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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첫 관측사진 공개, 과연 뭘 담았나

페르세우스자리 은하단, 나선은하 IC 342, 왜소은하 NGC 6822, 구상성단 NGC 6397, 말머리 성운…놀라운 퀄리티로 거대 영역 담아

2023.11.27(Mon) 14:25:02

[비즈한국] 지난 7월 발사된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이 최종 궤도인 L2 궤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현재 가이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함께 궤도에 머무르고 있다. 약 반 년간 관측 준비를 마친 유클리드 망원경은 드디어 모두가 기다리던 첫 번째 과학 관측 이미지를 공개했다. 퀄리티는 예상한 대로였지만 직접 확인한 그 결과는 아주 놀라웠다.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이 공개한 첫 번째 이미지에 어떤 것들이 담겨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이 공개한 첫 관측 이미지를 파헤쳐보자.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페르세우스자리 은하단. 사진=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CEA Paris-Saclay), G. Anselmi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은 가장 먼저 페르세우스자리 은하단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곳은 지구로부터 약 2억 4000만 광년 떨어진 거대한 은하단이다. 이 안에만 수천 개의 은하가 있다. 각 은하는 수천억에서 수조 개에 달하는 별들을 품고 있다. 사진 속 노랗게 빛나는 은하들이 전부 페르세우스자리 은하단의 구성원이다. 

 

그런데 사진에 담긴 건 이게 전부가 아니다. 페르세우스자리 은하단 너머 훨씬 먼 수십억 광년 거리의 배경 은하들도 함께 담겨 있다. 깜깜한 배경 속 흐릿한 주황빛으로 보이는 얼룩들이 바로 머나먼 배경 은하들이다. 제임스 웹과 마찬가지로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 역시 먼 우주를 보기 위해 적외선 빛을 함께 관측한다. 그래서 약 100억 광년 거리의 우주까지 볼 수 있다.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은 앞선 허블과 제임스 웹에 비해서는 훨씬 작은 거울을 갖고 있다. 그래서 먼 은하들의 모습을 그 둘만큼 아주 세밀하게 보지는 못한다. 하지만 애초에 유클리드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한꺼번에 넓은 시야로 우주를 보면서 우주 전역의 지도를 채워나가는 서베이 관측이 주목적이다. 우리 은하 은하수와 태양계 먼지 원반으로 시야가 막혀 있는 하늘을 제외한 나머지의 하늘 지도를 그리게 된다. 이를 통해 유클리드는 하늘 전역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영역을 지도로 담게 된다. 

 

실제로 허블과 제임스 웹의 딥필드와 비교했을 때 유클리드가 한꺼번에 얼마나 넓은 지도를 그릴 수 있는지를 보면 서베이 관측 망원경으로서의 유클리드의 뛰어난 성능을 체감할 수 있다. 허블과 제임스 웹 딥필드는 고작 모래알 하나로 가려지는 좁은 하늘만 겨냥해 우주의 빛을 담았다. 반면 유클리드는 보름달 하나는 거뜬히 들어가고 남을 만큼 큰 화각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즉 유클리드는 허블과 제임스 웹의 딥필드에 준하는 퀄리티로 훨씬 거대한 하늘 전역의 모습을 담게 된다. 앞으로 유클리드는 페르세우스자리 은하단뿐 아니라 다양한 여러 은하단의 모습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주 전역에 분포하는 은하들의 지도를 완성하고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우주 전역에 얼만큼 분포하는지도 파악해나갈 예정이다.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나선은하 IC 342. 사진=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CEA Paris-Saclay), G. Anselmi

 

유클리드 망원경은 우주의 거대한 비밀, 암흑 물질을 추적한다. 암흑 물질은 은하의 회전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수많은 나선 은하들은 암흑 물질을 머금었다. 그래서 눈으로 보이는 별만 고려했을 때보다 훨씬 강한 중력으로 별을 붙잡고 있다. 별들은 매우 빠르게 은하 외곽을 맴돈다. 이런 은하들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것도 암흑 물질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유클리드 망원경은 나선은하 IC 342의 모습을 공개했다. 수많은 배경 별을 뒤로하고 선명하고 아름답게 휘감긴 은하의 나선팔을 볼 수 있다. 

