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신형 중거리 탄도탄 고체연료 로켓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험은 지상에서 1단계, 2단계 로켓 엔진을 각각 분리해서 진행됐다. 북은 공화국 무력의 전략적 공격력을 재고하기 위해 실험했다고 설명했다.
북의 탄도미사일은 한반도를 겨냥한 단거리(SRBM), 일본과 괌을 조준하는 준중거리(MRBM), 하와이를 표적으로 삼는 중거리(IRBM), 마지막으로 미국 알래스카와 본토를 목표로 하는 대륙 간(ICBM)으로 나눌 수 있다. 이같이 단거리와 대륙 간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의 개발 성공 후 이번 시험을 통해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관점에선 북한의 중거리 탄도탄 개발에는 또 다른 속내가 있을 수 있다. 바로 핵을 사용하지 않은 ‘고중량 재래식 탄두’를 사용했을 가능성이다. 선례는 이미 존재한다. 우리 군이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고 알려진 ‘현무-5’ 탄도미사일은 8톤이라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고중량 탄두로 북의 지하 지휘 시설 및 핵심표적을 핵무기 없이 격파하기 때문.
현무-5 탄도미사일이 바로 2단 고체연료 탄도탄으로 길이 16m 이상, 무게 36t 내외로 북한의 IRBM인 화성-12형과 거의 비슷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즉 북한은 이번에 개발하는 신형 고체연료 중거리 탄도탄으로 하와이를 핵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고 대외에 알린 것이다. 또한 초 고중량 재래식 탄두를 자랑하며 ‘북한판 현무-5’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북이 이번 고체연료 로켓 엔진 시험을 통해 북한판 현무-5 미사일을 확보하면 그 의미는 상당하다. 핵무기를 사용해야지만 공격할 수 있었던 국군의 중요 지하 지휘시설들을 타격할 수 있게 되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선제 핵 공격의 경우 북한과 미국 둘 다 공언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핵무기 사용에 명분이 중요하기 때문. ‘상대방이 먼저 핵무기로 공격했다’는 것은 실제 전쟁에서 핵 공격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북한의 신형 IRBM, 혹은 ‘초대형 재래식 탄두 미사일’을 대처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유력한 대응 수단은 얼마 전 국회 보고서를 통해 최초 공개된 ‘KTSSM-III 미사일’이다.
KTSSM은 ‘우레’라는 별명을 가진 대한민국 최초의 전술 탄도미사일이다. 현재까지 고정 발사대에서 사용하는 KTSSM-I, 천무 다연장 로켓포(MLRS)에 탑재할 수 있는 KTSSM-II와 수출용 CTM290 미사일이 생산 중이거나 개발 막바지에 있다. KTSSM-III는 개발 초기에 KTSSM-II 블록2로 바뀌었지만, 성능상 변경 점이 매우 커 최종적으로는 새로운 미사일 종류인 ‘III’라는 호칭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KTSSM-III의 세 가지 특징을 보면 기존 KTSSM과의 성능 차이와 이것이 왜 ‘북한 대형 미사일’ 대응에 적합한지를 알 수 있다. 첫 번째 미사일의 대형화다. 기존 KTSSM-I과 II, CTM290 등의 미사일은 모두 600mm의 지름에 크기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다만 KTSSM-II와 CTM290 미사일이 290km의 사거리 확보를 위해 탄두 중량을 축소한 것 정도가 차이점이었다. 하지만 KTSSM-III의 지름은 그대로 둔 채, 동체 길이를 크게 늘여 대형화되었다. 이 때문에 로켓 추력이 많이 늘어나, KTSSM-II와 유사한 300km 내외의 사거리를 가지면서도, 더욱 대형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북한 휴전선 내의 장사정포는 물론 내륙지방에 배치된 탄도미사일 발사대, 초대형 방사포 등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
두 번째 탑재 차량의 변경이다. 기존 KTSSM-I의 경우 차량 탑재가 불가능해 콘크리트로 만든 강화 벙커에 4발의 고정식 발사대를 설치했다. KTSSM-II는 천무 다연장로켓 차량에 2발의 미사일을 탑재했었다. 하지만 KTSSM-III는 ‘K501’로 알려진 신형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에 2발의 미사일을 탑재한다.
