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가 사는 일은 하찮은 일의 연속이다. 이처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에 가치를 붙이면 소중한 의미가 생긴다.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예술도 이런 마음에서 시작된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는 이런 마음에서 출발했다. 초심을 되새기며 아홉 번째 시즌을 맞았다. 사소한 일상에 가치를 새기는 평범한 삶이 예술이 되고, 그런 작업이 모여 한국 미술이 되리라는 믿음이다. 이것이 곧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정신이다.
20세기 미술은 새로운 이론, 이념을 바탕으로 한 이즘의 백화점이었다. 미술사를 보면 20세기 초부터 무수한 유파가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 몇 개만 추려봐도 이렇다. 입체파, 야수파, 표현주의, 미래파,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미니멀리즘, 옵티컬아트, 추상주의, 추상표현주의, 개념예술, 팝아트, 키네틱아트, 비디오아트, 랜드아트 등등.
이런 미술 흐름들은 대부분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시간 속에 박제돼 버렸다. 그런데 아직도 살아서 금세기 미술로 몸집을 계속 키워나가는 이즘이 있다. 팝아트와 추상미술이다. 팝아트는 대중이 주도하는 이 시대의 정서를 담아내면서 오늘의 미술로, 추상미술은 디자인적 감각의 장식성으로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추상미술은 20세기 초 출현했다. 미술에서 내용을 걷어내고 순수한 미술 언어인 형태와 색채만으로 만드는 그림을 목표로 삼았다. 이런 심플함을 추구한 추상미술이 20세기를 관통하고 21세기에도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1940년대 말부터 생존을 위한 추상의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유럽에서는 형태가 없는 그림이라는 뜻으로 ‘앵포르멜’이라 불렀고, 미국에서는 ‘액션페인팅’으로 나타났다. 추상미술이 찾아낸 새로운 생존 방법은 추상적인 방식에 무언가를 집어넣어 표현하는 것이었다.
추상미술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인간의 감성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다양한 감정의 표현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사랑, 불안, 공포, 장엄, 순수, 기쁨, 슬픔 같은. 구체적 형상이 없는 이런 것들을 표현하는 데는 추상적인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예술가들은 생각했다.
추상적 감성 세계의 정점을 보여준 작가는 마크 로스코다. 정신의 내부를 우리 눈앞에 극명하게 보여준 화가는 로스코가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의 최고 스타로는 단연 잭슨 폴록이 꼽힌다. 폴록은 ‘드립 페인팅’이라는 새로운 제작 방법으로 하루아침에 유명 작가가 됐다. 캔버스를 바닥에 눕히고 그 위를 걸어다니며 유동성이 뛰어난 공업용 에나멜페인트를 떨어뜨리거나 뿌리는 방법이다.
독특한 화명으로 활동하는 소울황소도 액션페인팅 기법으로 주목받는 작가다. 그는 미술을 전공한 작가가 아니다. 꽤 늦은 나이에 미술로 뛰어든 열정의 소유자다. 어려서부터 가졌던 회화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루어낸 것이다. 황소의 정신처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화명에도 작품에도 담았다.
그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꿈을 주제로 삼는다. 캔버스에 여러 가지 색채의 물감을 여러 겹 두껍게 바르고 마르기 전에 손가락과 손, 팔뚝으로 긁어서 만드는 방식의 회화다. 따라서 몸짓의 운동감이 그의 회화의 생명력이다. 물감을 긁어서 속에 있는 색채와 그 위에 덮인 색이 섞이면서 나타나는 우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는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속의 꿈을 캐내려는 열정이 내 회화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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