 

한 가지 더 놀라운 건 다른 망원경으로는 이 은하를 이렇게까지 깨끗하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이 은하는 다른 별명을 갖고 있다. ‘숨겨진 은하’다. 우리 은하 은하수 원반에 걸쳐 있어서 두꺼운 먼지 원반에 가려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사진을 봐도 원래 이 은하는 빽빽한 먼지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유클리드는 먼지 원반을 꿰뚫고 그 너머에 숨어 있는 은하의 선명한 모습을 그려냈다.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왜소은하 NGC 6822. 사진=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CEA Paris-Saclay), G. Anselmi


유클리드 망원경은 궁수자리 방향에 놓인 흐릿한 왜소은하 NGC 6822도 관측했다. 거대한 타원은하도 아니고, 아름답게 나선팔이 휘감긴 나선은하도 아니고, 딱히 볼품없어 보이는 불규칙 왜소은하 NGC 6822를 왜 관측했을까? 다 이유가 있다. 

 

유클리드는 100억 광년 거리까지 먼 우주의 은하들의 분포 지도를 완성하게 된다. 이런 먼 우주에는 지금의 우주처럼 덩치가 크고 규모가 있는 은하들은 오히려 적다. 빅뱅 직후 이제 막 은하들이 빚어지던 초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훨씬 작고 왜소한 불규칙한 모습의 은하들이 많다. 

 

이런 불규칙 은하들 중 일부는 지금까지도 미처 반죽되지 못한 채 살아남아 우주 곳곳을 떠돈다. 특히 거대한 은하의 중력에 붙잡혀 그 주변을 맴도는 위성 은하의 모습으로 많이 발견된다. 이들은 빅뱅 직후 원시 은하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은하 버전의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을 연구하는 것은 이후 본격적으로 먼 우주까지의 지도를 그리기 전 불규칙 왜소은하들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사진을 잘 보면 은하 곳곳에 보라빛 둥근 가스 구름이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활발하게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면서 주변이 둥글게 불려진 별 탄생 지역이다. 은하 NGC 6822는 아주 폭발적으로 어린 별들이 태어나고 있는 은하다. 이 은하를 이루는 별 대부분은 약 30~50억년 전에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도 이 은하를 관측한 적이 있다. 다만 제임스 웹은 훨씬 좁은 시야로 디테일하게 관측하기 때문에 은하를 통째로 한눈에 담지는 못했다. 그 대신 훨씬 세밀하게 은하 속 수많은 별들을 하나하나 구분해내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임스 웹과 유클리드로 찍은 은하 NGC 6822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두 망원경의 목적이 어떻게 다른지를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구상성단 NGC 6397. 사진=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CEA Paris-Saclay), G. Anselmi


유클리드 망원경의 주목적은 은하의 지도를 그리는 것이지만 관측 대상이 꼭 은하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우리 은하 헤일로를 떠도는 구상성단을 연구하는 데에도 유클리드 망원경은 좋은 도구가 된다. 유클리드는 수십만 개의 별들이 높은 밀도로 모여 있는 구상성단 NGC 6397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 구상성단은 지구에서 두 번째로 가장 가까운 구상성단으로 약 7800 광년 떨어져 있다. 특히 이 사진은 유클리드 망원경의 아주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현존하는 그 어떤 다른 망원경도 거대한 구상성단을 단 한 번의 관측으로 한꺼번에 담지 못한다. 모두 시야가 좁기 때문이다. 구상성단의 전체 모습을 담기 위해서는 여러 장의 사진으로 나눠서 찍은 다음 사진을 모아서 완성해야 한다. 하지만 유클리드는 거대한 화각으로 구상성단을 통째로 담았다. 

 

이 구상성단은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은 곳이다. 2021년 천문학자들은 허블과 가이아로 관측한 이 구상성단 속 별의 움직임을 통해 구상성단 속 별들이 점점 높은 밀도로 성단의 중심부를 향해 모여들고 있다는 발견을 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성단 중심에 아주 작고 밀도가 높은 천체, 블랙홀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특히 거대한 은하 중심이 아니라 훨씬 작은 구상성단 중심에 있는 블랙홀이라면 비교적 질량이 작은 중간 질량 블랙홀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지금껏 천문학자들이 그 존재를 의심하고 있는 미지의 블랙홀이다. 

