기대 수익률을 비유했다. 당시 대우증권이 ELS를 금융상품 용어로 선택한 것은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인데도 연 8~10%의 높은 수익률 때문에 투자 잔액이 급격히 늘고 있는 상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파생상품은 은행 예금과 적금보다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복잡한 구조인데도 은행이나 증권사에서는 상품 설명보다는 수익률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홍콩H지수 ELS 사태에서도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이 바로 ‘불완전 판매’ 이슈다.

 

ELS는 통상 기초자산 가격이 반토막만 나지 않으면 연 4~6% 이상의 수익을 준다. 기초자산은 여러 가지다. 코스피200이나 S&P500 등 각국 대표 지수로 활용되고, 일반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한다면 종목형 ELS가 된다. 또 주가와 지수로 기초자산을 삼는 ELS와 달리, 파생결합증권(DLS)으로 영역을 넓히면 대기업의 신용, 이자율, 통화, 원자재 등이 기초자산이 된다.

 

ELS에서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조기상환’이다. 당초 정해진 수준(95%나 90%)을 넘으면 만기보다 짧은 기간 안에 상환된다. 조기상환이 3년 만기일 경우, 5번의 기회가 있는데, 조기상환 구간은 보통 95%-95%-90%-90%-85%다.

 

통상 가입 당시 가격 대비 50% 내외 수준의 녹인배리어(Knock-In Barrier·원금손실한계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만기에 약속한 수익을 준다. 녹인을 한 번 찍으면 손실이 난 것과 같은 고통을 받는데, 녹인을 찍어도 어느 정도 수준, 즉 만기까지 상환조건을 충족하는 수준을 회복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상당수 ELS가 녹인을 찍었다가 코스피지수가 반등하면서 모두 이자까지 지급돼 상환된 적도 있다.

 

그럼에도 ELS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오해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수형 ELS의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알려졌지만, 위로 막혀 있고 아래로 뚫려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 번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액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주식의 경우, 위험하다는 인식은 누구나 갖고 있다. 주변에서 주식으로 망했다거나 증권사 직원이 고객 돈을 손실을 내 자살했다는 소식도 들어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ELS의 경우, 잘 모르는 투자자들도 지수형 ELS는 손실상환된 적이 없다는 이야기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여러 번의 금융사고와 펀드사태를 거치면서 금융사들의 내부통제가 강화됐기 때문의 불완전판매였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이 피해 구제를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모르면 죄’인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중국이 불투명한 국가라는 점에서 내년 만기가 다가올수록 H지수와 연계된 ELS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다. 기초자산별로 수익률 격차가 클 수 있고, H지수나 유로스톡스50 등 불투명한 국가 상황 혹은 고평가 기업들이 있는 지수보다 안전한 편인 코스피200 위주로 구성된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되새겨볼 때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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