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청년층 내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시중 금리의 절반 이하로 대출이 가능한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을 내놨다. 내년 2월 청약 통장이 신설되면 연간 10만 명의 청년들이 주택 청약당첨과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자 감소분을 합치면 연간 약 500만 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역대 최초로 청약통장과 대출을 연계한 파격적인 정책이라고 강조하는데 한계 역시 지적된다. 대상이 되는 주택이 적거나 낮은 연령 기준 등 요건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희망고문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지난 24일 국토교통부와 국민의힘은 당정협의회에서 ‘청년 등 국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청년층의 안정적 자산형성과 내 집 마련 기회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청약 통장과 전용 대출을 연계해 새로운 주거 사다리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앞으로 5년간 공급될 뉴홈 청년 대상 주택 34만 가구에 대한 적극적인 청약 참여도 유도하고 있다.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은 기존 청약통장보다 이자를 더 주고 납입 한도는 월 100만 원으로 2배 늘린다. 이자율은 기존 최대 4.3%에서 4.5%까지로 높였다. 이 통장에 1000만 원 이상을 모은 후 6억 원 이하 주택 청약에 당첨되면 분양가의 80%까지 최장 40년, 최저 금리 연 2.2%를 적용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 실행 후 결혼하면 0.1%p, 첫 출산 시 0.5%p, 다음 출산부터는 0.2%p씩 추가 금리 인하 혜택도 있다.
#연봉 5000만 원에 무주택 세대주 아니어도 가능…‘파격’ 강조
무엇보다 가입요건이 완화된 점이 눈에 띈다. 현행 청년 우대형 청약 통장은 소득 3600만 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만 가입 대상이지만 이 청약통장은 연소득 5000만 원 이하 만 19~34세 청년 무주택자라면 가입할 수 있다. 기존에 일반 청약통장에 가입한 사람도 소득 기준과 무주택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옮겨갈 수 있어 전환 가입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청약통장 가입 기간과 납입 횟수, 납입 금액은 모두 인정된다.
주택 청약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이 청년들의 자산 마련을 지원하고 주택 구입 부담을 낮춰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일단 정부가 지난해 공공주택 뉴홈 50만 호 정책을 발표하며 제시한 금융 혜택(만기 40년·최저 1.7%)은 물론 현존하는 정책 대출 중에서 조건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0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약 2575만 명으로 9월 2580만 명 대비 5만 명가량 줄어들었다. 1년 전에 비하면 100만 명 이상 줄어든 수치다.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에 청약 통장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해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위원은 “고금리, 고분양가에 DSR도 본격적으로 적용을 받게 되면서 청약 시장이 시들해졌다”며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은 비교적 저소득 청년들에게 메리트 있는 대출 조건을 적용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대상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6억 이하 신축 어디있나” 가계대출 자극 우려도
하지만 분양가 기준이나 가입 나이 조건 등은 여전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출을 받으려면 만 39세 이하여야 한다. 청약통장 가입자일지라도 만 나이로 마흔이 되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2025년 제도 시행 후 1년간 1000만 원 이상 납입실적이 있어야 대출 자격이 되기 때문에 정책이 발표된 현재 시점에 만 32세인 청년들까지만 적용된다. 이 때문에 갈수록 결혼 연령이 올라가는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기존 청년 우대형 가입자들은 내년부터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으로 자동 전환돼 최초 가입 시점을 기준으로 1년이 넘으면 혜택을 볼 수 있다.
특히 분양가 6억 원 이하 및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만 대출이 적용된다는 점은 이번 대책의 가장 큰 한계로 꼽힌다. 업계는 사실상 서울에서는 이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대출 대상이 되는 서울 아파트 물량이 1000가구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85㎡ 이하 서울 지역 물량(일반분양 기준)은 총 1만 658가구로 이 가운데 분양가 6억 원 이하 주택은 전체의 7.16%인 1193가구에 그쳤다. 공사비에 영향을 미치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분양가 상한제도 축소돼 분양가가 떨어지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청년들은 주로 도심에서 직장을 다니고 생활한다.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적당한 입지의 물량이 얼마나 확보될지가 관건인데 6억 아파트의 공급은 실현가능성이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김 수석위원도 “서울에서는 유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수도권 전체로 보면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주로 경기도·인천 지역이나 시세의 70~80%로 공급되는 공공주택 분양에 대출 지원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겉보기에는 혜택이 확대됐지만 실제로는 납입자들이 ‘원하는 주택’과 당첨 가능한 주택 사이의 간극은 좁히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가계대출 급증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저금리를 기조로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집값 하락 시 대응할 수 있는 방어 전략이 부재하다. 가계부채 규모가 상당한데도 그 위험성에 대한 고민보다는 이자를 낮춰줄 테니 집을 사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정책의 취지가 당장 집을 사라는 게 아니라 ‘주거 사다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출 세부 기준은 내년 말 구체화된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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