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동통신사 3사(SKT·KT·LG유플러스)가 본격적인 초거대 인공지능(AI)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통사들이 자체 거대 언어 모델(LLM) 개발과 AI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AI 기업으로 변신을 꿈꾸는 가운데 누가 승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통신 3사가 초거대 AI 사업전략 및 서비스를 앞다퉈 발표했다. 31일 KT는 기자회견을 열고 초거대 AI ‘믿음(Mi:dm)’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출시 모델은 경량~초대형 모델 4종으로, 기업 규모와 사용 목적에 맞는 완전 맞춤형 모델을 지향한다. KT는 △초거대 AI를 B2B에 집중 △AI 모델 생태계 다양화 △초거대 AI의 수익원과 사업모델을 지속해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KT는 기업을 위한 초거대 AI 서비스의 대중화에 초점을 맞췄다. KT는 전용 포털인 ‘믿음 스튜디오’를 통해 믿음의 파운데이션 모델(방대한 데이터셋으로 학습한 초거대 AI의 핵심 기반 모델, 미세 조정을 거쳐 AI 응용 서비스 제작)을 공개했다. KT 측은 “초거대 AI를 사용하고 싶지만 파라미터 모델을 만들 여력이 없는 기업을 위해 국내 업계 최초로 조 단위 데이터를 학습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방했다”라며 “자체 LLM의 B2B 사업을 가속화하고, 기업이 원하는 AI 사업 모델과 서비스의 확산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초거대 AI 사업의 확대를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과 손잡았다. 업스테이지(기업 전용 LLM), 콴다·에누마(교육), 비아이매트릭스(기업용 업무 비서) 등과 사업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하면서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해 태국 자스민그룹과 함께 태국어 LLM 구축과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틀 전인 29일에는 LG유플러스가 통신 맞춤형 AI ‘익시젠(ixi-GEN)’ 개발 소식을 발표했다. LG유플러스는 2022년 10월 AI 서비스 통합브랜드 ‘익시’와 이를 적용한 서비스를 공개한 바 있다. SKT와 KT가 자체 LLM으로 서비스 출시 단계에 접어든 것에 비하면 한발 늦지만, 기술력을 갖춘 업체와 협업으로 경쟁사를 따라잡는 모양새다.
익시젠은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을 기반으로 LG유플러스의 통신·플랫폼 데이터를 학습한 LLM이다. LG유플러스는 2024년 상반기에 익시젠을 출시하고, 자사 플랫폼에 익시젠을 챗봇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초거대 AI 3대 전략’도 발표했다. 전략은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엑사원 2.0을 활용한 B2B용 AICC(AI 고객센터) 사업 확장 △자사 통신·데이터를 기반으로 익시 산하의 AI 엔진 고도화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의 초거대 AI와 협력 등이다. 지난 9월 엑사원과 유통·금융·제조 등 기업 고객을 위한 구독형 AICC를 출시했고, MS의 ‘애저’를 구독 플랫폼 ‘유독’에 적용했다.
SKT는 3사 중 AI 사업에 가장 발 빠르고 적극적이다. 지난 8월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에 1300억 달러(약 1350억 원)를 투자해 한국어·영어·일본어·독일어·아랍어 등 다국어 LLM을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고, 9월에는 유영상 SKT 사장이 직접 나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유 사장은 AI 인프라·AIX·AI 서비스 3대 영역을 중심으로 하는 ‘AI 피라미드 전략’을 소개하며 “과거(2019~2023년) 12%였던 AI 관련 투자 비중을 향후 5년간(2024~2028년) 33%로 약 3배 확대하고 2028년 매출 25조 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라고 밝혔다. SKT는 이날 AI 브랜드와 LLM 이름을 ‘에이닷엑스(A.X)’로 확정했다.
SKT는 최초의 한국어 LLM 서비스인 ‘에이닷(A.)’을 ‘AI 개인비서’로 정의하고, 지난 24일 정식 출시했다. 에이닷을 쓰면 통화 녹음 기능이 없는 아이폰도 통화 녹음, 통화 요약을 이용할 수 있어 출시 직후 화제를 일으켰다. 에이닷 전화 서비스에 가입하면 기본 전화가 아닌 에이닷 전화로 전화를 받는데, 자동으로 녹음 파일이 생성되고 이를 텍스트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통 3사가 발표한 초거대 AI 전략에서 눈에 띄는 점은 LLM 개발, 빅테크·스타트업 협업,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다. 구글·메타·MS 등 국내외 IT 기업이 LLM을 내놨지만 한국어, 통신 등 자체 LLM 개발에 힘쓴다. AI 기술을 가진 다른 업체에 투자하거나 협업을 하는 데에도 거침이 없다. 또 통신, 플랫폼 등 기존 사업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금융, 교육, 기업 솔루션 등으로도 진출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국내 이동통신사는 AI 기술을 확보하면 전 그룹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고, 협력업체에도 자체 AI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생태계를 넓힐 수 있다”라며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너도나도 AI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옥석을 가리는 상황이다. 이동통신사가 생태계 확장을 무기로 시장에서 선택받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윤리적인 측면에서 이통사가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창배 IAAE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최근 네이버의 블로그 데이터 수집, SKT의 통화 내용 수집 등 AI 서비스와 함께 개인정보 윤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국내 기업이 AI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데이터 수집이 많은 만큼 도덕성, 신뢰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전 이사장은 “윤리 문제는 기업의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소비자가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이제는 신뢰를 한 번 잃으면 소비자에게 선택 받기 어렵기 때문에 AI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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