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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건국대가 따릉이 싹쓸이해 주민들 불만 높다는데…

인근 전철역엔 10대 미만인데, 건대 대여소에 111대…서울시 "대여소 설치 당시 건대에서 적극 요청"

2023.10.30(Mon) 09:18:15

[비즈한국]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누적 이동거리는 올해 4월 말 기준 3억 8700만 km를 돌파했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38만 km로 치면 약 510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누적 대여 건수 또한 1.4억 건을 넘어섰다. 따릉이 이용자 수가 늘면서 가장 문제로 꼽히는 부분은 자전거 배치 불균형이다. 특정 시간대에 자전거가 과다 거치되거나 부족해 서울시는 시민들에 마일리지를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따릉이 재배치 사업을 운영해왔다. 따릉이 대여소가 대학교 내에 있는 경우는 어떨까? 최근 건국대학교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학교 내에 자전거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목소리가 높아, 찾아가봤다.

 

26일 오후 12시 30분께 건국대학교의 한 정류소에 100여 대의 따릉이가 세워져 있었다. 사진=김초영 기자

 

#학생들이 공공재인 따릉이 독점한다?

 

자양2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 아무개 씨(33)는 출퇴근 시 따릉이를 대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씨는 보통 오전 9시 10분께 집에서 나와 7호선 건대입구역에서 지하철을 탄다. 역까지 도보로 35분가량이 걸려 마을버스를 타거나 따릉이를 이용하는데, 최근엔 아침마다 인근 따릉이 대여소가 텅텅 비었다.

 

이 씨는 “지난해 11월 이사를 오고 나서 건국대 안에 있는 대여소에 따릉이가 80대가 넘게 있는 것을 봤다. 퇴근 시간대에는 그나마 학생들과 시간이 겹치지 않아 빌리는 것이 어렵지 않은데, 출근 시간대에는 따릉이 빌리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학생들이 방학을 하자 나아졌는데 학기 중에는 계속 이렇다. 마을버스 정류장도 10분 정도는 걸어야 해서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재라고 할 수 있는 따릉이 대여소를 ​대학교 안에 ​만들어 놓은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생들 등하교 시간대에 인근 따릉이가 다 학교 안으로 옮겨져서 앱을 켜보면 학교 안에 100대가 넘게 쌓인 경우도 있다. 특정 집단이 따릉이를 독점적으로 사용한다는 느낌이 든다. 교내에서 학생들 편하라고 이용하면 동네 주민들은 언제 쓸 수 있나. 학교 내 대여소를 철거하거나 수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시 40분 30대, 11시 30분 111대…하교 후에는 다시 한 자릿수

 

이 씨의 말은 사실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26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건국대학교를 방문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학생회관 대여소를 살펴봤는데, 오전 8시 40분께 30대에 불과했던 따릉이의 수는 9시 53대, 10시 81대, 10시 30분 99대, 11시 108대로 계속해서 늘어났다. 11시 30분에는 111대에 이르렀다. 같은 시각 구의역 인근 대여소에는 따릉이가 10대 미만으로, 0대부터 9대 사이에 계속해서 머물러 있었다. 수업이 끝나는 2시께부터 조금씩 빠지던 따릉이 수는 5시에 21대, 6시에 1대까지 줄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서울시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6월 사이 건국대 학생회관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대여한 건수는 1만 6015건으로, 하루 평균 89건이다. 반납 건수는 더 많다. 해당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반납한 건수는 2만 4237건으로, 하루 평균 134건이다. 이 씨의 말대로 방학 기간인 1월과 2월은 1000대 안팎으로 대여·반납이 이뤄진 반면, 3~6월에는 월 평균 4000여 건의 대여·반납이 일어났다.

 

이는 건국대(호수 면적 제외)와 면적이 비슷한 한양대, 경희대, 서울시립대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 비교적 평지인 서울시립대 내에서 가장 이용자 수가 많은 대여소인 정보기술관 대여소는 서울시 공공데이터상 1~6월 사이 대여가 4369건으로 하루 평균 24건, 반납은 3784건으로 하루 평균 21건으로 나타난다. 건국대 학생회관 대여소와 4~6배가량 차이가 난다.

 

#학생들 “주로 역과 캠퍼스 오갈 때 이용”

 

이날 오후 1시께 따릉이 재배치 작업을 하는 서울시설공단 직원을 만났다. 그는 인근 주민들로부터 재배치 관련 민원을 직접 들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번 오면 건국대학교 안에 있는 대여소 4곳을 다 도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따릉이 앱을 보고 특정 개수를 넘어가면 와서 비어 있는 곳에 가져다 놓는 식이다. 보통 (학생회관 대여소는) 70대 정도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양2동 주민센터의 경우도 거치대가 4개에 불과하지만 저녁에는 30대 정도 들어온다. 기준보다 많이 들어오지만 이용자들이 다음 날 아침에 이걸 다시 이용하기 때문에 주민센터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건국대학교 학생들이 에티켓을 잘 지켜줬으면 한다고도 전했다. 그는 “통행하기 편하게 한쪽으로 정리하면 좋은데 아무데나 놔두다든가 일반 자전거를 따릉이에 묶어 놓거나 옆에 전동기기를 세워 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학생들은 대부분 역과 캠퍼스를 오갈 때 따릉이를 이용한다고 답변했다. 학생 A 씨는 “캠퍼스 안을 돌아다닐 때보다 역에서부터 올 때 주로 따릉이를 타고 온다. 5시나 6시쯤이 되면 다 빠진다. 오후에 수업이 있는 날에는 역 주변에 따릉이가 없어서 불편할 정도”라고 말했다. 학생 B 씨는 “학생회관 대여소가 아무래도 학교 가운데에 있다 보니 따릉이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캠퍼스가 넓어서 학생들이 걸어 다니기 귀찮아해서 따릉이를 타고는 한다”고 말했다.

 

#15개 대학에 대여소 25개, 건대에 4개…서울시 “다른 대학도 요청하면 설치 가능”

 

건국대학교에는 어떻게 따릉이 대여소가 생겨났을까? 취재 결과 서울시가 따릉이를 확대 설치하던 2017년께 대학생들의 통학 및 교내 이동편익 증진이 화두가 됨에 따라 서울 시내 대학교 측에 대여소 후보지 선정 협조 공문을 발송해 사업이 진행됐다고 한다. 당시 대학교 측에서 후보지를 선정해서 보내주면, 서울시에서 현장 답사 후 협의를 거쳐 설치 가능 여부를 결정했다. 현재 서울 시내 15개 학교에서 25개 대여소가 운영 중이다.

 

건국대 내에는 모두 4개의 대여소가 있는데, 이는 서울 시내 대학교 가운데 가장 많다. 캠퍼스 규모가 비슷하거나 더 넓은 학교보다 더 많이 설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건국대 측에서 사업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검토했고 설치 요청을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이 접수된 편은 아니다. 최근 공단 측으로 하나 정도가 들어 왔는데 민원 전체에 대한 통계를 내기에는 확인이 필요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교 내에 대여소를 설치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요청이 들어오고, 또 학교 부지를 무료로 사용하고 안전을 학교 측에서 보장해준다는 전제 하에 설치는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임의로 확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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