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아모레퍼시픽과 편집숍 ‘아리따움’ 가맹점주들의 해묵은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아리따움 가맹점주들은 22일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현재 공정위 신고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생협약 체결해놓고 약속 안 지켜” 가맹점주들 단체행동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 ‘아리따움’의 가맹점주들이 22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과 올리브영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제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150여 명의 아리따움 가맹점주가 참가했다. 가맹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이 2020년 약속한 가맹점 상생 협약 중 전용상품 50% 확대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으며, 지속적인 제품 단종으로 가맹점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맹점주들은 공정위 신고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아리따움경영주통합협의회 관계자는 “본사와 수차례 미팅을 갖고 가맹점의 상황을 전달했으나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만나서 대화로 해결해보려 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라 결국 집회를 열게 됐고, 공정위 신고도 준비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접수할 가맹점주의 참여 의사를 파악하는 중이다. 많은 점주가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리따움 가맹점주들은 2019년에도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아모레퍼시픽이 올리브영 등의 경쟁업체에 화장품을 납품해 가맹점의 경쟁력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가맹점주들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을뿐더러 더 악화됐다고 지적한다.
통합협의회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 가맹점에 들어오는 상품을 온라인이나 올리브영 등에 똑같이 공급하는 것도 문제인데, 본사는 그쪽에만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며 “최소한 가맹점을 차별하지는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2020년 약속한 전용상품 50% 확대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또 가맹점의 경쟁사인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전국아리따움경영주협의회, 전국아리따움점주협의회와 상생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전사적 디지털화를 선언하고 온라인 판매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가맹점의 경쟁력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커지자 임대료 특별 지원, 재고 특별 환입, 폐점 부담 완화, 온라인 직영몰 수익 공유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전용상품 확대 방안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가맹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매출의 20% 수준이던 가맹점 전용상품을 50%로 확대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가맹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통합협의회 관계자는 “가맹점은 본사에 가맹비를 납부하는 만큼 아이오페, 라네즈, 마몽드, 한율 브랜드의 판매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리따움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온라인이나 올리브영에서 똑같이 판매되고, 심지어 가격도 더 저렴하다. 한 골목에 있는 올리브영에 같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경쟁점에 우리의 무기를 주는 꼴이 아니냐. 공정거래 위반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전용상품 확대 약속의 이행 여부에 대해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협약 이후 계속해서 전용상품을 확대하고 약속된 내용으로 적용해 나가던 상황이었다”면서 “다만 전용상품 리스트나 비중의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점주 “가맹사업 계속할 의지 있나” 아모레 “지속적인 소통으로 의견차 좁히겠다”
아리따움 가맹점은 매년 줄폐업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2017년 1248개였던 가맹점 수는 2021년 650개로 줄었고, 올해는 429개(3분기 기준)까지 감소했다. 가맹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이 가맹점 관리에 소홀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가맹점주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너무 없다. 화장품 매장에 향수 제품, 샤워 코오롱 등이 전혀 입점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잘 팔리던 인기 제품을 본사가 계속 단종하고는 내부 사정으로 공급이 어렵다고 말한다. 고객 이탈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례로 아리따움의 베스트셀러였던 라네즈 ‘크림스킨’은 올해 초부터 입점이 중단됐다. 아모레퍼시픽이 단종했기 때문이다. 제품은 리뉴얼돼 곧 재출시됐지만 판매처는 온라인몰과 올리브영 등으로 한정됐고, 아리따움 매장에는 입점되지 않았다.
아리따움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은 매장에서 판매할 제품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한숨을 쉰다. 한 가맹점주는 “매장에 물건이 너무 없다. 예전에는 마스카라도 여러 브랜드 제품이 가격대별로 다양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매장에 제품이 별로 없다. 판매 제품이 너무 많이 줄어 매장 곳곳이 비었다. 고객들이 폐업하냐고 물어볼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아리따움 매장을 방문해보면 제품 부족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빈 매대를 채우기 위해 같은 제품을 수십 개씩 진열해 놓거나 빈 상자를 쌓아 놓은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서울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한 가맹점주는 “2008년 아리따움이 론칭하던 시기와 제품 수를 비교하면 60~70% 이상 줄어든 수준”이라며 “운영이 너무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 때와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는 “몇 년 전만 해도 가맹점이 폐업하려는 의사를 보이면 본사에서 찾아와 설득하고 도울 방법도 찾았다. 하지만 지금은 폐업한다고 하면 다음 날 바로 서류에 도장을 찍게 한다”며 “본사가 정말 가맹사업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가맹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리따움을 중심으로 가맹사업을 지속할 것”이라며 “다만 가맹점주협의회에서 제기한 일부 요구 사안의 경우 전면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을 통해 좁혀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가맹점주의 의견을 경청하며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아리따움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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