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장중 5%를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발언에 영향을 받아 급등했는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므로 미국 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들어 미국 국채가 변동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조언이 나온다. 국내 주식이나 채권 등의 위주로 투자하고 있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여러 주식과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채권시장은 글로벌 채권시장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해외 채권 투자는 경제 상황이나 환율 변동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국내 채권은 환율 변동의 위험이 없지만, 해외채권은 환율 변동의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만기까지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더라도 환율이 평가절하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투자하려는 해외 채권의 통화가 원화보다 강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환을 노출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대로 원화보다 약할 것으로 전망된다면 환 헤지를 하면서 투자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환 헤지를 하지 않는다면 환율을 예측하기보다는 투자하려는 국가의 펀더멘털을 더욱 고려하는 것이 좋다.
또 해당 국가의 디폴트 리스크, 부도 위험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이머징 국가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외환보유고나 단기 외화부채 수준 등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을 검토해야 한다. 이렇게 직접 관리가 어려운 경우에는 다양한 외화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채권 펀드나 채권 ETF에 투자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다.
채권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발생하는 이자수익과 채권가격 등락에 따른 자본손익으로 투자수익이 구성된다. 꾸준한 이자수익을 기대하지만, 채권가격 변동에 따라 자본손익이 바뀌기 때문에 총수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해외 채권은 평균적으로 만기가 길기 때문에 가격변동에 따른 자본손익이 국내 채권보다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다.
보통 경기 하락기에는 미국 국채를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경기가 둔화하거나 침체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지게 되고 국채 수요가 증가한다. 그러면 국채금리는 하락해 국채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투자자는 이때 국채를 투자해 채권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본이득을 최대화해야 한다. 장기국채, 즉, 듀레이션(채권만기)이 긴 국채나 펀드에 투자해 가격상승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반대로 금리 인상기에는 국채에 투자하지 않거나 만기가 짧은 채권에 투자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연준이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면 금리 인하를 전망해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해야 할까. 그러나 현재 상황의 금리를 보고 향후 금리가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경기가 침체해도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시장을 지켜볼 때는 단기 또는 초단기채에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 전망이 중요해지고, 장기 채권은 사소한 시중금리 변동에도 채권가격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미국 국채 등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라고 답할 수 있다. 더 이상 고성장하는 시대는 지난 데다가 고령화 시대로도 이미 진입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업무 영역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금과 주식, 부동산 외에도 금융소득의 범위를 더 늘려야 은퇴 이후의 생활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분산투자와 다양한 포트폴리오야말로 갑자기 닥칠 위험과 높은 수익을 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주식 등의 변동성 높은 상품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투자를 권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과거 국고채 30년물에 투자했다가 미국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원금손실이 날 것이라는 뉴스에 전전긍긍하던 투자자들이 있었다. 금리가 오르며 채권 가격이 내려가 20% 이상의 평가 손실이 기록됐지만, 만기까지 기다린 투자자들은 초저금리 시대에 진입하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안정적이면서도 괜찮은 이자를 기대하며 투자하되, 매력적인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익을 실현할 수 있기를 추천한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29년 전 LG트윈스 우승 때 주식을 샀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
[가장 보통의 투자] '딱 하루' 공매도 금지 효과, 이후 주가는 어디로 갈까
·
[가장 보통의 투자] 원금 지키고 수익도 얻고 싶다면? 원금 보장형 ELS
·
[가장 보통의 투자] "우리가 남도 아닌데…" 진짜 남이 되지 않기 위한 금전거래법
·
[가장 보통의 투자] 신중동전쟁 발발에도 투자 시장 반등한 결정적 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