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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장터서 9만 원" 은행 실적은 역대급인데 달력은 또 줄었다?

5년 새 절반 가까이 감소…은행 "환경보호 차원", 일부 소비자는 "서비스 질 하락"

2023.11.15(Wed) 16:29:05

[비즈한국] 최근 몇 년 사이 은행 달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달력 판매글이 올라오자마자 하루 만에 거래가 완료될 정도다. 가격도 종류에 따라 최고 몇만 원대까지 올라간다. 은행들의 달력 발행 부수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풍경이다. 은행권은 “ESG경영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하는데, 일부 소비자는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고객 서비스를 줄여 나간다”며 불만을 나타낸다.

 

2024년 하나금융그룹 신년 달력. 사진=하나원큐 앱

 

#2024년 달력 부수는 2020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

 

시중은행의 달력 발행 부수는 매해 감소하는 추세다. 은행 관계자들은 “보는 이에 따라 수량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 있어 구체적인 수량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달력 발행 부수가 줄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최근 5년간 달력 구매 관련 입찰 공고(예정 수량으로 실제 수량과 상이할 수 있음)를 살펴보면 2020년 대비 2024년 달력 수량은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줄었다. 지주사와 계열사까지 합한 전체 수량은 2024년 달력 기준 245만 부다.

 

구체적으로 은행 수량의 경우 2020년 283만 부, 2021년 193만 부, 2022년 165만 부, 2023년 157만 부, 2024년 163만 부로, 2024년은 소폭 증가했지만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그룹사 전체 수량은 2020년 361만 부, 2021년 252만 부, 2022년 229만 부, 2023년 227만 부, 2024년 245만 부로 5년 사이 30%나 줄었다.

 

은행권은 ESG경영에 따른 환경 보호뿐 아니라 고객의 수요도 줄었기 때문에 물량을 줄였다고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A4 용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전자문서를 활용하고 종이통장도 없애는 상황인데 종이달력 부수를 늘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모바일 달력의 등장으로 고객 수요도 줄었다. 전체 고객 가운데 종이달력을 찾는 분들은 특정 연령층에 한정되는데, 이분들이 대부분 영업점을 방문하는 분들이다 보니 수요가 높은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업점마다 상황이 다르다. 고령층 고객이 많은 지점은 종이달력 수요가 높은 편이다. 반대로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지점은 ‘굳이 안 줘도 된다’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량을 늘려 달라는 고객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전체 영업점의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거래가 없는 고객에게도 달력을 제공하는데, 개수가 한정돼 있다 보니 고객과 실랑이하는 일도 가끔 벌어진다”고 전했다.

 

#소비자 “고객 서비스 줄어” 은행 “본업과 무관한 부가 서비스”


2023년 국민은행 VIP 달력이 9만 원에 올라와 있다. 사진=중고나라 앱

 

은행 달력은 걸어두면 돈을 가져다준다는 속설이 있어 다른 달력에 비해 선호도가 높다. 모바일 달력이 등장했음에도 종이달력의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이유다. 은행 대부분이 11월 중순께부터 달력 배부를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는 어느 지점에서 달력을 구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이 커뮤니티마다 종종 올라온다. 12월 첫 주에 영업점 배부가 종료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잘 만든 은행 달력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종종 거래된다. ​홍보 모델의 사진이 실리거나 소량으로 제작되는 VIP용 달력은 값이 배로 뛰는데도 ​고가에도 구매하려는 이들이 있다. 소비자들은 달력이 구하기 어려워진 것을 두고 “은행이 고객 서비스를 줄인 탓”이라고 말한다. 전반적으로 서비스를 축소하면서 달력도 발행 물량을 줄였다는 것이다. 이 아무개 씨(67)는 “한 은행을 오랫동안 이용해왔다. 예전에는 말하지 않아도 ​연말이면 직원이 달력을 비롯해 챙겨주는 게 꽤 많았는데 최근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달력으로 고객 서비스를 평가하기에는 무리라고 말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력 제작이 은행의 본업은 아니다. 필수로 해야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감사의 의미로 드리는 부가적인 서비스라, 이것으로 전체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앱으로 신청받는 방식 도입

 

은행 달력은 발행 부수 감소와 함께 배부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영업점에서 선착순으로 제공했지만 최근에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에서 원하는 고객에게 신청을 받아 보내주는 곳이 많다. 올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나선 하나은행은 10월 25~31일 일주일 동안 하나원큐앱에서 2024년 달력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달 동안 앱에서 매일 3000부씩 한정판 달력을 신청 받았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지난해 앱으로 응모한 고객을 대상으로 각각 1만 명, 1500명을 추첨해 1인당 2부씩 배부했다.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앱으로 응모한 고객 가운데 1만 명에 2023년 달력을 배부했다. 사진=KB스타뱅킹 앱

 

은행권 관계자는 “달력 배부가 사회공헌 측면이 있다 보니 고객이 요청하는 경우 거래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그냥 주는데,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등 취지와 맞지 않게 달력을 사용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며 “​재고가 남는 경우 재활용하기 어려워 미리 신청 받아 수요를 파악한다”고 말했다.

 

다만 달력을 신청 혹은 응모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은행권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다른 사은품도 아니고 달력을 선착순이나 응모 방식으로 배부하면 고객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은행이 아무리 좋은 의도로 계획했어도 별도로 신청 받는 것이 생색 내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은행의 달력 발행 부수가 감소한 것을 두고 비용 절감의 필요성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다 보니 향후 수익이 줄어들 상황을 대비해 비용 절감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영업점 폐쇄와 더불어 각종 부대경비나 판매관리비 등 비용을 줄이려는 측면을 보면 ESG경영보다는 비용 절감의 원인이 더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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