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주택 경기 악화로 집을 지으려는 건설사가 줄고 있다. 주택 공급 선행지표로 꼽히는 인허가 및 착공 물량이 올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사업 수익성은 악화하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수요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 같은 공급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우리나라 주택 인허가 물량은 25만 5871호로 전년 동기 대비 32.7% 감소했다. 수도권 인허가 물량이 10만 2095호로 22.6% 감소했고, 지방은 15만 3776호로 38.1% 감소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21만 9858호로 29.6%, 아파트 외 주택이 3만 6013호로 47% 감소했다. 비수도권, 비아파트 주택 인허가 감소가 두드러졌다. 인허가 이후 진행되는 착공 물량은 12만 5862호로 같은 기간 57.2%나 줄었다.
주택 공급 선행 지표로 꼽히는 착공·인허가 물량이 줄어든 이유는 주택 사업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5%로 인상된 이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나빠진 데다, 건자재 가격이 수년간 오르면서 주택 사업 원가율은 크게 상승했다. 반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은 늘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올해 9월 기준 5만 9806호로 전년 9월 대비 1만 8202가구(44%) 증가했다.
특히 물가 상승 여파로 건자재 가격은 지난 2년간 크게 상승했다.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 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8월 기준 151.2포인트로 2020년 평균 대비 27%가량 급증했다. 2020년 이후 연간 10%대로 상승세를 이어온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5월부터 증가율이 2%대로 안정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는 철근 가격이 평균 5~6%가량 하락했지만,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이 18~21% 올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선 건설 현장에서는 건자재 가격 상승분을 공사비에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어렵다. 특히 그간 민간 부문에서는 대부분 착공 이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인정하기 않았다. 그 결과 최근 여러 현장에서 발주처와 시공사 간에 공사비 인상 갈등이 벌어졌다”며 “사업성이 낮아진 주택 사업을 줄이고 비주택, 신사업 분야를 키우는 게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주택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내 주요 건설사의 영업 실적은 악화하고 있다. 시공 능력 상위 10대 건설사 중 증권시장에 상장한 삼성물산(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지에스건설, 디엘이앤씨 등 5개 건설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총 87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가량 줄었다. 2022년 3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건설사는 현대건설(2450억 원, +59.7%)이 유일하다. 현대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는 영업이익 감소폭이 평균 18%에 달한다.
주요 건설사의 실적 악화에도 주택 사업 원가율 상승이 크게 작용했다. 디엘이앤씨의 경우 올해 3분기 주택 부문 원가율(별도 기준)이 93%로 전년 동기 대비 7%포인트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 줄어든 804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에스건설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2%가량 하락했는데, 95%에 달하는 주택 사업 원가율이 실적 부진의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향후 주택 공급 전망도 밝지는 않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일 열린 건산연 건설부동산경기전망에서 2023년 주택 인허가 물량을 전년 대비 14만 호 줄어든 38만 호, 2024년 인허가 물량을 이보다 3만 호가 더 줄어든 35만 호로 예측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2023년 인허가와 공급 대책 영향으로 2024년 공공부문 주택 물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민간 부문에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2024년에도 공급 위축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
태영그룹 에코비트워터, 직장 내 괴롭힘 수년간 묵인 의혹
·
그린벨트 푼다더니 한옥마을 짓는다고? 도봉구 주민들 반대 나선 까닭
·
아이유의 큐피드, 브루노 마스의 하입보이…'AI 커버곡' 저작권에 문제없을까
·
'초거대 AI 전쟁' 뛰어든 이동통신 3사, 빅테크 넘어설 승자는 누구?
·
"피해자한테 임대인 '사기 의도' 입증하라니" 전세사기 구제 신청 10건 중 1건 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