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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46% 급등,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상인들 "전대료까지 이중고" 하소연

상인들 "전대 금지에도 90%가 세입자…단체행동 나설 것" 시설공단 "원칙대로 대응"

2023.11.21(Tue) 17:26:03

[비즈한국] 면적 3만 1566㎡, 점포 수 620개에 이르는 고속터미널 지하도상가는 2009년 9호선이 개통하며 본격적으로 지역 상권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하철 3·​7·​9호선 및 고속버스터미널과 연결돼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판매 품목도 다양하다 보니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상가 상인들은 지금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상가 임대료가 46%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상가를 찾아 직접 상인들의 호소를 들었다.

 

20일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매장에 붙은 항의 문구. 사진=김초영 기자

 

#“유동인구·주변시세 고려” 납부 금액 46% 올라

 

서울시 공유재산인 고속버스터미널 지하도상가는 서울시설공단이 입찰을 통해 민간업체에 위탁해 상가 점포를 관리·운영한다. 지난달 진행된 위탁 업체 입찰에서 공단이 연 대부료 예정가격으로 156억 원을 내놓으면서 투찰 상한가는 156억 원의 120%인 187억 원이 됐다. 전년 대부료인 127억 원과 비교하면 연 대부료 예정가격은 22%, 투찰 상한가와 실제 납부금액은 46%가 오른 것이다. 공단은 유동인구와 주변시세를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공유재산법에 따라 예정가격을 산출한다. 감정평가를 통해 나온 적정 재산가격에 대부료율을 곱해 예정가격이 정해지는 식이다. 13년간 재산가격 변동률만 반영해 그 안에서 대부료를 조정했다. 이번 인상은 금액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 대부료율이 10.1%로 공단이 부과하는 평균 대부료율(7%)에 비해 높은 것을 두고는 “대부료율은 적정 임대료를 재산가격과 역산해 나온 비율이기에 비율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이 같은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유동인구와 매출의 상관관계가 적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하도상가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A 씨는 “이전에는 유동인구가 매출의 바로미터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이 반반으로 나온다. 유동인구가 훨씬 많은 강남역이 우리보다 상황이 안 좋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나마 구조가 일자로 되어 있어서 사람이 조금 더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투몰, 최고가로 입찰…상인 목소리 듣지 않아”

 

상인들은 예정가격을 높게 산출한 서울시설공단뿐 아니라 수탁법인인 (주)고투몰이 무리하게 입찰에 참여해 문제를 키웠다고 말한다. 단독 입찰임에도 공단이 제시한 연 대부료 예정가격의 120%를 써 내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입찰 과정에서 고투몰이 상인들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A 씨는 “오른 임대료를 내야 하는 것은 상인들인데 우리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다. 고투몰이 가게마다 붙인 항의 문구도 입찰이 끝나고 나서야 붙여서, 아직 상황을 잘 모르는 상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20일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운영사무실에 항의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고투몰 측은 영업권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단독 입찰로 진행될지 알 수 없었기에 최고가인 120%를 적어내야 했다는 것. 고투몰 관계자는 “보통 시설공단에서 입찰 공고를 내면 한 곳이 아닌 여러 업체가 참여한다. 강남역과 잠실역 지하도상가도 각각 10여 개, 6개 업체가 참여했다”며 “최고가 입찰이다 보니 업체들은 모두 120%를 적어내고 추첨으로 낙찰자가 결정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터미널 지하도상가도 현장설명 때 27개 업체가 왔다. 적어도 10개 업체는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120%를 적어내지 않으면 떨어질 것이 뻔해 우리도 울며 겨자 먹기로 금액을 써냈다. 그런데 막상 발표날이 되니 아무도 참여를 하지 않아 우리도 황당했다. 단독 입찰인 줄 알았으면 그 금액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서울시설공단이 연 대부료를 한 번에 22%나 올리는 횡포를 부렸고,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입찰 과정에서 상인들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상인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웠다.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가게 앞 항의 문구를 입찰 후 붙였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고 직후 붙였고 관련해서 집회도 열었다”며 “지금도 조례를 개정하는 방식 등으로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도 접수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서울시설공단, “전대는 엄연히 불법, 원칙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고속버스터미널 지하도상가의 한 신발 매장. 사진=김초영 기자


대부료가 오르면서 상인들 사이에서는 불법 전대 구조를 바로 잡아야 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대부료가 오르면 전대료도 같이 올라 점포주와 대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상인들은 이번 대부료 인상을 계기로 스스로 세입자임을 밝히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상인은 “점포의 90% 가까이가 전대 점포지만 공단이 적극적이지 않다. 그동안 점포주가 세입자인 것을 숨겨달라고 해서 숨겼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상인은 “상권을 일군 것도 상인들이고, 점포당 1억 원에 달하는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한 것도 상인들이다. 이곳 상인들은 부동산(중개소)에서 말하는 대로 계약하고 들어왔다. 일부 부동산이 오래전부터 독점을 하다 보니 가격 책정도 마음대로”라며 “들어온 우리도 불법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법으로 세를 놓은 점포주와 다툴 여지가 많다. 이전에는 다시 영업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서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입은 타격을 아직 회복 중임에도 ‘전대료를 올리겠다’고 말하는 점포주를 보며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은 “6~10월 사이 전체 점포를 대상으로 운영 실태조사를 했다”며 “전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서류를 받아 조사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상인들은 실태조사도 형식적이었다고 전했다. A 씨는 “점포주에게 직원 월급을 준 통장 내역을 보여달라고 했다더라. 그런데 점포주들은 월세만 받았지 월급을 준 적이 없지 않나. 그랬더니 고투몰에서 ‘그냥 현금으로 냈다고 쓰면 된다. 아르바이트생을 썼다고 해라’고 알려줬다고 한다. 이게 무슨 조사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앞으로 불법 전대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A 씨는 “​서울시설공단과 수탁법인 모두 이 문제에 책임이 있다. 끝없이 오르는 전대료에 들어왔다 나간 상인들을 수없이 봤다. 이제는 정말 나설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단체 채팅방에 300여 명이 모여 있다. ‘저희도 가입하겠다’며 매일​ 상인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있다. 100% 모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만간 집회를 열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설공단은 “전대는 엄연히 금지돼 있기에 제보나 다른 루트를 통해 적발되면 바로 계약 해지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세입자분들이 계속해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신고가 들어오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저희로서는 원칙대로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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