 

하지만 최근의 새로운 관측에 따르면 성단 중심에 있는 것은 중간질량 블랙홀이 아니라 수천 개의 백색왜성이 모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암흑 물질뿐 아니라 성단 중심의 중간 질량 블랙홀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 역시 유클리드 망원경으로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발견이기도 하다.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말머리 성운. 사진=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CEA Paris-Saclay), G. Anselmi


체스는 바둑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보드게임 중 하나다. 체스 말 중에는 기사를 의미하는 나이트 말이 있다. 체스판 위에서 말 머리를 잘라놓은 것처럼 생긴 말이 기사다. 기사를 뜻하는 나이트는 고대 영어에서 소년과 하인을 의미하는 단어 크니히트에서 유래한 단어다. 체스판에서 나이트는 충성심과 기사도 정신을 상징한다. 절묘하게도 체스판의 나이트 말을 본따 만든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우주 먼지 구름이 있다. 바로 말머리 성운이다. 이곳은 높은 밀도로 먼지 구름이 반죽되면서 새로운 별과 행성이 탄생하는 현장이다. 유클리드 망원경은 이 거대한 말머리 성운을 담았다. 

 

유클리드 망원경은 약 한 시간 동안 빛을 모아서 아름다운 말머리 성운 주변 영역의 사진을 완성했다. 특히 사진 속에는 갓 반죽된 어린 갈색왜성, 목성 10배 정도의 질량을 가진 어린 떠돌이 행성들의 모습도 숨어 있다. 이런 독특한 모습의 먼지 구름 조각상이 만들어진 이유는 사진 바깥 말머리 성운 위에 있는 밝은 별 오리온자리 시그마 때문이다. (참고로 워낙 밝은 별이어서 만약 유클리드 망원경이 그 별을 겨냥했다면 그 별 말고 다른 건 볼 수 없을 것이다.) 별의 강력한 항성풍으로 인해 주변의 성간 물질이 불려 나가면서 높은 밀도로 먼지 구름 벽이 쌓였다. 그 가장자리를 따라 우연하게도 말머리 형상을 하고 있는 거대한 먼지 구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유클리드 망원경이 새롭게 공개한 사진을 보면 사진 너머에서 빛나고 있는 밝은 별의 항성풍으로 인해 성간 물질이 불려나가면서 만들어진 물결치는 듯한 흔적까지도 볼 수 있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유클리드가 공개한 사진을 잘 보면 중간중간에 뭔가 이상한 파란 얼룩이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밝게 빛나는 별 바로 옆에서 파란 얼룩들이 보인다. 이건 대체 무엇일까? 

 

유클리드 망원경의 광학 장치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잔상이다. 유클리드 망원경은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영역 두 파장으로 우주를 관측한다. 그래서 망원경 거울로 모은 빛을 다시 두 가지 파장의 빛을 보는 검출기로 분산하는 장치가 들어간다. 이때 지나치게 밝은 별빛을 볼 경우 그 잔상이 남게 될 수 있다. 밝은 별 바로 옆에 있는 파란 얼룩이다. 이상한 수수께끼의 천체가 아니니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 

 

30년째 지구 저궤도를 지키고 있는 허블 우주 망원경. 작년부터 역대급 사진들을 쏟아내고 있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그리고 그에 준하는 퀄리티로 더 거대한 우주 전역의 지도를 그려나가게 될 유클리드까지. 이제 인류는 우주 망원경 대부흥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NASA는 이미 또다른 차세대 우주 망원경,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 망원경을 준비하고 있다. 이 망원경 역시 기존의 우주 망원경보다 더 거대한 시야로 한꺼번에 넓은 우주를 바라보면서 우주의 지도를 완성할 예정이다. 앞으로 또 어떤 거대한 우주 망원경들이 우주로 가게 될지, 그들이 보여줄 새로운 우주는 어떤 모습일지 정말 기대가 된다. 오래 살아야겠다. 

 

참고

https://www.esa.int/Science_Exploration/Space_Science/Euclid/Euclid_s_first_images_the_dazzling_edge_of_darkness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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