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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한국 방위산업의 '무인 무기 만능론'을 비판한다

ADEX 등 방산전시회에 앞다퉈 등장하지만 한계 분명…기존 무기체계 보강 필수

2023.11.02(Thu) 15:46:43

[비즈한국] 이제는 고백해야 한다. 드론과 무인 무기체계는 미래전의 핵심이자 필수 요소이지만, 한계가 명백하며 비용과 예산을 절약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사람이 타는 모든 무기를 무인화할 수도 없다. 기존 무기체계와 무인 로봇이 함께 작전을 하려면 막대한 기술 투자가 필요하며 드론으로 모든 전투 임무를 대체할 수도 없다. 

 

서울에어쇼에 전시된 무인 항공기. 사진=김민석 제공

 

20여 년간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수조 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한 연구개발 사업을 하면서 온갖 고생과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무인 무기체계의 비용 효율성과 전투력에 대해 칭찬할 것은 칭찬하되, 현재 기술로 부족한 부분과 어려운 부분, 극복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제는 이야기해야 한다.

 

최근 ADEX를 비롯한 방산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미래 무기체계는 대부분 무인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지상, 공중, 해상, 수중 등에서 무인 무기체계(드론)를 앞다퉈 내놓는데, 신개념 미래 무기체계의 대세가 무인 무기라고 단순하게 말하기에는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현재의 ‘드론 만능주의’ 혹은 ‘무인 만능주의’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진단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수상 무인 무기체계다. 해군의 차세대 비전으로 많이 이야기된 항공모함 보유 논의가 사실상 좌초된 상태에서 지난해부터 해군은 일명 ‘네이비 시 고스트(Navy Sea Ghost)‘​라고 불리는 해상/수중 무인 무기체계를 새로운 해군의 미래상으로 열심히 홍보 중이다. 여러 업체가 무인 함선(USV) 및 무인 잠수정(UUV), 해상 무인기(UAV) 등으로 네이비 시 고스트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해군은 국내외 미디어를 상대로 개발 중인 무인 해상 무기체계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개발 중인 무인 무기체계 수준으로는 실전 투입이 어렵다. 이보다 뛰어난 성능의 수상 무인체계가 필요하다. 현재 시험평가가 진행되는 무인 함선들은 대부분 12.7mm 기관총을 장착하여 화력이 매우 부족하고 배 크기도 보트 수준에 불과하다. 무인 수상 함정이 주로 투입될 NLL 수역 작전에서 북한 경비함과 교전하기 위해서는 76mm 이상의 함포나 미사일로 무장이 필요한데, 그 정도 기술 수준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면 해결할 수 있다. 가령 해군의 차세대 전투함인 울산급 배치4, KDDX의 설계를 변경해서 무인 함정을 투입할 공간을 확보해 유인 전투함과 함께 작전하거나, 2000 톤 이상의 대형 함선을 무인화해서 미사일을 탑재한 ‘무인 합동화력함’을 개발해야 하지만 비용과 기술 수준에서 어려움이 따른다. 

 

다시 말해 해군이 정말 ‘게임 체인저’로서 활약할 무인 함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훨씬 강력한 화력과 성능을 갖춘 무인 함정을 개발하거나, 차세대 함정의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 해군이 야심 차게 추진한 항공모함 확보 계획도 어려운 지금, 무인 함정에 막대한 예산을 쓰기는 쉽지 않다.

 

두 번째 지상 무인 무기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다만 ‘아미 타이거’ 계획 등 육군의 미래전력 건설에 지상 무인체계(UGV) 및 소형 드론이들어가 있고, 민수용 로봇과 드론이 군사적으로 가장 잘 사용될 수 있는 분야가 육군이라 상대적으로 해군보다 사정이 낫긴 하다.

 

육군 역시 이처럼 유리한 조건을 잘 알고 적극 도전 중이다. 특히 ‘드론 작전사령부’를 창설하여 무인항공기를 적극적으로 전장의 ‘게임 체인저’로 활용하고자 도전하는 자세는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민수용, 소형 드론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저품질 중국산 드론을 사용하게 되는 일명 ‘라벨 갈이’ 문제는 심각하게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 8월 육군이 600대 넘게 도입한 훈련용 드론이 중국산 드론을 단순히 상표만 바꿔 붙였다는 의혹이 일어 수사가 진행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산 드론은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지만, 보안 문제가 우려된다. 저질 드론의 가격을 부풀리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드론의 통제 컴퓨터 및 애플리케이션의 보안성을 담보할 수 없다. 미 육군 등은 한국산 혹은 미국산 부품만을 사용한 드론을 업체들에 요구하는 실정이다. 

 

육군 항공과 기존 육군 무인기 작전부대들이 드론 운영에 소극적인 것도 문제다. 드론과 헬기, 대·소형 드론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기술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현재 기술로는 헬기와 드론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같이 비행하면서 작전하거나, 데이터링크로 서로 연계하는 기술이 너무 어렵다. 미국은 아파치 헬리콥터에서 셰도우 무인정찰기를 통제하는 실험에 성공했지만 우리 군의 LAH 소형 무장헬기는 국내 제작 드론과의 데이터링크 시험을 진행하며 그마저도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다.

 

드론이 주목받으면서 육군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무인항공기(UAV) 투자와 개량도 소홀해지고 있다. 비행기처럼 생긴 엔진을 가진 무인항공기는 드론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운용하기 어렵지만 속도와 시간, 고도, 탑재량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군단급 무인기의 개발 지연과 파손 사고 등으로 발전이 더디다. 

