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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이름 줄줄이…영풍제지 주가조작은 '무자본 M&A 교과서'

부당이득 2800억 원 달해…과거 '거물들' 이름 대거 등장 "진짜 배후는 아직 수사하지 않았다"

2023.11.13(Mon) 09:48:26

[비즈한국]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합수부·부장검사 하동우)는 지난 3일 영풍제지와 대양금속 등의 주가가 폭락한 것과 관련,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관련자 4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공모해 코스피 상장사인 영풍제지 주식을 총 3만 8875회(3597만 주 상당) 시세 조종해 2789억 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자본 M&A에 투자자금을 댄 이들의 ‘공모’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 등 거물들의 이름이 등장하기 때문에 수사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영풍제지 주가조작과 관련해 4명이 구속 기소됐다. 이들 중 2명이 지난 10월 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짜 배후’는 누구?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합수부·부장검사 하동우)는 지난 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주가조작 조직 구성원 윤 아무개 씨와 이 아무개 씨, 신 아무개 씨와 김 아무개 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했다.

 

사건의 시작은 금융당국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영풍제지의 이상 주가 흐름을 인지한 뒤 검찰에 패스트트랙으로 사건을 이첩했고, 검찰은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달 17일 이들을 붙잡았다. 지난달 23일엔 영풍제지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하지만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진짜 배후’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다. 업계에서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영풍제지 주가 급등의 핵심 인물은 크게 2명이다. 공 아무개 씨와 이 아무개 씨인데, 이들은 각각 자본을 모아오거나 주가조작 흐름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중 공 씨는 대양홀딩스를 지배하는 이옥순 대표의 아들로 이번 주가급등의 핵심 배후로 꼽힌다.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마다 조금씩 얘기가 다르지만 공 씨는 업계에서 이옥순 대표 아들로 유명한데 이를 활용해 많은 자본을 끌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사람 모두 검찰의 수사 대상은 맞지만 아직 구속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귀띔했다.

 

#‘거물들​ 이름 줄줄이

 

실제로 세력이 무자본으로 영풍제지를 인수하는 과정에는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과 배상윤 KH그룹 회장, 이종현 전 좋은사람들 대표, 박한규 전 리드 부회장 등 업계에 굵직한 거물들의 이름이 직간접적으로 등장한다.

 

대양금속은 지난해 11월 그로쓰제일호투자목적주식회사로부터 영풍제지 지분 50.76%(1131만6730주)를 1289억 원에 인수했는데 전체 인수 자금 중 861억 원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이 중 대부분은 취득하지 않은 상태였던 영풍제지 주식이 담보였다. 전환사채(150억 원)와 단기 차입금(230억 원)을 제외하면 영풍제지를 인수하는 데 들어간 자금은 60억 원뿐이다. 

 

그 후 영풍제지는 2차 전지 테마주에 탑승했고, 이 과정에서 세력은 주가조작을 시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8월까지 110여 개의 증권계좌를 동원, 2만 9000여 회에 걸쳐 시세조종을 벌였다. 양측이 서로 합의한 가격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통정매매’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문을 넣는 ‘고가 매수’, 대량 매수로 시장에 나온 매도 물량을 모두 사들이는 ‘물량 소진’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 인수 직전 2000원 대였던 주가는 올해 8월 5만 4000원까지 급등했다. 20배 넘게 오른 것인데, 이후 검찰 수사 소식과 함께 주가는 연달아 하한가를 기록하며 지난 10일 3510원 거래를 마쳤다. 1년여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자본시장 업계는 공 씨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에스에프씨 등 10여 년 전부터 활동해왔으며 업계 거물들과의 관계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 씨는 지난 2016년 태양광 백시트 업체인 에스에프씨를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이 에스에프씨가 발행한 1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한 적이 있다. 에스에프씨는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박한규 전 리드 부회장이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아스팩오일의 CB 80억 원 상당을 인수했고, 공 씨가 대양금속을 인수할 때에는 배상윤 회장 소유의 KH그룹 계열사 KH건설이 설립한 에프엔디투자조합이 대양금속의 투자 주체로 나서기도 했다. 이때 이종현 전 대표가 이끌던 좋은사람들이 대양홀딩스컴퍼니에 40억 원을 대여하는 등 자본시장에서 굵직한 이들의 이름이 공 씨 관련 기업의 공시에 등장했다. 검찰의 후속 수사를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가 참고인 조사를 받은 자본시장 업계 A 씨는 “대양금속, 영풍제지 인수 과정에서 업계에서 투자 규모가 좀 있는 이들은 거의 다 제안을 받았고 거의 다 투자를 했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검찰 수사를 받았고 핵심 세력이나 투자자들 가운데에는 해외로 도피한 사람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검찰이 4명을 구속기소했지만, 아직 수사해야 할 핵심 대상자들이 더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키움증권 ‘후폭풍’ 적잖을 듯

 

한편 이 사건으로 키움증권이 적지 않은 후폭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7~8월 영풍제지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하자 투자주의,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고 이에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영풍제지 미수거래의 증거금률을 100%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키움증권만 40%를 유지했고, 결국 키움증권 계좌들이 대거 주가거래에 활용됐다.

 

키움증권 계좌들이 영풍제지 주가거래에 대거 활용됨에 따라 키움증권이 적지 않은 후폭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종현 기자

 

황현순 사장이 책임을 통감하고 자진 사임했지만 금감원 등 금융당국의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취임하면서 주가조작과의 전쟁을 사실상 선포한 분위기에서 키움증권만 말을 듣지 않은 셈이 됐다”며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부터 최근 영풍제지까지 키움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한 후속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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