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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헬스·피트니스 협회장, 성범죄 전과에도 버티는 까닭

성범죄 유죄 판결 받아도 사업주는 범죄 이력 숨기기 쉬워…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 보완 필요

2023.11.23(Thu) 18:29:53

[비즈한국] 피트니스 업계에 속한 모 민간 협회 대표가 성범죄 징역형을 받고도 사업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다. 업계에선 성범죄 경력자가 관련 분야에 계속 종사할 수 있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행법 상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가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 특히 헬스·피트니스 분야는 신체를 다루는 업종인 만큼, 제도 보완을 통해 종사자의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청법에서는 성범죄자의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 취업을 금지하지만,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헬스장 대표였던 A 씨는 2019년 5월 자신의 헬스장에서 직원을 성추행했다.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2021년 5월 1심에서 징역 8개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2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취업제한 명령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판결을 했다. 감형 사유는 A 씨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후 해당 헬스장은 매각 후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A 씨는 트레이너 교육, 스포츠 강의 등 관련 사업을 활발히 이어갔다. A 씨가 헬스장 운영뿐만 아니라 관련 민간 협회의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 해당 협회는 서울시 등 지자체, 기업, 대학교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A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협회를 통해 직장인 건강관리 사업을 수주하거나 전국체육대회·소년체육대회에도 참여했다. 협약을 맺은 국내 스포츠 관련 학과에서 특강도 진행하는 등 활봘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피트니스 업계서는 A 씨처럼 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고도 지속해서 종사할 수 있는 구조에 우려를 표한다. 현직 트레이너 B 씨는 “전국체전이나 소년체전에 미성년자 선수가 많다. 대회 지원을 나가면 선수의 신체를 만지는데 성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다”라며 “트레이너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이런 사례가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까 걱정된다. 사업을 수주하거나 트레이너 이력을 검증할 때 더 철저하고 투명한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르면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경우 형 집행 후 최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다. 하지만 2018년 7월 17일 이후 형이 확정된 경우 법원에서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받았을 때만 제한 대상이 된다.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초범이라면 명령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성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에 종사할 수 있는 셈이다.

 

아청법상 취업제한 제도의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성범죄 전과가 있어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하거나 운영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서다. 또한 성범죄자가 구직자가 아닌 사업자인 경우 범죄 이력을 숨기기 쉬워 지자체 등 외부에서 단속하지 않는 한 적발하기 어렵다. 취업 후 형이 확정되거나, 형이 확정된 후 사업장 운영을 지속할 때도 자발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적발이 쉽지 않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를 위반한 사례는 매년 끊이지 않는다. 여성가족부가 2022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성범죄 경력자 취업 여부를 점검한 결과, 81명의 취업제한 대상자가 적발됐다. 2021년(67명) 대비 14명 증가한 수치다. 특히 체육시설은 학원과 더불어 적발 대상자가 가장 많은 업종이다. 2022년 조사에서 기관유형별 적발 발생 비율은 체육시설이 29.7%(24명)로 사교육 시설(29.7%)과 더불어 1위에 올랐다. 2021년 조사에서도 적발 인원 중 체육시설에 취업한 경우가 37.3%(25명)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제도 위반 시 제재하는 규정은 미비하다. 취업제한 명령을 어기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한 당사자는 해임 외엔 처벌 수단이 없다. 관련 기관을 운영하거나 사실상 노무를 제공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설에서 취업자를 해임하지 않은 경우에만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설 폐쇄를 거부할 때도 제재할 방법은 없다.

 

이 때문에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이 나왔지만 시행까진 갈 길이 멀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4월 입법 예고한 개정안은 시설 폐쇄를 거부한 운영자에게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성범죄 경력자를 확인하는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하는 기관에도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외국교육기관, 청소년단체 등 취업제한 대상 기관도 확대했다. 이 개정안은 8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취업제한 명령을 위반한 당사자를 처벌하는 법안은 여럿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선교 전 의원이 지난 3월 대표 발의한 아청법 개정안은 취업제한 명령을 위반한 성범죄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4월에는 전봉민 의원 등이 유사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선 취업제한 명령을 위반한 성범죄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려, 김 전 의원의 개정안보다 처벌 수위를 높였다. 다만 두 법안 모두 처벌 대상에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운영자나 노무 제공자는 명시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

 

두 법안을 두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검토 보고서에서 “종사자 해임 요구를 했을 때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거의 없어 처벌 규정의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라며 “취업제한 명령에서 ‘사실상 노무 제공’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현행 규정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라며 수정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는 “성범죄로 처벌을 받은 사람이 교육기관이나 체육시설에 종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채용 예정자 및 운영 예정자에 대한 성범죄 경력조회, 운영자 및 종사자의 성범죄 경력을 점검하는 절차가 있긴 하다”라며 “그러나 본인이 사업자로서 헬스장을 운영하거나, 사업자 대표 명의로 제삼자를 내세우는 경우 제도를 쉽게 피할 수 있다. 행정기관의 감독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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