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글로벌 스포츠용품 브랜드 ‘데카트론’이 송도점 폐점을 결정했다. 데카트론은 2018년 국내 진출을 선언할 때만 해도 10년 내 50개 매장 확대를 자신했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성과는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데카트론 최대 규모 매장 송도점, 5년 만에 영업종료 결정
데카트론의 대표 매장으로 꼽히는 송도점이 다음 달 10일 영업을 종료한다. 2018년 높은 관심 속에 문을 열었던 송도점은 영업 5년 만에 쓸쓸히 문을 닫게 됐다. 데카트론코리아는 데카트론 송도점이 위치한 단독 건물을 10년간 임대하기로 계약을 맺은 바 있으나,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도 못한 채 폐점하게 됐다.
데카트론은 1976년 프랑스에서 시작한 글로벌 스포츠 기업이다. 전 세계 47개국에 1500개가량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데카트론은 2018년 국내 진출을 선언하고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1호점을 열었다. 당시 송도점 개점 소식은 연일 화제가 됐다. 유럽의 대표적인 스포츠 레저 전문 브랜드가 국내 입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기대감이 쏠렸고, 7800㎡(약 2350평) 규모에 캠핑, 피트니스, 사이클링 등 45개 종목 4000여 품목을 갖춘 국내 최대 체험형 매장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사람들로 북적였던 매장은 폐업 정리가 한창이다. 매장 곳곳에는 ‘폐업 세일’ 안내문이 붙어있다. 농구, 탁구, 인라인스케이트, 골프 퍼팅 등을 할 수 있던 스포츠 체험존은 철거돼 빈 공간만 남은 상황이다. 인천에 사는 박 아무개 씨는 “데카트론 송도점 폐업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주말에 아이와 종종 방문해 스포츠 체험하기 좋았는데, 문을 닫는다니 아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송도점이 문을 닫으면서 데카트론 한국 본사도 사무실을 이전했다. 데카트론은 송도점을 오픈하며 전력을 쏟기 위해 강남에 있던 한국 본사를 송도로 옮겼다. 하지만 폐점이 결정됨에 따라 이달 본사 사무실을 다시 강남 논현동의 공유 오피스로 이전했다. 데카트론코리아에 따르면 송도점에 근무했던 100여 명 직원도 오피스 및 다른 지점으로 직무 전환이 처리됐다.
데카트론은 송도점 폐점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데카트론코리아 관계자는 “송도점 폐점 후 내년 중 서울 쪽에 중소규모로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외에선 통했지만…대형점포 전략 국내 시장에 맞지 않아, 중소형 매장 전략 선회
데카트론은 국내 진출을 선언할 때만 해도 한국 시장 개척에 대한 자신감이 컸다. 데카트론은 송도점 오픈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10년간 국내에 49개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포부가 무색하게 데카트론의 성과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내 상륙 후 5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데카트론이 출점한 매장은 송도점 포함 5개에 불과하다. 대구, 광주, 대전, 부산 등에도 신규 매장을 오픈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지방권에는 새 매장을 한 개도 오픈하지 못했다.
수익성도 악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데카트론코리아의 매출액은 245억 원, 영업손실액은 68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200억 원)보다 22.5% 확대됐으나, 영업손실은 2021년(49억 원) 대비 39% 늘었다.
전문가들은 데카트론의 대형 매장 전략이 국내의 소비 환경과 맞지 않았던 것이 사업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고 꼽는다. ‘스포츠계 이케아’로 불리는 데카트론은 전 세계적으로 대형매장 출점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져왔다. 전 세계 데카트론의 평균 매장 크기는 1650~3300㎡(500~1000평) 규모다.
국내에 선보인 매장들의 규모도 상당하다. 7800㎡(약 2350평)의 송도점에 이어 하남점은 2800㎡(약 850평), 고양점은 1800㎡(약 550평),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은 2430㎡(약 735평)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유럽 등은 아직 한국만큼 온라인 쇼핑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국토가 넓다 보니 배달 등이 한국만큼 원활하지 않아 오프라인 매장, 대형매장을 찾는 고객이 많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온라인 쇼핑 시장이 전체 소매시장의 35%를 차지한다. 소비자 상당수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경만 하고 실제 소비는 온라인으로 한다. 대형 매장의 경우 임대료, 인건비 등의 문제로 적자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줄줄이 문을 닫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결국 데카트론은 대형 매장 중심의 출점 전략을 중소형 매장 확대로 변경해 생존 전략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카트론은 롯데마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도심형 콤팩트 매장을 확대하기로 계획한 바 있다. 2021년까지 30개 이상 점포에 입점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현재 마트 내 입점 매장은 1개에 불과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바뀌다 보니 현재로서는 상황을 보고 있다. 현재 내년도 추가 출점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데카트론코리아 관계자는 “(내년 출점 계획은)정해진 것은 없다. 한국 철수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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