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투자은행(IB)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해외 사모투자펀드(PEF) 힐하우스캐피털이 한앤컴퍼니로부터 국내 바이오디젤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SK에코프라임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힐하우스캐피털은 바이두, 텐세트, 징둥, 메이투완 등 유명 중국 기업에 투자를 해온 대표적인 투자사로 힐하우스의 주요 투자처가 중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에서의 투자 실적은 미미했다. 실제로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사모펀드들도 힐하우스는 중국 시장에 집중하는 투자사로 한국 시장에서는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힐하우스도 중국이 아닌 한국시장에 눈을 돌려, 헤드헌터를 통해 국내 주요 사모펀드 인력 및 IB 출신을 대상으로 투자인력을 채용하려고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힐하우스만이 아니다. 미국 4대 사모펀드인 아폴로 역시 2022년 미국계 대체투자 운용사인 EMP벨스타와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조성한 크레딧펀드 외에 사업 확대를 위해 최근 PE부문을 한국에 설립하고 한국 사무소의 대표급 인력을 채용했다는 전언도 들린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사모펀드의 주요 LP(Limited Partner)들이 중국 회사, 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자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아직 집행되지 않은 투자금인 드라이파우더를 소진하기 위해 중국이 아닌 일본, 한국, 인도 시장에 눈을 돌려 투자기회를 찾고 있다. 실제로 사모펀드들의 중국 투자 비중은 2018년 48%에서 2022년 13%, 2023년 9월 말 누적기준 18%로 크게 줄어든 반면, 일본은 2018년 2%에서 2023년 38%로 크게 상승했고, 한국 역시 2018년 9%에서 2023년 12%로 3%p 증가했다.
사모펀드뿐만이 아니다. APAC에서 가장 큰 시장이던 중국의 일감이 줄어든 탓에 글로벌 투자은행(IB)도 한국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IB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에는 APAC 인더스트리팀 대부분의 뱅커들이 중국 관련 거래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거래에 대한 지원이 덜했는데, 지금은 대다수의 인더스트리 뱅커들이 매달 한국에 출장을 오거나 한국 고객과 미팅을 잡아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올해 글로벌 IB들이 대규모 인원 감축을 하는 상황에서도 모건스탠리는 한국 IB 대표 밑에 수년간 비어 있던 MD(Managing Director)급 포지션으로 크레디트스위스 출신의 전무급 인사를 영입해 한국 시장 및 고객 커버리지 강화를 꾀하고 있다. 도이치증권도 최근 글로벌 IB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한국 사업 확대를 위해 모건스탠리의 사무엘 김 회장을 chairman of APAC M&A에 영입하고, 본부장급(상무) 인력도 2명이나 채용했다.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미국계 선도 투자은행 한 곳도 향후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내년 론칭을 목표로 한국에 사무소를 내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이처럼 한국시장이 글로벌 사모펀드, IB에게 주목을 받으면서 자본시장에서 영향력이 높아지는 한편에선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매력적인 투자기회들이 얼마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IB 업계는 예년에 비해 올해는 IPO, M&A 딜 기근이라고 말할 정도로 시장이 안 좋았으며, 내년에도 될 만한 수천억~조 단위 중대형 딜이 많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하고 있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에서도 투심이 얼어붙어 있다. 그간 시장을 견인한 2차 전지 관련 투자 기회들도 밸류에이션이 고점을 지나 하락하는 추세이고, 포드 등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키웠던 자동차 회사들 역시 전기차 투자에 잠시 주춤하면서 전반적인 2차 전지 섹터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K-드라마·콘텐츠에 대한 투심도 예전만 못 하다. 콘텐츠 투자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대규모 자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므로 리스크가 높다. 게다가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은 넷플릭스가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해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있다.
불과 몇 년 전 새로운 경제로 각광 받던 이커머스, 음식 배달, 신선식품 배달 등 대표적인 플랫폼 사업 역시 오랫동안 돈을 벌지 못하고 비용만 투입하는 구조로 투심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일부 견실한 플랫폼은 돈을 벌지만, 전반적인 플랫폼 사업의 밸류에이션이 많이 낮아져 매도자와 매수인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바이든과 시진핑이 정상회담을 했다. 그러나 양쪽 다 상대에게 가진 불만과 갈등이 여전해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미중 갈등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다.
다만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사모펀드와 글로벌 투자은행이 한국에 새로 진출하고, 기존 플레이어들도 한국 내 인력을 보강하고 한국 시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상황이라, 내년에 중대형 딜을 차지하기 위한 투자업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유지영 칼럼니스트
sunup0928@naver.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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