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만난 명품 플랫폼 관계자의 말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호황기를 누렸던 명품 플랫폼 업계의 위기감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경쟁적으로 광고비를 펑펑 쏟아붓던 시절은 끝이 났고, 이제는 한 푼이 아쉬운 처지가 됐다.
#몸집 키우기 경쟁하던 명품 플랫폼, 이제는 몸집 줄이려 안간힘
팬데믹으로 호황기를 누렸던 명품 플랫폼이 실적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며 명품 플랫폼을 찾는 고객이 줄었고, 올해는 불경기로 소비심리가 얼어붙기까지 해 성장세가 꺾여버렸다. 지난해 머스트잇은 16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발란은 374억 원, 트렌비는 207억 원의 적자를 냈다. 업계에서는 올해 명품 플랫폼의 위기감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 3사의 올해 거래액은 전년보다 확실히 줄었을 것”이라며 “업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수백억 원을 광고비로 쏟아부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던 명품 플랫폼은 이제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고생 중이다. 광고비를 대폭 삭감한 것은 물론이고, 인력 감축에도 나섰다.
트렌비는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2021년 190명을 넘겼던 회사 직원 수는 지난해 연말 150명으로 줄었다. 올해 3월 또 한 번 권고사직을 진행하면서 직원 수는 급격히 줄었다. 트렌비 측은 현재 근무 중인 직원 수가 100명가량으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명품 플랫폼이 호황기를 누리던 2021년과 비교하면 절반 규모로 인원이 줄었다.
업계 성장세가 꺾이자 인력 이탈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발란은 지난해 9월 140여 명이던 직원 수가 연말에는 120명으로 줄었다. 올해 4월부터는 임직원 수가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 지난 9월 기준 발란의 직원 수는 69명으로 집계됐다. 1년 새 절반가량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발란 측은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한 것은 아니다”며 “직원들의 이직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감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직원 수를 집계하진 않았지만 지금은 100명 정도가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일하는 직원들의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오히려 전보다 사기는 더 높아졌다”고 전했다.
발란은 플랫폼 업계 특성상 이직이 잦아 자연스레 인력 공백이 생겼다는 설명이지만 최근에는 인력 이탈에 위기감을 느낀 듯 이례적으로 공채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발란은 서비스 론칭 후 처음으로 테크, 마케팅, 영업 총 3개 부문에서 두 자릿수 규모의 인력을 채용 중이다. 발란 관계자는 “카테고리 확장 등을 위해 개발 인력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개발 인력의 이직률이 높다 보니 이를 채울 겸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무실 줄여 임차료 절감까지
업무공간을 줄여 임차료 감축에 나설 정도로 절박한 상황도 감지된다. 발란은 2021년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19층 규모 빌딩에 입주해 2개 층을 사무공간으로 사용해왔다. 이 건물의 한 층 월 임차료는 3000만 원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즈한국 취재 결과 지난 9월 발란은 사무공간을 1개 층으로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발란 관계자는 “1개 층에 근무할 수 있는 인원이 약 200명 규모다. 그동안 공간을 여유롭게 사용한 측면이 있었다”며 “최근 공간 효율화를 위해 2개 층의 사무공간을 1개 층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트렌비도 올해 7월 사무실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다. 트렌비는 2020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11층 건물에 입주해 본사 사무실을 운영했다. 당시에는 2개 층을 사용했는데, 명품 플랫폼이 호황기를 누리던 2021년에는 사무공간을 5개 층으로 확대했다. 2개 층은 감정센터로, 나머지는 업무공간으로 활용했다.
올해 1월부터는 사무실을 5개 층에서 4개 층으로 줄였다. 2개 층을 사용하던 물류센터를 본사에서 분리했기 때문이다. 트렌비는 지난해 10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한국정품감정센터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며 감정·물류팀 인력 약 50명을 가산동으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인력 감축을 진행하며 회사의 몸집을 줄였고, 지난 7월부터는 4개 층의 사무실을 절반으로 줄여 2개 층만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머스트잇도 현금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9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사옥(지하 3층~지상 6층 규모)을 410억 원에 매각했다. 머스트잇은 2021년 이 건물을 300억 원에 매입했으며 50억 원을 투자해 인테리어 공사도 진행했다.
생존 경쟁에 내몰린 명품 플랫폼은 이제 단순 거래액 확대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방식 대신 이커머스와 협업해 고객층을 넓히거나, 기존 충성 고객의 재구매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위기가 확실히 위축된 부분이 있다. 예전만 해도 젊은 회사들이다 보니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아니다. 모든 의사 결정에 매우 신중하다. 긴장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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