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침체의 터널을 지나는 중인 국내 게임사의 3분기 성적표가 공개됐다. 게임업계는 올해 히트작의 부재, 경기 악화, 엔데믹 여파 등으로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뚜껑을 열어보니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을 포함한 국내 중·대형 게임사는 ‘신작 파워’에 따라 울고 웃었다. 적자 탈출에 성공한 업체가 있는 반면, 부진 끝에 희망퇴직·무보수 경영 등 비상 체제에 돌입한 곳도 있다.
#3N 중 넥슨만 승승장구…넷마블, 7분기째 적자
3N의 실적은 ‘넥슨만 웃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넥슨은 올해 ‘프라시아 전기’와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 등 신작을 연이어 흥행시켰다. 이와 더불어 넥슨은 전망치를 웃도는 성적을 냈다. 3분기 매출 1조 913억 원, 영업이익 4202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 47% 증가했다.
9일 넥슨은 3분기 실적 발표와 더불어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의 넥슨(일본 법인) 대표 내정 소식도 발표했다. 오웬 마호니 현 넥슨 대표는 10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2024년 3월 사임한다. 이정헌 대표의 뒤를 이을 차기 넥슨코리아 대표는 밝히지 않았다.
2022년 1087억 원의 영업 적자를 낸 넷마블은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태다. 3분기 매출은 6306억 원으로 지난 1분기 이후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2022년 1분기 적자로 돌아선 이후 이번 3분기(–219억 원)에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그나마 손실 폭이 2분기(-372억 원) 대비 줄었다는 점이 희소식이다.
넷마블은 2024년 상반기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레이븐 2’ 등 6개의 신작을 무더기로 출시한다. 이 중 자체 IP 게임으로 비용을 줄이고 실적을 개선할지 주목된다. 넷마블의 게임 포트폴리오를 보면 3분기 매출 상위 4개 게임 중 1위는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스’, 2~4위는 2021년 인수한 스핀엑스의 소셜카지노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어느 때보다 신작의 성공이 절실한 상황이다. 3분기 매출은 4231억 원, 영업이익은 16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매출 6042억 원, 영업이익 1444억 원) 대비 30%, 89% 줄었다. 영업이익만 보면 1년 전 수치의 11% 수준이다. 매출은 2022년 2분기부터 하락세를 기록해 이번 분기까지 한 번도 반등하지 못했다. 모바일 리니지(M, W, 2M)로 버티고 있지만 이들도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2024년에는 ‘탈 리니지’로 수익 다각화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2월 7일 회심작인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를 출시한다. 2017년 11월 신작 발표회에서 ‘프로젝트 TL’로 처음 공개한 이후 6년 만의 정식 출시다. 리니지가 지나친 과금 유도로 비판을 받은 만큼 TL에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이 적용됐다. 장비 강화는 실패 없이 가능하고, 수집 콘텐츠는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요소로만 달성할 수 있다. 이 밖에 ‘프로젝트 BBS’ ‘배틀크러쉬’ 등 다양한 IP의 신작을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P의 거짓’으로 웃은 네오위즈, 비상 경영 돌입한 데브시스터즈
중견 게임사 중에서는 네오위즈가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9월 출시한 소울라이크 콘솔 게임 ‘P의 거짓’이 10월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기록하는 등 실적을 견인했다. 네오위즈의 3분기 매출은 1175억 원, 영업이익 202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7%, 286%나 증가했다. 특히 2분기 –49억 원으로 적자였던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P의 거짓으로 호실적을 거둔 네오위즈는 신규 IP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9일에는 인디게임 ‘산나비’를 스팀에 정식 출시하며, 지스타 2023에서는 자회사 파우게임즈의 신작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을 공개한다. 모바일 분야에선 ‘보노보노’ ‘금색의 갓슈벨!!’ 등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신작을 준비 중이다.
10월 ‘뮤(MU)’ IP 기반의 신작 ‘뮤 모나크’를 출시한 웹젠의 3분기 실적은 1년 사이 크게 줄었다. 8일 웹젠은 3분기 매출은 403억 원, 영업이익은 100억 원으로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 32%, 영업이익 42% 하락한 수치다. 적자는 피했지만 하락폭이 작지 않다.
웹젠은 게임시장서 떠오르는 장르인 서브컬처로 수익원 확보에 나선다. 7년 만에 참가하는 지스타 2023 내 B2C 관에선 서브컬처 게임만 선보일 정도다. 웹젠은 자회사 웹젠노바가 개발하는 자체 IP의 신작 ‘테르비스’와, 일본 제작사 게임을 퍼블리싱한 ‘라그나돌’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로 구성한 전시관을 마련한다.
스테디셀러 IP ‘쿠키런’을 보유한 데브시스터즈는 6분기 연속 적자 끝에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데브시스터즈는 3분기 매출 348억 원, 영업이익 -180억 원, 당기순이익은 -17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 모두 –50%를 웃돈다. 적자였던 전년 동기(매출 516억 원, 영업손실 38억 원, 당기순손실 39억 원)보다도 악화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적자 폭이 늘어난 이유로 “올해 하반기 선보인 ‘브릭시티’와 ‘사이드불릿’ 등 신규 IP 기반의 신작 효과가 미비하고, 쿠키런 차기작 및 IP 사업 확장에 따른 개발 투자가 이어져 손실 폭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데브시스터즈는 실적 발표 다음 날(7일) 본사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공지했다. 마케팅 전략을 바꾸고 복지 제도를 축소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도 나섰다. 이지훈·김종흔 공동 대표는 경영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실적 안정화까지 무보수로 근무한다. 회사 측은 “경영 효율화와 조직 쇄신으로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며 “2024년 실적 턴어라운드를 목표로 위기 대응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 대해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젊은 유저의 콘텐츠 소비 패턴 변화와 블록버스터 게임의 부재, 치열한 경쟁, 늘어난 외부 활동 등을 성장 둔화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라며 “게임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장르 다변화, 콘솔 등 플랫폼 확장, 글로벌 시장 공략 등 변화가 필요하다. 대형 프로젝트를 조금씩 공개하는 만큼 2024년에는 신작을 주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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