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G생활건강이 이달부터 가맹사업에서 손을 뗐다. 7월 가맹사업 철수 계획을 밝힌 지 3개월여 만에 속전속결로 사업을 정리한 모습이다. 하지만 일부 가맹점주들은 LG생건의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LG생건 가맹점주, 가맹사업 철수 통보 부당하다며 공정위 신고
13일 공정위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 등록취소 리스트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10월 31일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의 가맹사업 등록을 취소했다. 이달부터 가맹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이다.
LG생건은 7월 오프라인 가맹점 계약 구조를 기존 ‘가맹계약’에서 ‘물품공급 계약’으로 전환하겠다며 화장품 가맹사업 철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존 가맹점이 LG생건 제품만 받을 수 있어 한계가 있었다며, 타사 제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도록 대리점(물품공급계약) 형태로 변경한다는 설명이었다.
LG생건은 가맹사업 철수 계획을 밝힌 뒤 가맹점주와 마찰을 겪어왔다. 가맹점주들은 LG생건이 상생 방안처럼 포장했지만, 일방적 가맹계약 해지 통보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특히 LG생건이 가맹점주에게 폐점 혹은 물품공급계약으로의 변경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강요했다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
한 가맹점주는 “가맹계약법상 가맹점은 10년의 기간 동안 가맹계약의 유지를 보장 받는다. 하지만 본사는 폐점 또는 계약 구조 변경에 대한 선택지만 줬다. 가맹계약을 유지하고 싶은 가맹점주의 의견은 듣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LG생건은 9월 20일 전국 가맹점주에게 ‘10월 18일까지 물품공급계약 체결 여부 등에 관한 의사결정을 해 개별적으로 당사 영업팀/소장에게 내용을 전달’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현재 전체 가맹점의 90%가량이 물품 공급 계약으로 전환하거나 폐업을 결정한 상황이다.
반면 가맹계약 유지를 희망하는 30여 개의 가맹점은 LG생건의 계약 구조 변경을 거부하는 중이다. 이들은 LG생건이 가맹사업을 철수한 상황에서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가맹점을 유지 중이다. 또한 LG생건의 일방적 가맹계약 해지 통보가 부당하다고 공정위에 신고한 상태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LG생건의 가맹계약 부당 해지 의혹이 언급됐다. 10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G생건이 가맹점을 대상으로 7월에 대리점으로 바꾼다는 통지서를 내고 9월부터는 동의서에 사인을 받고 있는데, 이게 거의 강요 수준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신고가 접수돼 검토 중”이라며 “계약 기간에 부당하게 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 “가맹사업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사건 관련해 자료 제출 등을 요구했고, 조사에 착수해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LG생건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응할 예정”이라고 전달했다.
#“계약 기간까지 영업하게 해달라” LG생건 가맹사업 철수에 난항
LG생건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인 가맹점주도 있다. LG생건은 가맹사업 철수를 준비 중인 단계에서도 가맹계약을 맺었는데, 이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가맹점주도 있는 상황이다.
네이처컬렉션을 운영 중인 가맹점주 A 씨는 “매장을 인수하고 영업을 시작한 첫날(7월 13일) 바로 계약 변경 공문이 전달됐다. 본사로부터 영업 승인을 받은 다음 날 바로 사업 철수 통보를 받은 것”이라며 “매장을 인수하는데 걸린 기간이 한 달 정도다. 그 기간에 전혀 (사업 철수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 사업을 접을 것이었다면 승인을 내주면 안 되는 것 아니냐. 손해가 막심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얼마 전에는 권리금의 3분의 1을 물품으로 보상해준다는 제안을 받았다. 가맹점이라는 이유로 권리금을 많이 주고 들어왔는데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옥 속에 살고 있다.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맹계약 구조를 변경하지 않은 가맹점주들은 계약상에 명시된 계약 기간까지 가맹점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본사가 가맹사업을 정리한 만큼 앞으로의 영업 상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가맹점주는 “본사가 가맹사업을 정리한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이나 유통 쪽에 마음대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함이었다고 본다. 앞으로 온라인이나 마트, 올리브영 등에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줄 텐데 그로 인해 남은 가맹점은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맹점주들은 벌써부터 본사가 가맹점 죽이기에 들어갔다는 주장도 펼친다. LG생건이 13일부터 대형마트 채널에서만 신규회원에 대한 할인행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한 가맹점주는 “LG생건이 가맹계약 해지를 준비할 때부터 가맹점이 빠진 만큼 대형마트 영업을 확대할 것이란 얘기가 나왔었다. 실제로 현재 유통 쪽에 프로모션 정책을 밀어주는 상황이다. 가맹점은 제외하고 대형마트에서만 신규회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런 식으로 가맹점을 고사시키려는 전략 아니냐”고 토로했다.
실제 LG생건은 13일부터 21일까지 대형마트 내 입점 매장에 한해 이자녹스, 수려한, 비욘드 등의 브랜드에 대해 최대 50%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LG생건 측은 “채널마다 행사는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마트에서 행사하지 않을 때 로드샵만 따로 한 적도 있다. 행사는 균등하게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근 LG생건과 가맹점주가 만난 자리에서도 가맹점주의 피해에 관한 지적이 나왔다. 10월 13일 여의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LG생건 관계자들과 가맹사업 철수에 반대하는 가맹점주가 만났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가맹점주는 “의원실에서는 ‘가맹사업을 해지하면 기존 계약 사항대로 계약을 이행하려는 가맹점은 어떻게 케어할 것이냐. 앞으로의 피해가 명확하지 않냐’면서 LG생건 측에 ‘남은 가맹점에 대한 상생방안을 제시하라’고 요청했고, LG생건은 1주일 내 (상생방안을) 찾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1주일 후 갑자기 태도를 바꿔 ‘상생방안은 없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LG생건 측은 “가맹사업이 종료된 상황에서도 가맹점에 물건을 계속 공급하는 것이 상생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계약 기간까지 물건을 계속 공급하고 대화할 예정이다. 현재 가맹사업은 종료됐으나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향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지금 당장 그분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본사에서 로드샵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가맹점을 계속 관리할 예정이다. 가맹 유지를 희망하는 가맹점주들과 계속 대화하면서 (계약 구조 변경에 대해) 협의해 나가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맹점을 유지 중인 한 가맹점주는 “대기업이 이렇게 가맹사업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것을 보면 다른 기업도 똑같이 따라 하게 되지 않겠나. 가맹사업을 하다가도 여차하면 이렇게 접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피해는 모두 소상공인이 받는다. 가맹본부의 일방적 가맹 해지를 제재하는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성민 대한가맹거래사협회 회장도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을 중단하는 경우 가맹점주는 가맹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대응방안만 있는 상태다. 가맹점주가 가맹해지로 손해를 본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가맹 해지 통보를 한 가맹본부에 대해 강압적 규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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