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경기 북부 ‘미니신도시급’ 주택 공급 사업으로 꼽히는 양주 광석지구 택지개발 사업이 그간 잘못된 주택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추진된 사실이 적발돼 전면 재검토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당초 대규모 손실을 막고자 이 사업을 청산하기로 했다가, 과다 예측된 주택 수요 조사를 근거로 청산 결정을 번복하고 사업 규모를 키웠다. 지금 계획대로 광석지구 사업을 지속하면 사업 손실 규모는 4346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토지 보상까지 마무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감사원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LH는 과다 예측된 주택 수요를 기반으로 추진해 온 경기 양주시 광석지구 택지개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사업 규모 축소는 물론 부지 매각 등을 염두에 둔 물류업계 수요 조사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감사원은 올해 10월 성과감사 감사보고서에서 LH가 과다 예측된 수요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 확대해 총 4346억 원의 사업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주 광석지구 택지개발 사업은 경기 양주시 광적면 광석리에서 추진되는 미니신도시급 주택 공급사업이다. LH가 일대 116만 9195㎡(35만 평) 규모 땅을 취득해 주택 8993세대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총사업비는 1조 5000억 원 수준. LH는 2004년 12월 양주 옥정과 함께 광석리 일대를 택지계발예정지구로 지정하는 절차를 마친 뒤, 2007년 12월 개발 계획 승인을 받아냈다. 2012년 3월에는 총 4228억 원을 들여 일대 토지 보상 절차를 대부분 마무리 지었다.
#한 차례 청산됐다 다시 추진하면서 규모 커져
양주 광석지구 택지개발 사업은 8년 전 사업성 악화로 한 차례 청산 결정이 났다. 사업 추진 당시 일대는 주택 수요가 부족한 데다 교통 여건이 열악해 외부 수요 유입에도 한계가 있었다. 반면 지구 반경 10km에는 양주 옥정·회천지구(5만 8322호) 등 대규모 주택 공급이 예정돼 유출 수요가 컸다. 당시 사업성 분석 결과 계획대로 택지개발을 추진할 경우 사업 손익(NPV)은 4745억 원 적자로 예측됐다. LH는 사업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2015년 1월 경영심의회를 열어 사업 청산을 결정했다. 청산 시 손실 규모는 2815억 원이었다.
양주 광석지구 사업 청산 결정은 잘못된 주택 수요 예측으로 3년 만에 번복됐다. LH는 청산 결정 이후 지구 지정 해제나 토지 매각 등 청산 절차를 미루다 2017년 9월 양주시, 경기도 등 지자체 개발 요구와 민원이 지속되자 사업 추진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4월 용역 조사 결과 광석지구 주택 수요가 5259호(2025년 누적)로 나타나자, LH는 사업 재추진 시 손실 규모가 3369억 원으로 축소된다는 결론을 내고 같은 해 12월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이 수요 조사에서는 LH가 인근에 조성 중인 공급 예정 물량 2만 2457호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추진된 양주 광석지구 사업은 또 한 번 수요 예측이 잘못돼 규모가 오히려 확대됐다. LH는 부동산 정책 등 사업 여건이 바뀌었다고 판단해 2020년 7월 광석지구 사업 방향 수립을 위한 두 번째 수요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이 조사에서는 LH가 인근에 조성하는 주택공급 예정 물량 2만 2477호가 누락돼 주택 수요가 2만 3891호(2030년 누적)로 나타났다. LH는 같은 해 12월 과다 예측된 주택 수요를 근거로 사업 규모를 당초 7760호에서 8993호로 확대하기로 했다. 변경 계획은 이듬해 9월 경기도 승인을 받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LH 측은 양주 광석지구 사업 재추진 및 확대 배경에 대해 “사업 청산의 환매 추진 곤란 등 현실적 어려움과 지역의 사업재개 요구, 사업추진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해 2018년 사업 재추진을 결정”했다면서 2020년 수요조사(보완) 시 주택 수요가 5만 4783호로 산정돼 2021년 9월 개발계획변경 승인 시 주택계획 규모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실제 주택 수요는 최대 135% 적어
양주 광석지구 실제 주택 수요는 LH 조사 결과 대비 최대 135%가 적다. 감사원이 누락된 공급예정 물량 등을 감안해 주택 수요를 다시 산정한 결과, 양주 광석지구 주택 수요는 각각 2025년 기준 619호~1914호, 2030년 기준 -8391호(과잉 공급)~1414호로 나타났다. LH 1·2차 수요조사 예측치(5259호, 2만 3891호)와 비교했을 때 각각 63%~88%, 94%~135% 줄어든 수치다. 2030년 기준 양수로 나타난 주택 수요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광적IC 개통에 따른 수요 가중치를 적용한 최대 유효수요다.
이에 따라 양주 광석지구 사업 손실 규모는 4346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감사원 ‘양주 광석지구 택지개발 사업 손익(NPV) 검토 현황 명세’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이 추정한 LH 예상 손실액은 4346억 원으로 LH가 2022년 3월 기준으로 산출한 예상 손실액(2605억 원)보다 1741억 원(67%) 많다. 감사원은 “주택 수요 부족으로 당초 예상치보다 많은 사업 손실이 예상되는 양주 광석지구 택지개발 사업을 재검토해 사업 규모를 축소·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LH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LH 측은 “10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사업 재검토 및 추진 방안 수립을 위해 수요조사 용역을 11월 중 발주 예정이며, 현재 용역 발주를 위한 내부 협의 절차 진행 중”이라며 “주거 수요, 산업 수요 등 다양한 측면의 수요조사 시행을 통해 최적의 광석지구 사업추진 방안 수립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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