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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히키코모리' 2년 새 60% 늘어…내년 첫 지원사업 예산은 적고, 부처별 중복

2019년 3.1%에서 2021년 5.0%로…대졸자 비중도 38%에서 45%로 증가

2023.11.17(Fri) 14:34:32

[비즈한국] 사회가 고도화되고 취업 시장은 갈수록 악화되면서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사는 청년들이 최근 2년 사이 6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앞서 경험했던 사회적 문제인 히키코모리(引ひき籠こもり)가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고립·은둔 청년들의 문제 부각을 심각하게 보고 내년부터 예산을 투입해 이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추정되는 고립·은둔 청년들 수에 비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이마저도 여러 부처가 비슷한 사업에 중복 사용할 예정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립·은둔 청년들의 수는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지만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고립·은둔 청년들은 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사연의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를 보면, 19~34세 청년(청년기본법에 따른 정의) 중 고립·은둔 청년의 비율은 2021년 기준 5.0%로 조사됐다.

 

이는 2년 전인 2019년 비율인 3.1%보다 2.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수치를 당시 청년 인구에 적용하면 2019년(총 청년 인구 1096만 8055명)에는 34만10명이었던 고립·은둔 청년의 수가 2021년(총 청년 인구 1077만 6108명)에는 53만 8805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청년 인구는 저출산 여파에 2년 사이 1.8% 줄어들었음에도 고립·은둔 청년 수는 58.5%나 늘어난 것이다.

 


고립·은둔 청년들의 교육 수준도 2년 사이 높아졌다. 2019년에는 고립 청년 중 대학졸업자가 38.8%였으나, 2021년에는 45.8%로 거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취업이 뜻대로 되지 않자 방에 스스로 고립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취업 실패로 고립을 택한 이들이 많다 보니 ‘소득이 없다’는 고립 청년의 비중도 2019년 31.1%에서 53.1%로 증가했다.

 

소득이 없어 경제적 사정이 나빠지면서 고립 청년들의 삶에 대한 불만족도 커졌다. 2019년 19.8%였던 불만족 응답은 2021년에는 44.0%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이는 비고립 청년들이 삶에 대해 불만족하다고 응답한 비율(23.0%)보다 2배 가까운 수치다. 문제는 이러한 고립·은둔 청년들이 취업 등의 실패로 경제적 능력이 없어 고립된 삶을 이어가다 보니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로부터 독립할 능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보다 앞서 청년 히키코모리 문제로 골치를 앓았던 일본은 최근에는 중년 히키코모리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1990년대에 방안에 틀어박힌 ‘청년 히키코모리’들이 50대가 된 지금까지 80대 부모의 연금으로 생활하는 이른바 ‘8050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50대가 되도록 경제적 활동이 전무했던 히키코모리들이 부모가 사망하고 나면 생계 유지 방법이 없어 부모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시체를 방치하는 사건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들을 방치할 경우 당장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 중년·노년이 될 때까지 고립된 삶을 살면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립·은둔 청년을 돕기 위한 사업을 내년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원스톱 지원을 통해 사회복귀 지원 및 삶의 질 제고를 돕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 시범사업’에 13억 900만 원을 편성했다.

 

복지부는 이 예산으로 고립·은둔 청년과 그 가족 중 960명을 선정해 지원 프로그램을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여성가족부도 내년에 10억 8900만 원을 투입하는 ‘은둔·고립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 사업’을 통해 은둔 고립 청소년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와 자립지원 등을 하는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은둔·사회적 단절 위기의 정서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인문활용심리 지원·문화프로그램을 활용해 사회적 통합을 추진하는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을 내년에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으로 19억 원이 배정됐다.

 

하지만 이들 부처의 예산을 다 합쳐도 43억 원 정도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가 수천 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또 관련 부처들의 사업도 상당 부분 중복돼 자칫 보여주기 행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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