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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문화재청, 종묘 덕수궁 두고 충돌하더니 결국 대법원 간다

시의회서 문화재 보호 조례 삭제하자 문화재청서 행정소송 제기…"보호와 개발의 조화 필요"

2023.11.02(Thu) 17:59:51

[비즈한국]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문화재 주변 지역 규제 축소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문화재청이 행정소송으로 제동을 걸었다. 최근 창경궁~종묘 연결 사업이나 덕수궁 담장 개방 등에 대해 시각차를 보여온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이번 제소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소송의 기점이 된 것은 9월 서울시 본회의를 통과한 문화재 보호 관련 조례 개정안이다. 시의회는 보존지역 범위 너머에서 개발 공사가 시행되더라도 문화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을 삭제했다. 문화재청은 개정 논의가 상의 없이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절차상의 문제를 꺼내들었다. 서울시는 일명 ‘서울광장숲’ 구상 등을 구체화하며 도심 경관 전환 사업에 의욕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번 행정소송의 결과가 어떤 파장이 미칠지 주목된다.

문화재청이 문화재 보호 관련 조례를 개정한 서울시의회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서울시-문화재청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일대. 사진=연합뉴스


#문화재 보호 조례 삭제 결정하자 문화재청 행정소송 제소

10월 17일 문화재청은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제19조 5항을 삭제한 서울시의회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조례는 국가나 시가 지정한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를 정하고 건설공사 행위가 문화재 보호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을 경우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5항은 거리상 보존지역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판단에 따라 공사 인허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이 조항을 삭제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김규남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은 “상위법인 ‘문화재보호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사항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바깥에 대해서도 포괄적·추상적 규제를 두고 있다”며 “해당 조항을 삭제해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문화재와 시민의 삶이 공존·상생하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명시했다. 개정안을 검토한 서울시 문화재정책과 역시 “불필요한 규제 개선 차원에서 삭제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문화재청은 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근거로 내세운 건 마찬가지로 문화재보호법이다.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청과 함께 논의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시의회가 일방적으로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는 주장이다.

사진=서울시, 연합뉴스

지난해 세운지구를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위)과 세운지구 일대. 사진=서울시, 연합뉴스


#세운지구·돌담길 두고 이견 거듭…서울시-문화재청 시각 차이 커지나

자치단체 조례의 위법 여부는 대법원에서 심사하기 때문에 새 조례개정안이 법령에 어긋나는지는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나온다. 올해 들어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숭례문·종묘·덕수궁 등 여러 문화재 주변지역 개발사업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데, 대법 판단에 따라 서울시-문화재청 다툼의 첫 번째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을지로와 충무로 일대 세운지구 재개발은 종묘 주위의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으로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문화재청과의 악연도 깊다. 세운지구는 2006년 당시 오세훈 시장이 ‘개발공약 1호’로 띄웠던 곳인데,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문화재청이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에 고층건물을 짓는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사업에 타격을 입었다. 1조 원에 달하는 이주보상비 등 수익성 문제에 여러 문제가 겹치며 2010년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민선 8기 시정을 잡은 오 시장이 세운지구 개발에 재시동을 걸면서 문화재청과의 긴장감도 다시 표면화됐다. 세운지구는 국가지정문화재 종묘에서 남쪽으로 140~170m 거리에 있다. 문화재위원회 심의 대상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앙각기준 100m를 벗어나 있지만 문화재청은 “세계유산인 종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못박았다.

문화재청 측은 “서울시와 긴밀하게 소통해 종묘에 미칠 영향 등을 문화재위원회와 논의하고 필요시 유네스코에서 권고하고 있는 유산영향평가(HIA) 등을 통해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세운상가부터 진양상가까지 남북으로 이어지는 상가축을 단계적으로 허물어 녹지로 만들고 축 양옆에는 주거·업무 시설을 초고층으로 짓는 내용의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공개했다. 5월 ‘정원도시 서울’ 설명회에서 오 시장이 종묘 앞부터 남산까지 선형녹지를 구축해 주요 문화재인 종묘를 돋보이게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지 5개월 만이다. 고밀개발을 하는 대신 녹지축을 종묘와 남산을 잇는 경관축으로 삼겠다는 계획인데, 구체적인 윤곽이 나온 만큼 문화재청과 조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덕수궁 돌담길. 사진=최준필 기자

이 밖에도 ‘그린웨이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덕수궁 돌담길 일부 철거 등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관계 부처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청 및 광장을 주변부와 연계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공간 전략을 짜는 용역을 진행 중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사업 추진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앞서 설명회에서 관련 사업이 소개된 만큼 용역 결과가 나오면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는 대한문 쪽 세종대로 변의 덕수궁 돌담 약 170m을 허물어 투명펜스를 설치하고 정동길 변에 잔디길을 조성하는 구상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역시 앞서 문화재위원회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서울시는 1960년대 임의로 복원된 형태라 역사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지만, 문화재청 측은 “덕수궁 영역 형성에 중요한 요소이며 전통방식으로 복원해 60여 년간 현 위치를 지키고 있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문화재 보호와 도심 개발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심 내 역사적인 공간과 시설에 대한 보호는 다른 국가에서도 철저히 지켜진다. 다만 사안별로 뜯어보면 과도한 기준이 요구되는 사례도 존재한다”며 “문화재도 중요하지만 도심이 갖는 경제적인 기능도 고려해야 한다. 두 요소의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조례개정안에 대해 “영향력을 재검토할 여지조차 없애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개발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치가 충돌하는 게 당연한 과정인데 견제 장치를 줄이고 개발이 우선되게 제도에 손을 대는 것”이라며 “개발도 보존도 조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는 문화재청 제소에 공동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 공간으로서 시민이 공유한다는 전제에서 적절한 보행 체계를 구축하는 취지”라며 “문화재 보호 측면에서도 충분히 고려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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