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가 사는 일은 하찮은 일의 연속이다. 이처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에 가치를 붙이면 소중한 의미가 생긴다.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예술도 이런 마음에서 시작된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는 이런 마음에서 출발했다. 초심을 되새기며 아홉 번째 시즌을 맞았다. 사소한 일상에 가치를 새기는 평범한 삶이 예술이 되고, 그런 작업이 모여 한국 미술이 되리라는 믿음이다. 이것이 곧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정신이다.
생명은 예술가들에게 매력적인 주제 중 하나다. 오늘날에도 많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장르에서 생명을 자신의 예술 언어로 번안하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회화 작품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뿌리내린 생명 이미지는 색채와 붓터치다. 강렬한 원색이나 화려한 색채의 대비 또는 활달하고 힘 있는 붓 터치는 약동하는 생명 이미지의 대명사로 통할 정도다. 이러다 보니 상당수 작가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생명 이미지를 남발하기도 한다.
형태에서도 보편적 생명 이미지로 자리 잡은 것이 있다. ‘씨앗’이다. 생명 정보를 압축 파일처럼 품고 있어서일 것이다. 식물의 씨앗이나 원초적 태아의 모습, 세포의 구조 등이 씨앗을 대변하는 생명 이미지로 인기가 있다.
양화정도 생명 이미지에 도전하는 작업을 한다. 그 길에서 택한 것도 ‘씨앗’이다. 그런데 그가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눈길이 간다. 씨앗의 형태나 생태적 모습을 그저 그려서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씨앗을 분석하고 확장된 의미를 입혀 스토리로 한 화면에 담는다. 새로운 뜻으로 분칠한 씨앗 이미지는 분분한 해석으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런 탓에 양화정의 작품은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는 씨앗이 적당한 환경에 놓이고 뿌리 내려 줄기를 만들어 꽃으로 피어나는 과정을 한 화면에 표현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꽤나 설득력이 있다.
생명의 최소 단위인 씨앗은 점으로, 줄기는 다양한 성격의 선으로 나타낸다. 그래서 추상성을 띤다. 식물의 배아기부터 청소년기에 이르는 과정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는 이 식물의 정체를 추측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추상적 표현이 적절한 의미를 갖게 된다.
우리는 식물의 정체를 꽃이나 열매를 보고서야 알아차릴 수 있다. 양화정이 꽃을 구상적 표현으로 다루는 이유다. 따라서 그의 회화는 추상성과 구상성이 화면을 분할하고 있다. 화려하고 강한 색채의 꽃은 화면 중앙에, 점이나 선으로 표현한 씨앗이나 줄기는 화면의 상단 혹은 하단에 배치하는 구성이 많다.
이 중에서 양화정이 관심을 두는 부분은 점이다. 주제의 핵심인 씨앗 이미지다. 씨앗은 땅에 스며들어 뿌리내리고 새로운 생명으로 자라 열매 맺기까지의 생명 순환 기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명 정보를 압축하고 있는 씨앗은 어떤 조건에 놓이느냐에 따라 생명의 모습을 다르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가진 고유의 생명 정보가 어떤 환경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인생의 지도가 다르게 만들어지는 것이죠.”
씨앗은 새로운 세상의 청사진을 품은 생명의 본질이다. 그것이 생명의 모습으로 자라날 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그 세상으로 나아가는 문이 씨앗이다. 양화정이 점으로 표현한 씨앗에 방점을 찍는 이유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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