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8·15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두 달 만에 수십억 원 횡령 혐의로 다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태광그룹 측은 이를 전임 경영진의 비위로 규정하고 김기유 전 티시스 대표를 해임했다. 이에 이 전 회장과 과거 그의 복심이자 그룹 실세였던 김기유 전 대표의 갈등설이 불거지는 가운데 김 전 대표가 법인 대신 차명 부동산을 보유해온 사실을 비즈한국이 확인했다.
티시스는 태광그룹에서 부동산 관리 및 건설·레저, 콜센터 사업 등을 담당하며 경기도 용인 태광컨트리클럽(CC)과 강원도 춘천 휘슬링락컨트리클럽(CC)를 보유·관리한다. 특히 27홀 회원제골프장인 휘슬링락CC는 미국의 골프 전문 매체 ‘골프매거진’과 ‘골프닷컴’이 선정한 아시아·퍼시픽 100대 골프 코스에 선정될 만큼 국내 최고의 명문골프장으로 꼽힌다. 김 전 대표가 관리한 차명 부동산은 휘슬링락CC와 관련됐다.
부동산 등기부에 따르면 김기유 전 대표는 티시스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던 2012년 5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휘슬링락CC 인근 농지 4필지(4667㎡, 1412평)를 4억 3500만여 원에 사들였다. 클라우드코스 2번홀과 맞닿은 농지 1필지(4344㎡, 1314평)와 골프장 초입에서 직선거리로 1.2km 정도 떨어진 농지 3필지(323㎡, 98평)로, 4필지의 지목은 모두 ‘답(논)’이다. 비즈한국이 홍천군청에 문의해보니 김 전 대표는 농지 취득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주말농장을 운영하겠다는 내용의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김기유 전 대표는 주말농장을 운영하지 않았다. 클라우드코스 2번홀과 맞닿은 농지에는 티시스가 골프장 잔디를 식재했고, 골프장 초입에서 직선거리로 1.2km 정도 떨어진 농지는 취득 이후 줄곧 방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태광그룹 전직 고위직 임원은 “골프장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땅인데, 법인 명의로는 농지를 살 수 없다보니 김기유 전 대표가 대신해서 매입했다. 불법인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지목 변경 후 김 전 대표가 관리하던 농지를 티시스가 사들여 지금은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골프장을 지으려면 오너나 임직원 명의로 농지를 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태광그룹 측의 말대로 김기유 전 대표가 관리하던 농지 4필지의 지목은 2017년 ‘잡종지’와 ‘대지’로 변경됐고, 2022년 4월 티시스가 김 전 대표로부터 5억 8234만여 원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제하고 나면 김 전 대표가 남긴 시세차익은 거의 없는 셈이다. 앞서의 태광그룹 관계자는 “감정평가를 받아 적절한 금액에 부동산 거래를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호진 전 회장도 휘슬링락CC와 부동산 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전 회장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휘슬링락CC 예정 부지(102개 필지)를 개인 명의로 사들였고, 2009년 티시스에 103억 4996만 5000원에 매각해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회장 역시 김 전 대표처럼 휘슬링락CC 인근 농지를 매입했는데, 아직 회사에 매각하지 않아 더 큰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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