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물산이 최근 저탄소 콘크리트 개발을 염두에 둔 상표를 다수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2050년까지 모든 산업 현장의 탄소 배출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구체화하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2022년 시멘트를 산업부산물로 대체해 탄소 배출을 줄인 콘크리트를 개발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저탄소 콘크리트 기술을 보유한 캐나다 기업 ‘카본큐어(CarbonCure)’에 100억 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건설업계와 특허청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일 ‘Eco-crete(에코크리트)’, ‘Green-Built(그린빌트)’ 등 저탄소 콘크리트 관련한 이름을 콘크리트, 시멘트, 비금속 건축 및 구축 전용 재료 등에 사용하겠다며 상표로 출원했다. 콘크리트와 건축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 친환경을 상징하는 ‘에코’와 ‘그린’을 결합한 말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저탄소 콘크리트 모델 밑그림도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두 상표를 출원한 날 ‘CF50’이라는 상표도 출원했으며 4일 뒤에는 ‘CF60’, ‘CF70’, ‘CF80’, ‘CF90’도 상표 출원했다. 시멘트, 산업부산물 등 콘크리트 재료 배합 비율과 이에 따른 탄소 배출 저감 수준을 나타내는 상표로 추정된다.
콘크리트 주원료인 시멘트 생산에는 막대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AP통신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약 26억 톤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 7%를 차지한다. 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시멘트는 16% 수준에 불과하지만, 탄소배출량은 전체의 90% 이상에 달한다. 콘크리트 제작에 사용되는 시멘트 비중을 줄이면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저탄소 콘크리트 상표 출원은 탄소중립 실현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0년 10월 이사회에서 투자, 시공, 트레이딩 등 어떤 방식으로도 석탄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듬해 10월에는 삼성물산 전 사업장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가동하고, 2050년까지는 전 사업장 탄소배출량을 없애는 ‘2050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저탄소 콘크리트를 개발에 몰두해왔다. 2022년에는 시멘트를 산업 부산물로 대체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무(無)시멘트 콘크리트’를 개발해 한국콘크리트학회 기술 인증을 받았다. 또 기존 콘크리트 대비 탄소 배출량이 30% 수준인 사전제작 콘크리트(PC) 제품용 저(低)시멘트 콘크리트를 개발해 신축 공사 현장에 시범 적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저탄소 콘크리트 기술 투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7월에는 저탄소 콘크리트 기술을 보유한 캐나다 ‘카본큐어(CarbonCure)’에 750만 달러(98억 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카본큐어는 콘크리트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압축 강도를 높이고 시멘트 사용량은 줄여 탄소 배출을 낮추는 저탄소 콘크리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이번 상표 출원은 저탄소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과 관련한 준비 작업이다. 상표권 등록이 확정될 즈음 세부 계획도 확정될 것”이라며 “자체 저탄소 콘크리트 개발과 카본큐어 투자자로서의 간접적인 저탄소 콘크리트 개발은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최근 저탄소 콘크리트 개발에 한창이다. 롯데건설은 올 2월 철강산업 부산물인 고로슬래그를 활용해 탄소배출량을 최대 90% 저감하는 친환경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대우건설은 이보다 앞선 2022년 12월 한라시멘트와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4% 감축한 콘크리트를 공동 개발하고 이를 건설업계 최초로 전체 공사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포스코이앤씨와 삼표피앤씨도 2022년 11월 초강도 콘크리트 말뚝에 시멘트 대신 무수석고와 제철슬래그를 배합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4% 줄인 자재를 개발해 환경부 저탄소 인증을 받았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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