K501 차량은 현무 2C 및 현무3 미사일을 발사하는 ‘현무 미사일 발사차량’이다. 전략자산인 현무를 수송하고 발사하는 만큼 방탄 처리 및 화생방(NBC) 방호 처리가 완비돼 있다. 다만 천무 발사대 트럭보다는 크기가 커 발사대 격납고 시설 및 재장전 시설 등의 공사가 필요하다. 국내 도로 사정에서 큰 문제 없이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째 특징은 특수한 광역 제압 탄두를 장착한 것이다. KTSSM-I과 II는 북한 지하 갱도 포병을 공격하기 위한 열압력(Thermobaric) 탄두를 가지고 있다. 열압력 탄두는 탄두가 폭발하는 파편보다는 폭발로 발생하는 폭풍과 충격파로 적을 공격하는 방식인데, KTSSM-III에는 세 가지 탄두 가 후보로 올라와 있다.
첫 번째 후보군은 기존 열압력탄보다 폭발 범위가 훨씬 확대된 ‘분산매질형 열압력탄’이다. 특수한 구조로 아주 미세한 에어로졸 형태의 연료가 공기와 섞여 구름처럼 퍼진 다음 폭발해 기존보다 폭풍 피해 범위가 더욱 늘어난다.
두 번째 후보군은 ‘광 지역 제압 탄두’다. 기존 지대지 미사일은 넓은 범위의 적을 공격하기 위해 이중목적 고폭탄(DPICM)을 탑재했는데, 이것이 불발되면 민간인 피해를 발생하기 때문에 대체하는 것이다. 공중에서 폭발해 균일한 텅스텐 파편을 넓은 지역에 뿌려 차량이나 장비를 파괴한다.
마지막 후보군은 ‘드론화 지능자탄’으로, 이미 본지에서 다룬바 있는 체계다.(북한 이동형 탄도 미사일 저격할 신무기 '드론 미사일' 나온다) 미사일에 AI 기술을 적용한 자폭 드론을 탑재해서 상공에서 적 이동식 미사일을 찾아내 공격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를 타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KTSSM-III는 위 세 가지 특징 외에 유도 기능도 더욱 발전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으나 상세한 내용은 현재 확인 알 수 없다. 추정컨대 북한의 GPS 기만 공격에도 정확하게 표적을 타격할 신형 위성항법 장비 혹은 유도 장비가 추가돼 KTSSM은 물론 기존 현무2를 뛰어넘는 정확도를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 KTSSM-III의 위력과 성능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미사일의 수출 여부가 불확실하다. 미사일 기술 통제체계(MTCR)에 따르면 사거리 300km, 탄두 중량 500kg 이상의 탄도미사일 수출은 불가능하다. KTSSM-III는 사거리와 탄두 중량이 MCTR 제약에 거의 근접하거나 소폭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발사대가 한국의 전략자산인 현무 미사일용 차량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는 KTSSM-II와 수출형 CTM290 미사일을 동시에 개발해 개발 도중 폴란드 및 중동 국가에 수출한 사례를 반영해야 한다. KTSSM-III 미사일과 일명 ‘CTM290-2’ 수출형 미사일을 동시 개발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특히 국제 무기 시장에서 MCTR 규제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중국의 M-20 탄도미사일 및 러시아의 Iskander-E 미사일이 상당한 수출 성과를 내는 만큼, 좀 더 가볍고 작은 CTM290 미사일과 대형 KTSSM-III 미사일을 같이 패키지화해 수출 시장에 내놓으면 해외 수요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국방AI센터도 만드는데 국방 ICT 인재에 달아줄 '별'은 없다
·
"소프트·하드킬 모두 가능" 군집드론 격멸 레이저·광학 기술 특허 등록
·
[단독] "방산영재 육성" 국내 최초 학부 방산학과, 전북대 로드맵 나왔다
·
[밀덕텔링] 북한 최초 고체 ICBM '화성포-18', 합동화력함으로 대응하려면
· [밀덕텔링]
'한국 방산 망해라' 일본 인기 칼럼은 현실이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