 

육군이 드론 이외에도 관심을 쏟는 무인 지상 로봇(UGV)도 갈 길이 멀다. 현재 폭발물 제거 임무 등에 무인 로봇이 사용되고 있고, 전투용으로도 몇 종류가 시험 운용되어 기지 경비, 물자 수송, 무인 기관총(RCWS) 탑재 등이 시험 중이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우선 무인 운용이 갈 길이 멀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발이 느린 것처럼 지상 주행하는 로봇의 자율주행은 매우 어렵다. 사람의 원격조종이 필요하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전파 방해, GPS 재밍 등으로 제한사항이 많다. 심지어 때에 따라 로봇 한 대를 조종하는 데에 RCWS(원격사격통제체계) 조작과 지상 로봇 조종을 두 명이 나누어 해야 한다.

 

지상 로봇이 사람 대신 위험한 적진에 돌진해 적군을 일방적으로 학살하는 ‘터미네이터’보다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당 서빙 로봇’​이나 ‘키오스크’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잘 쓰고 활용하면 작전을 크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지만, 사람들이 기대하는 무인 전투로봇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주목 받으면서도 우려할 만한 곳이 항공 무인체계다. 미래 항공무기체계의 핵심 요소로 무인항공기, 그 중에서도 유인 전투기와 함께 다니면서 위험한 곳엔 대신 가주고, 정찰이나 무기 사용도 대신 해주는 로열 윙맨(Loyal Wingman)이라는 무인기가 크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로열 윙맨만 있으면 우리 군의 전투기가 갑자기 6세대 전투기로 업그레이드되는 게 아니다. 우리 군의 전투기를 향상하는 데 많은 투자와 연구를 해야 로열 윙맨을 제대로 쓸 수 있는데도, 마치 로열 윙맨이 있으면 전투기의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다는 식으로 호도되고 있다.

 

로열 윙맨이라는 무인 전투체계가 무엇인지 먼저 역사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이후 미국 주도로 항공 선진국들이 무인전투기(UCAV)개발에 도전해 X-45, X-47 같은 무인전투기를 만들어 비행테스트를 거쳤지만 모두 개발에 실패했다. 사람이 안 타는 비행기를 날게 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사람의 관여 없이 자율비행을 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너무 어렵다. 만들 수 있어도 개발비용과 양산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 무인기를 쓰는 의미가 없어진다.

 

이 같은 문제로 로열 윙맨은 완전 자율이 아니라 ‘일꾼’ 혹은 ‘방패’ 역할을 주 임무로 한다. 항상 유인 전투기가 로열 윙맨 무인전투기와 같이 비행하면서, 무인기가 적 상공에 들어가 공격하고 적을 탐지하는 단순 작업만 도와주는 것이다. 

 

유인 전투기가 공격 받으면 로열 윙맨 무인기 역시 작전에 실패하거나 격추될 가능성이 크다. 로열 윙맨을 통제하는 유인 전투기가 반드시 뛰어난 생존 능력과 작전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로열 윙맨에게 명령을 내리려면 통신이 닿는 범위에 유인 전투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추진 중인 공중 유무인 복합체계의 핵심은 운용 전투기가 5세대 이상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로열 윙맨 무인기가 스텔스 기능을 갖춰서 적이 대응할 수 없다면, 적은 당연히 로열 윙맨을 조종하는 유인 전투기를 찾아 공격할 것이다. 현재 우리 공군의 유무인 복합체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크게 실망스럽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가 제안하는 첫 번째 해법은 무인 무기의 한계를 보완할 장비나 기술 개발이다. 가령 지상 전투로봇의 경우 최고속도가 느리고 운용 시간이 짧아 전차와 장갑차와의 공동작전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로봇에 전력을 공급하면서 같이 이동할 수 있는 견인 트레일러를 개발해 장갑차에 붙이거나, 장갑차 상부에 소형 드론이 이·착륙할 수 있는 간이 착륙장과 착륙 유도 장비를 장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기존 무기체계의 생존 성능 강화에 투자하는 것이다. 로열 윙맨 무인기와 같이 작전할 FA-50 경전투기에는 적의 대공 미사일 공격을 피할 자체 방호 전자전 장비 등을 추가하고, KF-21 전투기에는 비용 문제로 어려움에 직면한 스텔스 성능 강화 계획을 당장 추진해야 한다. 특히 KF-21이 스텔스 성능 업그레이드 없이 무인전투기와 공동작전을 하게 된다면 장거리 대공 미사일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자체 방어가 가능한 무기를 내부에 장착하는 내부 무장창과 전파 및 적외선 신호를 줄여주는 소재나 부품을 추가하는 계획을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세 번째 네트워크와 AI(인공지능)의 기술 수준에 맞춰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무인 드론, 수상함, 잠수정과 항공기의 가장 큰 기술적 장벽은 무기 자체가 아니라 적의 전파 방해를 이겨내는 대용량 데이터링크 기술이다. 신뢰할 만한 대용량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국가의 핵심 연구과제로 삼지 않으면 유무인 전투체계의 개발은 실패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차세대 기술인 5.5G 및 6G 기술을 무인 전투체계에 사용할 방안을 연구하되, 현재 통신 수준으로 가능한 무인 무기의 임무에 먼저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적 레이더를 기만하는 기만 무인 임무는 임무가 매우 단순하고 데이터 통신이 적게 필요하므로 이것부터 먼저 추진한 후 정찰, 타격, 전자전 임무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칼럼이 누군가를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수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책과 개발에 훈수를 두기는 쉽다. 그러나 실무 과정에서는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필자는 그걸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제대로 된 방향성을 설정하길 바란다. ​미래전에서 승리할 무기체계를 만들어내도록 공론이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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